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이야기가 있는 카페

<햇살이 만난 영월 사람들> 카페 주인 임화옥씨를 만나다

등록 2013.01.25 09:42수정 2013.01.25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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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쯤 되어 보이는 아이들이 스멀스멀 골목에서 나온다. 또 고등학교 1학년 정도 되어 보이는 학생 3명이 나온다. 골목을 들여다 보았다. 피시방이라고 있나? 아니면 노래방? 요즘 아이들이 갈 곳이라 곤 이 두 곳 밖에 없지 않은가.

예상과 달리, 허름해 보이는 시장 골목에 층계로 올라가는 2층이 보였고 계단을 춤추면서 올라가는 고양이들의 움직임을 담은 벽 그림이 있었다. 쭉 따라가 문을 열어보니, 그들만의 아지트(은신처)가 있었다.


 웃는 아이들
웃는 아이들 김광선

 가면놀이
가면놀이 김광선

 빙고게임
빙고게임 김광선

"하하하, 호호호"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오는 웃음 소리와 유쾌한 아이들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탁자마다 아이들이었다. 표정이 많고 생기가 얼굴에 가득하고 움직임이 커서 그런지, 작지 않은 카페가 꽉 차 보였다.

7살 민애와 3살 규호와 함께 눈치 보지 않고 갈 수 있는 유일한 카페인 그곳을 그 후로 네 번 갔고, 카페 주인 임화옥(33)씨에게 정식으로 인터뷰 요청을 했다. 드디어 1월 24일, 바쁘지 않은 시간을 골라 오후 3시에 만났다.

- 학생들이 많이 오네요.
"고객의 90%가 학생들이에요. 평일, 점심이나 저녁 시간은 일반 성인들도 있지만 주말과 방학 때는 거의 중, 고등학교 아이들이지요."

- 아이들 돈 없을 텐데.
"부담 없이 들락 달락 해요. 그런데 눈치라는 게 있잖아요. 처음엔 좀 신경 쓰더니, 지금은 안 그래요. 학교 끝나고 인사하러 친구들과 함께 들리는 경우도 있고, 10명이 와서 와플 하나 먹고 갈 때도 있어요."

- 직접 만드시는 게 많아요. 탁자와 의자도 그렇고, 빵도 직접 굽고. 어디서 아이디어를 얻으세요? 인터넷?
"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인터넷 정보도 찾지만 책도 보고, 카카오톡을 통해 친구들이나 아는 사람들에게 물어보기도 해요. 친구들이 내가 뭐 하는 지 아니까 좋은 거 있으면 사진 찍어서 보내줘요. 참고할 거 있으면 똑같이 안하고 이쪽에 알맞게 바꾸죠. 직업정신이라고 해야 하나 항상 생각이 가 있어요."


- 음식이나 음료 개발에 신경을 많이 쓰시나 봐요.
"사이드 메뉴(곁들어 먹을 수 있는 음식)가 많으니까요. (아이스크림, 허니브레드, 핫도그, 치즈케이크, 와플, 아이스크림 등 많다.) 아무래도 학생들이 많이 오니까 커피도 마시지만 분식점처럼 편안한 분위기도 내고 싶거든요."

- 그럼, 떡볶이도 먹고 싶다. 그런 것도 해주세요, 하겠네요.
"커피솝이니까 떢복이랑 커피랑은 안 어울린다는 걸 아이들이 알아요. 그래서 그런 요구는 하지 않죠."


- 아이들도 센스가 있군요. 전에 여기서 먹어 본 허니 브레드 맛이 끝내주던데.
"처음부터 만들지는 않았어요. 오븐에 굽기만 하면 거의 완제품으로 나오는 게 있어요. 와플을 시켜 봤죠. 반죽도 다 되어있고 크림도 바르기만 하면 먹을 수 있는데, 맛이 괜찮더라구요. 그리고 냉장고에다 그냥 두었어요. 한 7개월 정도 지나서 꺼내 봤는데 그대로인 거예요. 깜짝 놀랐어요. 얼마나 방부제를 넣었겠어요. 대부분 빵에 노화를 막기 위해 유화제 넣고 곰팡이 생기지 않게 '프로피온산염고' 같은 거 조금씩 넣어요. 그게 싫어서 직접 만들었죠. 유화제, 방부제 없이 만드니 매일 빵을 구워야 해요."

