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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건달>, 조폭코미디의 부흥일까?

13.01.22 13:26최종업데이트13.01.22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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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건달> 포스터 ⓒ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2002년 월드컵 전후로 극장가를 평정했던 '조폭 코미디'라는 장르가 있었습니다. 황금기보다는 앞서지만 <No.3>부터 <조폭마누라>, <달마야 놀자>, <신라의 밤>, <두사부일체>, <가문의 영광>까지 '조폭코미디=흥행'이라는 공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조폭코미디는 '있었습니다.'라고 표현할 만큼 몇 년 후, 뿌리 채 뽑힌 듯 사라졌습니다. 몇몇 작품들이 그 후광의 힘을 얻고 싶었던 것인지 혹은 찬란했던 과거의 맥을 잇고자 했던 것인지, 연달아 후속을 내놓았지만 관객들에게 철저하게 외면당했습니다.

그리고 작년 12월, 크리스마스 시즌을 노렸던 <가문의 영광5>마저 흥행참패를 당했습니다. 내용 측면에서도 개봉한지 8년이나 된 <타짜> 패러디까지 하는 것을 보며, 이젠 '조폭코미디=흥행참패'라는 공식을 만들어야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깊었습니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박수건달>이 '조폭코미디'를 표방하며 등장했습니다. 왜 다시 조폭코미디인지는 모르겠지만 조폭+아내의 조합인 <조폭 마누라> 1편과 3편의 조폭 전문 감독 조진규와 <편지> <달마야 놀자>에서 조폭 역으로 강한 인상을 주었던 배우 박신양을 보며 '제일 자신 있는 걸 했겠구나.'하는 짐작은 듭니다. 하지만 조폭코미디의 한계성이 드러난 상황에서 흥행에 대한 큰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조폭코미디의 힘은 코미디의 기본인 정반합(正反合)을 웃음과 감동으로 풀어내는 과정에서 조폭의 특징인 가부장적 욕설과 폭력성을 의리와 가족애로 정당화시키는 겁니다. 다 같은 조폭이지만 의리와 가족애를 지키는 착한 조폭과 그것을 저버리는 나쁜 조폭을 만들어 그들의 욕설, 폭력성을 카타르시스로 만들어버립니다. 여기에 극의 긴장감을 풀어주는 장치로 화장실 유머와 무지를 넘어 무식을 웃음으로 사용합니다. 부하가 바보 같은 소리를 하면 보스가 부하를 때리면서 웃음을 만들어내는 상황극 같은 것 말이죠.    

<박수건달> 역시 무속인과 조폭이라는 어색한 조합 속에 정반합(正反合)을 만듭니다. 여기에 차기 보스를 노리는 나쁜 조폭 태주(김정태)와 착한 조폭 광호(박신양)의 대립도 담겨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 뼈대는 분명 '조폭 코미디'가 맞는데 어딘가 일반적인 조폭영화와는 다릅니다. 화장실 유머나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야한 장면하나 없고 조폭들의 언행에서 폭력성과 욕설이 사라졌습니다. 너무나 순해진 조폭들을 보며, 이것을 "외면당했던 조폭코미디들의 반성과 새로운 조폭코미디의 비전으로 볼 수 있는가?"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박수건달>은 조폭코미디를 언급하지만, 조폭코미디라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분명 후반부 조폭코미디의 당연한 공식들이 준비된 밥상처럼 차려 놓여는 있는데, 이상하게 정색하며 보게 됩니다. 조폭코미디에 당연히 있어야할 유혈 낭자한 싸움이 부자연스럽게 느껴지고, 나쁜 조폭 태주는 심술 난 5살짜리 꼬마 마냥 악역이 되어야 하는 당위성도 부족합니다.

거기에 메인갈등이 빈약해서 솔직히 지금까지도 왜 박수와 건달이 공존할 수 없는지,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대답조차 모르겠습니다. 오히려 이 영화의 힘은 초중반 광호가 박수가 되는 과정에 있습니다. 신내림 받는 생소한 장면으로 이목을 끌고 광호를 박수로 이끌어 주기 위해 등장하는 황 검사(조진웅)의 웃음과 수민(윤송이)의 눈물이 영화를 이끄는 힘을 만들어냅니다.

모세의 기적으로 홍해가 갈라지듯 조진규의 기적은 영화를 두 가지 정서로 갈라버렸습니다. 그리고 조폭 전문 감독의 손에서 태어난 영화가 <조폭 마누라>의 뼈대보다 김영탁 감독의 <헬로우 고스트>의 살코기 맛이 더 강한 아이러니가 발생했습니다. 뼈대인 조폭코미디 플롯을 이끌어가야 하는 광호와 태주의 대립보다 특별출연인 황 검사의 에피소드가 더 설득력 있고 재밌습니다.

웃으면서 들어갔는데 정색하며 나온 영화였습니다. 주객전도라고 설명할 수밖에 없는 이 영화는 조폭코미디라는 장르를 그저 후반부 액션을 위한 아주 작은 부분로만 사용합니다. 과연 관객들이 이 영화를 조폭코미디라서 찾을까요? 조폭코미디의 부흥을 일으킬 영화로 보이지만 속을 까보면 오히려 조폭을 거세시켜서 성공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조폭 코미디를 그대로 따랐던 <가문의 영광5>가 흥행에 실패하고, 오히려 조폭코미디의 공식을 벗어버린 <박수건달>이 흥행에 성공하는 것을 보며 어쩌면 이젠 조폭코미디의 멸종을 선언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hoohoots)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조폭코미디 박수건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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