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지도부 인정 않는 풍토 바꿔야"

[인터뷰] 문재인 캠프 상황실장 맡았던 홍영표 국회의원

등록 2012.12.31 17:18수정 2012.12.31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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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비정규직, 한진중공업과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등 수많은 노동현장에 갔다. 대선 패배 후 정리해고와 구조조정 등으로 밀려난 사람들의 좌절감이 가장 큰 문제다. 권력에 짓밟힌 공정방송을 지키려고 노력한 와이티엔(YTN)·엠비시(MBC) 기자들의 좌절감도 클 것 같다. 최근 자살한 한진중공업 노동자 최강서(34)씨 등의 빈소에는 차마 갈 수 없었다.

대선 패배의 원인은 여러 가지지만, 당 내부적으로 보면 어떤 리더십도 인정하지 않는 풍토가 가장 큰 문제였다고 생각한다. 최근 2년 동안 민주통합당의 지도부는 네 번이나 교체됐고, 국민들이 참여해 선출한 한명숙·이해찬 대표의 임기는 몇 개월에 불과했다. 리더십이 서지 않은 상황에서 지지층 확대와 야권연대 등 전략도 미흡했다"

야권은 19대 총선·18대 대선에서 완패했다. 민주통합당은 말 그대로 잿더미가 됐고, 야권을 지지한 유권자 중 많은 이들은 정신적으로 공황상태에 빠졌다. 18대 대선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캠프 종합상황실장을 맡았던 홍영표(54·부평을) 국회의원은 대선이 끝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울분을 삼키지 못했다.

홍 의원은 친노무현(친노) 정치인으로 통한다. 그래서인지 민주당 대통령후보 경선 때부터 문 후보 캠프에 일찌감치 결합했다. 먼저 대선 패배 원인을 묻는 질문에 홍 의원은 "정권과 보수언론이 만들어놓은 불공정 '룰'에 의해 공정한 경쟁이 처음부터 불가능했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합리적 보수층을 끌어안기 위한 준비 부족' 등도 원인으로 꼽았다.

또한 당내 경선의 후유증, 안철수 후보와 단일화 논의 등 시간 소비가 생겨 대선을 치를 실질적인 준비가 부족했다고 강조했다.

대선 패배 후 다시 언급되고 있는 '친노 패권' 논란에 대해서 홍 의원은 "당내 리더십을 인정하지 않는 뿌리에는 친노 논쟁이 있다, 당에 문제나 갈등이 발생하면 귀결은 친노였다"며 "나도 친노로 규정되지만 나는 왜 내가 친노인지 모른다, 국민에게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정신을 계승한다고 해놓고 문제가 생기면 친노라고 탓을 돌린다"고 말했다. 그는 "당내 패권 싸움을 위해 친노를 규정해 악용한다, 보수언론 등에서도 내부를 분열시키기 위한 하나의 기재로 활용했는데, 그것에 놀아나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홍 의원은 "민주당의 철저한 자기 반성과 당내 헤게모니를 잡기 위한 친노 프레임 정치 공세를 극복하고, 진보층은 물론 합리적 보수층과 50대를 끌어안을 수 있는 정책과 태세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지난 28일 여의도 국회의원실에서 진행한 인터뷰를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한 것. 인터뷰는 사전 질문 없이 진행됐다.

"민주당, 보수언론·여당 '친노프레임'에 놀아난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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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표 의원은 "대선 패배의 원인은 여러 가지지만, 당 내부적으로 보면 어떤 리더십도 인정하지 않는 풍토가 가장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 한만송


- 민주당이 형식적 민주주의에 빠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해 말부터 당내 선거가 너무 많아 지도부가 누구인지도 모르겠다는 말이 나왔다.
"대선을 평가하면 수천 가지 평가가 있겠지만, 대선 후 주요하게 지적된 것을 보면 먼저 민주당의 구조적 한계다. 당에서 어떠한 지도력도 인정하지 않는 정치 풍토와 문화가 심각한 문제다. 열린우리당 때부터 지도부가 수없이 교체됐다. 최근 2년 동안 지도부가 네 번 교체됐다. 국민참여경선을 통해 선출된 한명숙·이해찬 대표의 임기도 4~5개월에 불과했다. 뿌리 깊은 계파정치가 문제다. 당 차원에서 선거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다. 그 한계가 총선과 대선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정세균 대표는 2010년 지방선거에서 압승을 거뒀다. 하지만 한 달 뒤 실시한 재·보선에서 수도권 패배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한 대표도 총선 패배를 책임지고 그만두고, 이해찬 대표도 그랬다. 끝없이 뺄셈의 정치를 한 셈이다."

- 지도부 잦은 교체 이유는 무엇인가?
"민주당에서 문제나 갈등이 발생하면 귀결은 친노다. 친노의 실체는 없다. 내가 친노로 분류되는데, 왜 친노로 분류되는지 모르겠다. 참여정부에서 일을 했다고 하면 수많은 사람이 해당된다. 민주당은 국민에게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의 철학과 노선을 계승한다고 하면서도 친노라고 공격한다. 당내 헤게모니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친노 프레임이 등장한다. 보수언론과 여당도 우리 내부를 분열시키는 기재로 활용한다. 그것에 놀아난 셈이다.

특히 민주적 절차에 대해 승복하지 않는 정치문화가 심각한 문제이다. 16대 대선 때 노무현 후보 뽑아 놓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노 후보를 흔들었냐. 국민도 참여해 뽑은 이해찬 대표도 흔들었다. 대선 때도, 경선 '룰'을 누가 만들었냐. 친노가 골방에서 만든 것이 아니다. 반노 인사로 불리는 추미애 위원장이 후보 진영 대리인과 (룰을) 만들었다. 그런데도 룰이 문제라고 흠집을 낸다. 문재인 캠프 본부장 중 친노 인사로 분류되는 사람은 나 하나였다. 김부겸·이인영·박영선 본부장이 친노인가?"

