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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찬 신예 이주승 "노는 것, 쉬는 것? 연기보다 재미없다!"

[인터뷰] 야기라 유야도 이제훈도 그만, 영화 <누나>의 이주승을 기억하는 법

13.01.07 09:27최종업데이트13.01.07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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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누나>의 한 장면. ⓒ 영화제작소 정감


'독립영화계의 이제훈', 혹은 '한국의 야기라 유야'. 이런 수식어는 이제 접어둘 때가 된 것 같다. 신예 배우 이주승을 두고 붙은 이런 별명을 두고 물론 본인은 과찬이라며 겸손한 반응을 보였지만, 이주승이 스스로 자신을 증명해 낸 흔적들을 보면 이젠 온전히 받아들여야 할 때가 왔기 때문이다.

이주승이 저예산 장편영화 <누나>로 돌아왔다. 배우 성유리와 함께 말이다. '원조 국민 요정'과 호흡을 맞췄지만 담담한 반응이었다. 1989년생, 가수 핑클을 기억하기엔 어린 나이다. 어쩌면 다행이었던 건 성유리를 톱가수가 아닌 배우로 기억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진짜 누나처럼 편하게 대해줬다"며 촬영 당시를 회상하는 이주승은 철저히 같은 배우로서 성유리와 호흡했다.

작은 변신이지만 큰 의미, <누나>에서 이주승이 보인 진면목

영화 <누나>는 알려진 대로 작은 신문 기사 한 줄에서 시작된 작품이다. 장마철 급류에 휩쓸려간 누나를 구하고 그의 동생이 대신 사망했다는 보도였다. <누나>는 아픈 기억을 갖고 사는 누나에 초점을 맞추고 그녀가 살아가는 삶을 담담하면서 따뜻하게 다룬 힐링 무비, 여기서 이주승은 누나(성유리 분)의 죽은 동생을 상기시키는 진호로 분했다.

사실 이주승은 어둠의 기운에 어울릴 법한 이미지였다. 데뷔작 <청계전의 개들>(2007)을 비롯해 첫 장편 주연작 <장례식의 멤버>(2008) 그리고 <간증>(2010) 등을 출연하면서 그에 대한 이미지가 만들졌기 때문이다. 한창 주목을 받던 이제훈과 비교되기 시작한 것도 이런 작품들 덕이 컸다. 그런데 비슷한 시기에 출연했던 <누나>(2010)는 전혀 다른 작품이었고, 개봉이 최근으로 밀렸던 게 그에겐 하나의 기회가 됐다.

"관객들이 우시고 반응을 해주시니 신기했어요. 따뜻한 영화였잖아요. 그간 전작들은 여운은 남지만 우울한 역할들을 해왔거든요. <누나>가 상처가 있는 사람에겐 위로가 될 수 있고 없는 사람에겐 주위사람을 돌아볼 수 있는 힐링영화거든요. 이번 영화에서 제가 맡은 캐릭터가 거친 성격에 나쁜 짓도 저지르는데 그게 나빠 보이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동안의 배역들이 고독한 역할이었다면 이건 외로운 역할이라고 생각했죠."

고독과 외로움을 논하는 이주승에게 그 차이를 물었더니 "고독은 스스로 만드는 감정이고 외로움은 주변 때문에 만들어지는 감정"이라고 설명했다. 차이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정의하고 있는 모습이 이주승이 보이는 세밀한 표현의 비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 영화제작소 정감


'본능형 연기' 배우 이주승의 잠재력이 발휘되기 시작하다

이주승은 최근 약 2년의 군대 생활을 마쳤다. 그는 한결 편안해진 표정으로 "인생의 숙제 같은 걸 미리 해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제대와 동시에 소속사도 들어갔다. 이제 갖고 있는 걸 하나씩 풀어놓을 타이밍인 셈이다.

"중3때 길거리 캐스팅을 당했는데 사기였어요. 그때 그런 일이 많았다고 하더라고요. 고등학교 입학을 하고 바로 연극부에 들어갔고 연극과 단편영화를 찍으면서 연기를 배웠어요. 당시 동아리가 생긴 지 얼마 안돼서 제가 부장으로 활동하면서 살리고 싶은 생각이었죠.

원래 태권도를 했었어요. 연기는 운동을 그만두면서 시작했죠. 태권도 선수로 활동하려다 '사람을 왜 때려야 하지?'하는 마음이 들어서 그만 두게 됐어요. 다행히 연기를 하겠다고 했을 때 부모님이 믿어주셨어요. 고등학생 때 알파치노의 장님 연기를 보고 처음 배우가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을 표현하고 내면의 감정을 표현하는 그런 배우를 꿈꾸기 시작했죠."

운동을 했다고 '액션'으로만 몰아가는 우를 범하지 말자. 그동안 이주승을 캐스팅했던 감독들이 자연스러운 그의 감정 표현력에 반했으니 말이다. 대학 입시를 위한 실기 시험을 포기하고 찍은 <장례식의 멤버>가 그랬고, 허진호 감독의 연극 <낮잠>에 출연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진실성이 돋보였던 그의 표현력 때문이었다는 후문.

"두 작품 모두 어떤 대사로 오디션을 본 게 아니라 감독님과 자연스럽게 대화만 하는 과정이었는데 붙게 됐어요. 집에 돌아가서는 떨어진 줄 알고 있었는데 연락이 왔어요. 당시 맡았던 캐릭터가 감정의 변화가 없어야 했고, 감정 표현도 과하지 않아야 했는데 감독님들이 제 좋은 면을 잘 봐주신 거죠.

평소에 친구들과 음주도 즐기고 수다도 떨지만 연기할 때만큼 희열을 느끼지 못해요.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연기하는 순간이고요. 남들은 다들 재미있게 사는데 전 남들보다 예민하고 어둡고 말도 많지 않거든요. 연기는 죽을 때까지 할 거 같아요."

ⓒ 영화제작소 정감


간결한 그의 표현에서 오히려 연기에 대한 열정을 크게 느낄 수 있었다. 그저 "작품이 들어오면 그것 하나에 몰입할 뿐"이라며 이주승은 자신의 생각을 과장하지도 에두르지도 않았다.

"머리가 나빠서인지 어떤 상황에서 임팩트를 줘서 연기하진 못해요. 그저 끊임없이 대본을 봐요. 작품 들어가면 100번은 넘게 보는 거 같아요. 그렇다고 밑줄은 치지 않아요. 그냥 전체를 외우는 게 제겐 편하더라고요.

제 장점이자 단점이에요. 배우는 도자기를 만드는 사람과 똑같다고 생각하거든요. 도자기를 만들 때 부수적인 거, 그러니까 인테리어 이런 거에 신경을 쓰면 잘 안 나오잖아요. 영화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영화는 결국 대본이죠. 촬영에 들어가도 매일 봐요. 해낸 신들에 엑스 표시를 하는데 그 희열이 되게 커요(웃음)."

이윽고 영화계는 이주승이라는 배우를 보다 자세히 주목해야 할 것 같다. 말이 길지 않으며 자신의 일에 분명한 애정과 철학이 있었다. "배우가 되기 전에 사람이 되라는 말을 새기고 있다"며 이주승은 "연기를 잘한다는 말보단 '저 배우, 참 좋아'라는 말이 듣고 싶다"고 말했다. 어떤 화려한 수사보다도 그가 바라는 최고의 칭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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