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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로로가 안경 쓰지 않았다면 성공했을까?

[인터뷰] 10주년 기념 '뽀로로 극장판 슈퍼썰매 대모험' 제작한 오콘 김일호 대표

13.01.20 10:42최종업데이트13.01.20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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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로로 극장판 슈퍼썰매 대모험>은 '뽀로로' 탄생 1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극장용 장편 3D 애니메이션이다. 1월 23일 개봉 ⓒ OCON/ICONIX/EBS/SKbroadband


옛말에 우는 아이를 달래는 건 곶감이었다. 21세기, 곶감보다 무서운 건 뽀로로다. '어린이들의 대통령', 이른바 '뽀통령'이라 불리는 펭귄 캐릭터 뽀로로가 탄생 10주년을 맞았다. 2003년 EBS TV 애니메이션 <뽀롱뽀롱 뽀로로>를 처음 접했던 7살 어린이가 자라서 고등학교 2학년이 될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10여 년 전, 애니메이션 기획업체 아이코닉스와 손을 잡고 뽀로로를 만들어낸 오콘 김일호(45) 대표는 감회가 새롭다. 80억 원을 들여 제작한 3D 애니메이션 <뽀로로 극장판 슈퍼썰매 대모험>(이하 <슈퍼썰매 대모험>)의 개봉(1월 23일)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120개국으로 수출된 한류스타이자 브랜드가치 8천억 원의 국민 캐릭터로, 게임·뮤지컬·완구·테마파크 등 다양한 부가사업으로 확장됐지만 영화화는 이번이 처음이다. 잘 나가는 자식 덕에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고 있는 '아빠' 김일호 대표를 지난 17일 경기도 판교의 오콘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앞으로 10년'의 과제, 세대 넘어선 브랜드

'뽀로로' 제작사 오콘 김일호(45) 대표 ⓒ OCON

<슈퍼썰매 대모험>이 TV시리즈와 가장 크게 다른 점은 이미지와 이야기의 '스케일'이다. 뽀롱마을을 거의 벗어나 본 적이 없는 뽀로로와 친구들은 노스피아에서 열리는 슈퍼썰매 그랑프리에 참가한다. 자연히 무대는 넓어지고, 캐릭터도 다양해졌다. 김일호 대표는 "영화를 기획할 때, 뽀롱마을을 떠나는 '모험'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기존 정체성을 잃지 않도록 신경 썼다"며 "아이들이 주관객이지만 가족영화이기 때문에 연령대에 따라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유아들은 뽀로로가 나쁜 악당을 물리치고 챔피언이 됐다는 흐름 정도를 따라갈 수 있어요. 그보다 나이가 많은 아이들은 개연성과 교훈까지 봐요. 이 영화에는 크게 세 가지 교훈이 담겼어요. '정의가 승리한다'도 있지만, 더 중요한 건 '챔피언은 혼자서 되는 것이 아니'라는 우정에 관한 이야기에요. 또, '슈퍼썰매 챔피언만 챔피언이 아니'라는 평등에 대해서도 말하죠."

김일호 대표는 유아가 아닌 가족단위 관객을 타깃으로 한 점과 함께 3D 기술도 이번 극장판의 요점으로 짚었다. 오콘은 기술의 가능성을 보기 위해 에버랜드에서 1년 반 동안 뽀로로 3D 어드벤처를 운영했다. R&D(연구 개발) 목적이었지만, 500만 관객이 찾으며 쏠쏠한 '재미'까지 봤다.

중국을 파트너로 글로벌 시장 진출의 발판을 삼은 점 역시 이번에 획득한 성과다. 중국으로부터 제작비의 30%를 투자 받고 현지 제작진들이 참여한 <슈퍼썰매 대모험>은 외화가 아닌 합작품으로 중국 내 6천 개의 상영관에서 개봉할 수 있게 됐다. 중국 개봉을 시작으로 베를린 영화제와 칸 영화제를 통해 본격적으로 세계 시장에 나설 계획이다.

"지난 10년간, 뽀로로를 좋아하던 아이들이 성장해도 또 좋아하는 아이들이 생겼어요. 그걸 믿고 게을러질 수 있죠. 그래서 크리에이티브란 계속 진보해야 한다는 것을 제 1 원칙으로 삼고 있어요. 이번에 시도하는 영화는 본격적인 비즈니스를 전개하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실질적인 부가가치를 발생시키고, 세대를 넘어 공유할 수 있는 브랜드가 되는 것이 '앞으로 10년'의 과제예요. 그런 의미에서 뽀로로 극장판은 2년 마다 한 편씩 만들어낼 생각입니다."