- 여당 유력 정치인이 이번 대선에서 호남이 무주공산이라고 평가할 정도로 민주당 일부 국회의원은 선거운동을 거의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민주당에서 리더십을 인정하지 않고, 민주적 절차를 승복하지 않는 것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길거리에 나와 유권자를 만나는 것만이 선거운동은 아니겠지만, 유권자에게 절실함을 보여주는 것인데, 안타깝다. 대선에 여러 의미가 있지만, 집권당 심판이 중요한데 그것이 빠졌다. 이명박의 '1% 기득권층'을 위한 정책과 4대강 사업 등으로 민생이 파탄났고, 서민 경제가 망가졌다. 그런데 우리는 당내 경선 후유증과 안철수 후보와 단일화에 시간을 소비했다. 여기다 보수언론은 정치를 싸잡아 구태 행위라며 정치 불신을 조장했다. 결국 새누리당만 환호한 것이다.

안 후보가 국회의원 정수 축소를 주장했는데 서울 지역구보다 7배 큰 지역구에 국회의원 1명은, 지역 대표성을 인정하지 않게 된다. 논쟁까지는 좋은데, 모든 것을 구태로 몰아 시간과 역량이 분산됐다. 정권 심판과 경제민주화 문제 등이 모두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미래 비전을 국민과 소통하려하는 것이 차단됐다. '단일화 블랙홀'로 인해 안 후보 사퇴 전까지 정권심판 등은 언론에 나오지도 않았다. 잠재력을 극대화하지 못하고, 국민의 열정을 모아내지 못했다. 공중파를 비롯해 보수언론도 편파적 보도만을 했다."

- 언론이 공정하지 못했다는 이야기인데?
"예견은 했지만 언론 상황이 좋지 않았다. 보수언론이 정권교체의 열망을 단순히 '새 정치'라는 프레임에 가둬놨다. 우리도 단일화 프레임에 빠져 이를 극복하지 못했다. 더욱이 단일화로 인해 외연 확장 시기를 놓쳤다. 합리적 보수까지 흡수할 수 있는 시간적 여력이 없었다. 진보진영이 고민해야 할 대목이다. 외연 확장 노력 없이는 의회권력 교체와 정권 교체는 불가능하다."

"대선에서 저소득층의 불안감 작용했다"

- 이번 대선에서도 인천이 전국 민심의 바로미터라는 것을 입증했다. 인천지역 선거전에서 민주당이 무능했다는 평가도 상당하다.
"18대 총선을 보면, 부평 을 지역구에서 1만5000여 표 정도 이겼는데, 이번에는 8000여 표 차이로 이겼다. 저소득층이 밀집한 연립주택이 많은 산곡1·청천1동에서 졌다. 전국 상황과 같이 월소득 200~500만 원을 벌고, 고학력층인 중산층에서 문 후보가 이겼다. 이는 '지금도 나쁘지만 지금보다는 나빠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저소득층의 막연한 불안감 때문인 것 같다. 50대도 비슷했던 것 같다.

새누리당은 당내 경선을 빨리하고 내홍도 최소화했다. 득표에 큰 도움은 안 되지만 이인재 등을 영입하면서 외연을 넓혔다. 반면 우리는 당내 경선 후유증과 안철수 후보와 단일화 등으로 외연을 확장하지 못했다."

- 대선 후 벼랑 끝에 몰린 노동자들이 자살하고 있다. 쌍용자동차와 한진중공업 문제와 해고 언론인 문제는 새 정부 초기에 압박해 풀어야 하는 것 아닌가?
"대선 패배 후 절망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혹한에서 고공농성 하는 분들, 한진중공업 문제를 비롯해 노사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곳 등이다. 특히 해고자가 나온 YTN·MBC 기자들도 실망이 클 것이다. 이명박 정권에서 MBC노조를 비롯해 언론이 권력에 철저히 짓밟았다. MBC노조원들이 느끼는 좌절감은 상상하기 힘들 것 같다. 다시 손을 잡고 일어서야 하는데... 솔직히 이번에 돌아가신 분들 장례식장에 못 가겠다. 다른 때는 꼬박꼬박 갔는데, 도저히 못가겠다.

그래도 1469만 명이 꿈꾼 새로운 대한민국을 희망으로 삼고 가야 한다. 우리 민주당과 진보진영 전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1469만명에서 더하기가 될 수도 있고 빼기가 될 수도 있다."

- 한국지엠 고용 문제가 또 다시 대두되는데.
"대선 기간에도 정부와 산업은행(이하 산은)을 만나 산은의 주식(보통주) 매각은 안 된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호샤 한국지엠 사장을 만나서도 한국정부와 지역 주민이 불안해하는데, 왜 신뢰감을 주지 못하느냐고 말했다. 한국지엠의 발전을 위한 중장기 계획을 만들어야 한다."

- 2013년 의정활동 방향은?
"입법 분야에서는 '고용상 연령 차별금지 및 고용자 고용 촉진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정년을 60세까지 늘리고, 독립유공자 후손을 위해 '독립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또한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법률과 수도권매립지 문제 해결을 위한 법안도 정비가 필요하다.

지역 문제로는 청천농장과 부평공단 고도화 사업을 지식경제부와 논의해 추진할 것이다. 낙후한 두 곳의 경쟁력을 높이고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서는 구로공단처럼 변화가 필요하다. 이밖에도 부평미군기지 부분 이전으로 장고개길을 조기에 개통하고 서울지하철 7호선 추가 연장 예산을 확보하는 데 주력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홍영표 #한명숙 #이해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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