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을 질투한 오펜하이머...왜?

[서평] <아인슈타인과 오펜하이머>

등록 2013.01.01 11:01수정 2013.01.01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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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최고이자 최악의 발명품, '원자폭탄' 이 발명은 프로메테우스가 제우스 신의 불을 훔쳐내 인간에게 가져다 준 사건에 비견되곤 한다. 저널리스트인 카이 버드와 영문학과 미국 역사학 교수인 마틴 셔윈은 '원자폭탄의 아버지'인 오펜하이머를 두고, 자신들의 저서인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사이언스북스)에서 '미국의 프로메테우스'라고 칭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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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과 오펜하이머> 표지 ⓒ 시대의창

하물며 <사이언티픽 먼슬리>는 히로시마 원자 폭탄 투하를 보고, "현대의 프로메테우스들은 다시 한번 올림푸스 산으로 돌격해 인간을 위해 제우스의 벼락을 가지고 돌아왔다"라고 썼다. 그 업적으로 보아, 인류의 역사가 다시금 원자폭탄의 발명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이다.


여기 오펜하이머와 더불어, 원자폭탄에 깊숙이 관련된 사람이 있다. 그 이름도 유명한 '아인슈타인' 등 두 천재가 빚어낸 이야기가 어떤 재미를 선사해줄지 자못 기대가 된다. 그리고 이 둘에 관한 책 <아인슈타인과 오펜하이머>(시대의창)은, 기존의 수많은 아인슈타인과 오펜하이머에 관한 책들과는 어떤 차별점을 둔 채 나에게로 다가와 무슨 말을 걸까? 기다리지 말고 위대한 창조자이자 파괴자인 이들에게 직접 다가가보자.

원자폭탄과 두 천재

원자폭탄과 '아인슈타인', '오펜하이머'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원자폭탄의 아버지'라고 불리우는 오펜하이머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상대성이론'으로 뉴턴 이후의 과학계 역사를 바꾼 아인슈타인은 원자폭탄과 동떨어진 인물인 것 같은데 말이다.

아인슈타인은 "루스벨트에게 편지를 써서 핵분열이 얼마나 가공할 위력을 지녔는지, 국가적인 이익(군사, 정치)을 줄 수 있는지 그리고 나치 독일이 먼저 핵무기를 만들 위험도 있다는 사실을 알린다." 2차 대전이 끝난 후에 공식적인 발표에서 아인슈타인은 자신과 원자폭탄과의 관계는 루스벨트에게 보내는 편지가 전부라고 밝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저자는 말한다.

"1940년 6월까지 브릭스 위원회(국립표준국 국장 리만 브릭스를 위원장으로 하는 특별위원회를 조직해 원자폭탄의 가능성에 관한 보고서를 검토)에 깊이 관여한 것은 물론이고, 폭탄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일부 연구를 직접 지휘하기도 했다. 더욱이 한창 전쟁 중이던 1943년 겨울과 1944년에 벌어진 일과도 관련 있었다."(83~84쪽)


반면 오펜하이머는 "핵폭탄 제작에 관해서는 물론이고 그 정치적 활용에 대해서도 당대 최고의 지식을 가진 사람이었다." 또한 그는 원자폭탄 개발을 위한 '로스앨러모스 연구소'의 수장이었다.

"오펜하이머의 지휘가 아니었다면 일본에 사용된 폭탄은 결코 제시간에 완성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만큼 오펜하이머의 어깨에 지운 책임감은 누구보다 컸고 따라서 그에게 돌아간 명예는 정당한 것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원자폭탄을 창조하는 데 가장 많은 기여를 했다는 죄책감도 누구보다 컸다."(235쪽)

그렇다면 원자폭탄의 파괴력을 여실히 보여주며 인류에게 크나큰 충격과 공포를 안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자폭탄 투하 이후 이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에 우라늄 원자폭탄이 터지고 아인슈타인은 "비통하다!"고 외쳤다고 한다. 원자폭탄을 직접 개발한 로스앨러모스 과학자들도 이를 보고 "예상하지 못했던 강력한 폭발"이라며 놀랐다고 한다.

오펜하이머는 어땠을까? 그의 생각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이렇다. "대단한 위기의 순간이지만, 희망의 순간이기도 하다. 평화를 위한 변화의 시작을 알리는 가능성이 펼쳐지는 순간이다." 그럼에도 그는 원자력을 제어하고, 원자폭탄 생산을 억제할 수 있는 협의체를 만들 것을 제안하기도 한다.

위대한 인물은 필요한 시기에 발견되었을 뿐

이 두 '천재'와 원자폭탄과의 관계를 알아보았다. 하지만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이 관계에 있지 않다. 그게 전부였다면 이 책에서 건질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인가? 한마디로 말한다면 이 두 '천재'는 굉장히 운이 좋다는 것이다.

