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대구희망식당, 하지만 다시 시작이다

30일 대구희망식당 문 닫아..."2013년 봄에 시즌2로 다시 만날 것"

등록 2012.12.31 15:32수정 2012.12.31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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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희망식당이 30일 마지막 문을 열었다. 이날 많은 사람들이 식당을 찾아 불고기 메뉴로 식사를 했다. ⓒ 조정훈


"더불어 사는 삶이 맛있는 연대입니다. 희망식당이 그 첫걸음이기를…."
"영화 <레미제라블>을 보고 옆지기랑 들렀습니다. <레미제라블>의 마지막 엔딩곡 <내일이 오리라>가 떠오릅니다. 절망과 고통 속에 잠시 빠져 있던 나에게 울리는 희망의 메시지를 느꼈습니다. 희망식당은 내일을 만들어가는 작은 발걸음입니다."

2012년 마지막 일요일의 대구희망식당 메뉴는 떡국과 한우불고기, 팥죽이었다. 이날의 점장은 임성열 민주노총 대구본부장이고 주방은 인터불고호텔의 주방장인 윤명수 셰프가 맡았다. 이날은 희망식당 마지막 날이기도 했다.

첫 손님으로 김광석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의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찾았다. 이들은 푸짐하게 차려진 음식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실컷 먹고 5000원이라는 말에 더욱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햇다.

주인공 최동혁 역을 맡은 박창근씨는 "이렇게 푸짐하게 준비한 줄은 몰랐다"며 "대구에 희망식당이 있다는 소리를 듣고 이제서야 방문하게 돼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여주인공 박선영역의 이수진씨도 "정말 맛잇는 음식을 먹고 5000원이라는게 믿어지지 않는다"며 "희망식당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희망을 얻어가면 좋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배우 공정식씨는 방명록에 그림을 그려놓고 "쫄지마!! Happy하게 가는 거야. GoGo…"라고 썼다. 공씨는 "희망식당에서 밥 잘 먹고 힘내서 갑니다"라며 "김광석님의 노래가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희망을 주었듯이 희망식당이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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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희망식다에서 식사를 한 뮤지컬배우 공정식씨가 방명록에 그림을 그렸다. ⓒ 조정훈


대구희망식당을 찾은 많은 사람들은 마지막 문을 열었다는 것을 알고 아쉬워했다. 교사인 배종령씨는 "새해에는 천막농성장과 철탑 위에서 농성하는 노동자들에게도 희망이 있으면 좋겠다"며 "그동안 희망식당이 있어 좋았는데 문을 닫는다니 아쉽다"고 말했다.

공무원노조 박태희씨는 "따스한 정이 이어지는 대구지역이 되도록 지속적인 관심이 모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세상에서 가장 따듯한 연대가 2013년에도 계속 이어져야 한다는 의견을 보낸 이들도 있었다.


일일점장으로 희망식당을 도운 백창욱 목사는 "희망식당이 대구지역의 많은 활동가들을 모으고 함께 할 수 있게 만든 것 같다"며 "마지막까지 의미있는 자리를 마련해주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따신밥' 식당을 선뜻 내주고 희망식당을 운영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도움을 준 문원준씨는 "12년 동안 대구를 떠나 있다가 내려와서 지역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해주어 고맙다"며 "육체적으로는 힘들었지만 동지들을 만나고 희망을 얻었다"고 말했다.

문씨는 "2번 구속됐다 나오니까 많이 쫄게 되더라"며 "노동운동 하시는 분들이 매우 힘들다. 하지만 그분들이 힘을 얻고 꿋꿋하게 버텨야 우리 사회의 미래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해고노동자들에게 힘을 보탤 방법을 모색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주방장으로 수고한 인터불고호텔 주방장 윤명수 쉐프는 "나눠주는 것도 능력이 안 되면 못나눠준다"며 "힘들었지만 내가 가진 음식 솜씨로 많은 사람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대접해 뿌듯하다"고 말했다. 윤씨는 "내년 희망식당이 다시 문을 연다면 그동안 열심히 좋은 메뉴를 개발해서 더 좋은 음식을 선보일 것"이라며 희망식당이 다시 문을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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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희망식당이 문을 닫는다. 하지만 새롭게 정비해서 2013년 봄에 시즌2를 준비할 예정이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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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희망식당의 수익금으로 대구지하철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 상신브레이크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 영남의료원노조에 투쟁기금으로 전달했다. ⓒ 조정훈


이에 대해 희망식당 운영을 맡아온 인권운동연대 서창호 활동가는 "박근혜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 5명의 노동자가 돌아가셨는데 마음을 터놓고 술 한 잔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목소리가 많았다"고 말하고 "재충전을 통해 내년 봄에 희망식당 시즌2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날까지 운영한 수익금은 대구에서 해직돼 싸우고 있는 사업장의 해고노동자들에게 투쟁기금으로 전달됐다. 전체 수익금 1000여 만 원 중 경비를 제외하고 한 사업장에 250여만 원씩 나눠줬다. 대구지하철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와 상신브레이크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 영남대의료원 노조 등이다.

대구희망식당은 지난 11월부터 두 달 동안 9번 운영을 했다. 공지영 작가가 첫 번째 점장을 맡았고 많은 단체와 개인들의 후원도 이어졌다. 이날 후원금을 전달받은 해고노동자들은 "열심히 싸워 해고노동자들이, 비정규직이 줄어들도록 노력하겠다"며 감사했다.

대구희망식당은 더 많은 사람들이 모일수 있도록 준비를 해 2013년 봄에 시즌2를 준비한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제 시작이다."
#대구희망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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