과연, 뭍사람도 설레는 '황홀경'이네

답답한 마음 씻어주는 여수 돌산도 해안길

등록 2012.12.31 16:36수정 2012.12.31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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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무술목 앞바다. 왼편으로 저만치 보이는 두 개의 섬이 형제섬이다. ⓒ 이돈삼


머리가 무겁다. 마음도 울적하다. 기분전환이 필요하다. 드라이브라도 해야 답답함을 덜 수 있을 것 같다. 돌산도로 간다. 돌산도는 여수가 품고 있는 아름다운 섬이다. 여수반도 남쪽 끝에 방울처럼 달려있다. 우리나라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큰 섬이다. 하지만 오래 전 다리로 연결됐다. 지금은 뭍이나 진배없다. 여행객들의 발길이 사철 끊이지 않는다. 연말과 연초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해돋이로 이름 난 향일암이 있어서다.

돌산도에는 또 해양수산과학관과 무술목 유원지가 있다. 방죽포 해변과 은적사, 해안도로도 좋다. 주변 섬들과 어촌마을 그리고 작지만 아름다운 항구들에서 활력을 느낄 수 있다.


돌산도, 여수가 품고 있는 아름다운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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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양식을 많이 하고 있는 돌산도 굴전마을 풍경. 앞바다가 호수 같이 생겼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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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양식장 풍경. 여수 돌산도는 굴을 많이 양식하고 있다. ⓒ 이돈삼


돌산대교에서 향일암 쪽으로 간다. 도로변의 동백나무 몇 그루가 빨간 꽃망울을 터뜨렸다. 왼편으로 굴전마을이 보인다. 바닷바람이 시원하다. 마을 앞으로 펼쳐진 바다가 호수 같다. 바다가 온통 굴양식장이다. 굴구이를 파는 집도 보인다. 굴의 주산지다. 그렇다고 마을 이름이 이 굴과 관련된 건 아니다. 산 밑에 동굴이 있다고 해서 '굴전(屈前)'이다.

굴양식장 너머 바다는 '백조의 호수'다. 큰고니들이 무리지어 노닐고 있다. 그 모습이 한가롭다. 평온하다. 우리 사는 인간세상과는 사뭇 다른 풍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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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술목에 있는 전남해양수산과학관. 신비한 바다 속을 여행할 수 있는 전시관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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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술목 바다 풍경. 몽돌 너머로 모래사장과 바다가 펼쳐진다. ⓒ 이돈삼


굴전마을에서 나와 다시 차에 올랐다. 전남해양수산과학관이 지척이다. 신비스런 바다 속을 여행할 수 있다. 수백 종의 바닷물고기와 어패류가 전시돼 있다. 희귀한 어류들이 군무를 펼치는 원통형 수조도 볼 만하다.

과학관 뒤편으로 무술목 유원지가 있다. 매서운 바닷바람이 상쾌하게 느껴진다. 동글동글한 몽돌밭과 어우러지는 송림이 멋지다. 송림 사이로 보이는 작은 섬도 다정스럽다. 자매 같다. 남해바다도 매력적이다. 모래도 곱다. 모래사장에 발자국을 남기며 겨울바다의 낭만을 즐기는 연인들이 부럽다.


전남해양수산과학관, 수백 종의 바닷물고기와 어패류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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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밭에서 아낙네들이 갓을 수확하고 있다. 돌산도는 갓의 주산지다. ⓒ 이돈삼


무술목에서 나와 죽포로 가는 길은 갓이 지천이다. 어느 쪽으로 눈을 두든지 녹색의 갓이 펼쳐진다. 알큰하고 새콤한 김치로 버무려져 입맛을 돋우는 돌산갓이다. 겨울에도 눈이 내리지 않는 돌산도의 포근한 날씨와 바닷바람 그리고 황토 흙이 갓을 맛있게 만들어준다.

다른 지역 것보다 부드럽고 쉽게 물러지지 않는 게 이런 연유다. 돌산갓에는 단백질과 무기질, 비타민이 풍부하게 들어있다. 하여, 돌산갓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준다. 고지혈증 같은 성인병 예방에 좋다. 풍부한 유기산과 유산균, 식이섬유는 변비와 암을 예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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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일암에서 내려오는 길. 벽화가 여행객들의 눈길을 끈다. ⓒ 이돈삼


죽포삼거리에서 방죽포를 거쳐 향일암으로 간다. 주차장에 차를 두고 해안길을 따라 걷는다. 향일암(向日庵)은 해를 향한 암자다. 산길을 올라 절벽 위에 걸쳐 있다. 대웅전 앞마당에 섰다. 탁 트인 남쪽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망망대해다. 바닷바람이 시원하다. 마음 속까지 상쾌해진다.

향일암에서 내려와 다시 차를 타고 율림치를 넘어간다. 고갯길이 굽이굽이 돌아간다. 남해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도 있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풍치가 더 빼어나다. 길은 해안을 따라 적금마을과 읍내로 이어진다. 멋진 드라이브 길이다. 비경도 수없이 펼쳐진다. 횡간도, 월호도, 화태도가 손만 뻗으면 잡힐 것 같다. 비렁길이 있는 금오도도 보인다. 섬들이 등대와 어우러져 한 폭의 수채화로 살아난다. 온새미로다. 언제나 변함없이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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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산도 포구와 읍내. 해안도로를 타고 가다 만난 풍경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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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적사 입구. 사천왕상 대신 소나무 두 그루가 여행객을 반긴다. ⓒ 이돈삼


읍내를 앞에 두고 만나는 은적사도 호젓하다. 절 이름처럼 도로변에서 쉽게 보이지 않는다. 일주문 앞의 노송이 사천왕상을 대신하고 있다. 석벽은 벼랑을 이루고 있다. 절집도 아담하다. 동백나무와 후박나무 향이 은은하게 흐르고 있다.

해가 서편으로 부쩍 기울기 시작한다. 금세 어둠이 내려앉는다. 겨울 한나절이 유난히 짧게 느껴진다. 서둘러 죽포삼거리까지 가서 다시 돌산대교로 간다. 돌산대교의 야경을 보기 위해서다.

돌산공원에서 내려다보는 밤풍경이 황홀경이다. 대교에 여러 가지 색깔의 조명이 불을 밝혔다. 그 옆의 섬 장군도에도 형형색색의 조명이 들어와 있다. 오전에 들어가면서 봤던 풍광과 사뭇 다르다. 여수 시가지와 바다, 돌산대교와 장군도 야경이 한데 어우러져 거대한 성탄트리 같다. 바다를 오가는 유람선도 이국적이다. 때 묻지 않은 자연과 아기자기한 경물로 뭍사람들을 설레게 하는 돌산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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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산공원에서 바라 본 노을. 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저물어가는 것 같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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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산대교 야경. 불을 밝힌 돌산대교의 모습이 여수시내 국동항의 야경과 어우러져 황홀경을 연출한다. ⓒ 이돈삼


#돌산도 #여수 #돌산대교 #무술목 #은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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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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