- 제빵을 배우셨나 봐요.
"아저씨(남편을 말함)가 조리사 자격증, 영양사 자격증이 있어요. 치즈 케이크도 혼자 만들어요. 재료를 섞는 게 무척 힘들고 시간도 많이 걸려요. 그래도 수작업으로 다 해요. 치즈도 많이 넣구요. 정말 맛이 달라요. 지난번, 제과점에서 10년 계셨던 분이 오셨는데, 치즈케이크 먹어 보시더니, 맛있다고 감탄을 하시더군요. 칭찬 많이 해 주셨어요. 먹어 본 것 중에 최고라고. 그럴 때 흐뭇하고 보람을 느껴요."

- 이 카페만의 특이한 것이 많아요. 축제처럼 파티나 행사도 많이 하고 내부 장식도 색다르고.
"처음부터 이런 공간을 생각한 것은 아니었어요. 아마 그랬으면 못했을 거예요. 다 아이들이 만들어 간 겁니다. 연령층도 메뉴도 다 정해 놓고 출발하지 않았어요. 그냥 '편안하고 자유로웠으면 좋겠다' 라는 바람만 있었죠. 돈 생각보다는 '여럿이 행복을 느꼈으면 좋겠다' 했죠. 뒤늦게 찾은 꿈이지만 운 좋게 잘 찾았어요.

여기 처음 오셨더라면 아마 썰렁하다고 느끼셨을 거예요. 하나씩 하나씩 시간이 지나면서 생겨난 것들입니다. 예를 들어, 주방 쪽 나무 선반 만들 생각을 두 달 넘게 했어요. 이렇게 할까, 저렇게 할까. 그러다가 디자인이 딱 나오면 만드는 건 하루 밖에 안 걸려요."

- 아이들 이름은 다 외우시나요? 아이들을 어떻게 상대하나요?
"자주 오는 친구들은 외워요. 익히려고 노력하죠. 아이들하고 어떻게 지내냐. 그냥 기다려요. 이야기 하고 싶을 때 하면 들어주죠. 역할이 따로 있는 것 같아요. 우리 어릴 적에도 엄마한테 못하는 얘기가 있었잖아요. 남자아이들은 주로 아저씨한테 이야기 하는 데, 고1정도 되면 심각한 고민도 털어 놓고, 고3이 되면 벌써 (갈길을) 다 정하더라구요."

- 부담스럽지 않아요?
"아니요. 얘들이 답을 원하는 게 아니거든요. 그냥 들어줘요. 생각할 여지를 주는 거죠."

- 아이들이 낙서한 것, 그림 그려놓은 쪽지 다 모아서 책을 만드시던데, 추억을 소중히 여기시나 봐요.
"특별한 이유보다 몇 년 후에 다시 왔을 때 '아, 내가 여기에 있었지', '이런 말을 내가 썼구나'라고 느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어요. 여기는 빨라요. 아이들이 졸업하면 독립이에요. 여기를 떠나게 되지요. 도시에서 자란 저나 친구들은 시집을 가거나 직장을 구해야 독립이잖아요. 좀 안쓰럽죠. 지난 연말에도 고3아이들과 쫑파티 했어요. 사회에 나가서 1~2년은 아마 못 느낄 거예요. 그러다가 나중에 생각나게 되겠지요."

- 어떻게 그런 것까지.
"아이들이 해줘서. 고마워서요. 여름방학이면 내려와서 '저희 왔어요, 카페 향기 좋아요' 하면서 얼굴 도장 찍고 가요. 남자들은 휴가 나와서 꼭 들리고요. 고맙죠. 아이들에게 배워요."

참 고마운 것도 많다. 나 같으면 짐이 늘어나는 게 싫고 부담스럽고 귀찮고 그럴 텐데, 화옥씨는 인터뷰하는 내내 행복해 보였고 퍼도 퍼도 계속 나오는 샘물처럼 아이디어도 많고 아이들을 생각하는 마음도 한결 같았다.

이 카페는 더 이상 커피만 먹으러 가는 곳이 아니다. 카페 대문에 써있던 "The Admiration of Coffee" 시처럼 사람에 대한 감탄과 찬양이 있는 곳이다. 화옥씨랑 한 시간 넘게 평소에 궁금한 거 다 물어 봐서 좋았지만 교사인 나를 한없이 부끄럽게 만들었다. 나 하고 싶은 이야기만 다 했지 귀를 쫑긋 세우고 아이들 이야기 들어주는 데는 인색했기 때문이다. 커피와 함께 직접 아이들 얼굴 마주 대하는 화옥씨야 말로 아이들을 더 잘 알지 않을까. 근육맨 아저씨와 화옥씨가 함께 만들어가는 카페는 이렇게 매일 다르게, 크게, 아기자기하게 자라날 것이다. 그곳에는 항상 싱그럽게 자라나는 아이들이 있으니까.
#초코빈 #영월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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