<뽀롱뽀롱 뽀로로>의 저작권은 오콘·아이코닉스·EBS·SK브로드밴드가 가지고 있다. ⓒ OCON/ICONIX/EBS/SKbroadband


'평범한' 옆집 아이 뽀로로, 하지만 세상에 없는 펭귄

김일호 대표가 성공을 예감한 것은 뽀로로가 3살이 되던 해, 팬레터가 날아들기 시작하면서부터다. 내용은 대개 '고맙다'는 것. '설거지를 편하게 할 수 있어서' '아이가 한글을 배울 수 있게 해줘서' 부모들은 뽀로로에게 감사를 표했다. 주전자에 몸이 낀 아이를 구조할 때 뽀로로 시청이 큰 도움을 줬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김 대표는 "돈을 주고 물건을 산 소비자의 고맙다는 말은 기업을 운영하며 누릴 수 있는 최고의 가치"라고 말했다.

뽀로로가 처음부터 모두에게 될 성 부른 나무로 보였던 건 아니다. 김 대표는 "뽀로로가 만들어졌을 때, 확 끌어들일 만한 요소가 없어서 투자를 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며 "오히려 자극이 없는 순한 콘셉트로 밀어 붙였더니, 부모 입장에서는 그 점을 좋아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뽀로로를 한 마디로 표현하면 '평범함'이에요. 주인공은 보통 해결사나 영웅이죠. 하지만 뽀로로는 문 열고 나가면 볼 수 있는 옆집 아이 같아요. 잘 하는 것도 없고, 실수투성이인데다가 아직 어려서 아장아장 걷죠. 이야기도 별나라 달나라가 아닌 일상을 다루고 있어요. 아이들을 기다려주고 느리게 가는 것이 핵심이었는데, 그게 부모의 심정이었던 것 같아요. 뽀로로를 만들 때 우리 스태프들이 다 서너 살 된 아이를 둔 부모였거든요."

지난 17일 <슈퍼썰매 대작전> VIP 시사회에 앞선 간담회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가 "'엉성'한데 그렇게 사랑을 받아요?"라고 표현한 것이 바로 '평범함'이라고 김 대표는 말한다. 하지만 '엉성'하게 만들지는 않았다. 뽀로로는 수도 없는 스케치를 거쳐서 지금의 모습이 됐다. 가끔 '뽀로로가 안경을 쓰지 않았다면 이렇게까지 인기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뽀로로의 '안경빨'은 중요한 디자인 포인트다.  

뽀로로 캐릭터 디자인 과정 ⓒ OCON


"개미핥기가 주인공인 거 봤나요? 동물 주인공은 대개 곰 공룡 토끼 고양이 등 몇 가지 중에 하나죠. 실은 펭귄도 많거든요. 그래서 뽀로로가 펭귄이라는 건 중요하지 않아요. '어떤 펭귄'이냐가 중요했죠. 7~8명의 디자이너들이 천 장 이상의 스케치를 했어요. 그러다가 직업을 떠올렸고, 비행사가 되고 싶어 하는 펭귄을 그려봤어요. 모자와 고글을 씌웠더니, 우리만의 펭귄인 뽀로로가 탄생했죠."

오콘은 뽀로로를 필두로 다양한 가족용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만들어낼 계획이다. 우선 카카오톡 기반의 콘텐츠 플랫폼 카카오 페이지를 통해 선보일 1020 대상의 2분짜리 모바일 시트콤 애니메이션과 300억 제작비의 극장판 애니메이션을 구상 중이다. 뽀로로 극장판을 계기로 조직한 영화팀을 제대로 활용할 셈이다.

17년 전, 매킨토시 한 대를 사서 혼자 시작한 오콘은 이제 약 150명의 직원이 이끄는 기업이 됐다. 김일호 대표는 자신이 오히려 뽀로로 덕분에 돈도 벌었지만, 많은 걸 배웠다고 말한다. 이 정도면, 열 자식 안 부러운 펭귄이다.

뽀로로 오콘 김일호 뽀통령 슈퍼썰매 대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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