저자는 아인슈타인 같은 사람은 항상 있었다고 하면서, 그가 남긴 위대한 업적은 다른 어떤 개인이나 단체도 남길 수 있었다고 말한다. 아인슈타인이 활약할 시점이 딱, 뉴턴의 만유인력법칙이 한계를 만난 시점이었다는 것이다.

오펜하이머는 어떤가? 1925~26년이라는 물리학에서의 역사적인 시기에 그가 있었기에, 양자물리학의 창시자가 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가 아니었다면 다른 누군가 그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천재'라는 수식어에 가려 그들 즉, 아인슈타인과 오펜하이머만 부각될 뿐이지 그의 업적을 둘러싼 배경은 모두 사라지고 말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아인슈타인과 오펜하이머도 개인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행위를 판단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단지 그들의 삶을 통해 개인으로서 그들과 그들이 속한 환경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한 것이다. 개인적, 사회적 수준에서 볼 때 도대체 위대함이란 무엇인지 묻는 책이다.(11쪽)"

천재의 의미는 명석한 두뇌 그 이상...

책은 총 6부로 나뉘어 아인슈타인과 오펜하이머를 심도 깊게 다루고 있다. 1부와 3부에서는 아인슈타인와 오펜하이머가 원자폭탄과 그 활용, 그리고 전쟁 이후의 미소 관계에 미친 원자폭탄의 존재에 대한 것을 다루고 있다.

이 두 천재는 세대가 조금 다른 만큼 다른 사회적 배경에서 살았는데, 6부에서는 이에 대한 기술을 한다. 간단히 살펴보자면, 아인슈타인은 개인주의적인 입장인 반면 오펜하이머는 집단주의를 강조했다. 그 연유는 아마도 어릴 때의 교육에서 일 것이다. 같은 유대인이면서도 아인슈타인은 독일에서 자신이 유대인이라는 점을 확고히 하는 어린 시절을 보낸 반면, 오펜하이머는 미국에서 정체성 혼란을 느끼며 자신이 유대인이라는 점을 숨기려 했다. '미국인' 집단 안에서 자신의 출신을 숨기려 했을 것이다.

이 둘은 힌두철학을 접해 많은 관심을 보였는데, 과학철학자라 불릴 정도로 철학적 토대가 깊은 아인슈타인을 오펜하이머는 질투했다. 오펜하이머의 질투는 아인슈타인 10주기 연설에서 극에 달한다. 오펜하이머는 아인슈타인을 존경했음에도 이런 질투의 흔적은 곳곳에서 보인다.

"젊은 시절 그가 쓴 논문들은 놀라울 정도로 아름답지만 오류투성이였으며, 이를 수정하여 출판하는 데 10년이 걸리기도 했습니다. 오류를 수정하는 데만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으니 참으로 대단한 사람이었습니다."(391쪽)

그럼에도 이들은 언제나 "새롭고 낯선 것, 기존의 생각에 들어맞지 않는 것을 대할 때는 반갑게 맞아들이고 배워야 할 의무"(417쪽)를 지니고 있었다. 성취나 실패와는 상관없이 항상 새롭게 나아가야 할 지향점을 성정하고 높은 이상을 향하여 꿋꿋이 달려가는 비범함을 잃은 적이 없는 것이다. 저자가 강조하는 천재는 이렇듯 명석한 두뇌 그 이상이다.

아인슈타인과 오펜하이머. 이들을 두고 '위대'하다고 말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들을 단지 '천재'라는 틀 안에 가두고 보지 말고, 위대함의 시각을 갖고 보자. 이 책을 읽어야 할 진짜 이유이다.

"위대함이란 특정한 도덕적 속성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니다. 한 개인의 선행이나 고결함도 아니다. 인간관계에 속한 것도 아니다. 도덕적인 선함, 올바름, 친절, 민감함, 유쾌함, 예술적이거나 과학적인 재능에 관한 것도 아니다. 어떤 사람이 보통 사람으로서는 할 수 없는 일을 의도적으로 이룩하여 인류를 만족시키거나 인류 공동의 이익에 큰 영향을 끼쳤다면, 바로 그 사람을 우리는 위대한 사람이라고 부른다.(Berlin 1981, 32)"(17쪽)
덧붙이는 글 <아인슈타인과 오펜하이머>, (실번 S. 슈위버 씀 | 김영배 옮김 | 시대의창 펴냄 | 2013-01-02 | 22000원)

아인슈타인과 오펜하이머 - 원자폭탄의 창조자이자 파괴자이고 싶었던 두 천재 이야기

실번 S. 슈위버 지음, 김영배 옮김,
시대의창, 2013


#아인슈타인 #오펜하이머 #원자폭탄 #천재 #프로메테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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