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빙고게임
김광선
"하하하, 호호호"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오는 웃음 소리와 유쾌한 아이들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탁자마다 아이들이었다. 표정이 많고 생기가 얼굴에 가득하고 움직임이 커서 그런지, 작지 않은 카페가 꽉 차 보였다.
7살 민애와 3살 규호와 함께 눈치 보지 않고 갈 수 있는 유일한 카페인 그곳을 그 후로 네 번 갔고, 카페 주인 임화옥(33)씨에게 정식으로 인터뷰 요청을 했다. 드디어 1월 24일, 바쁘지 않은 시간을 골라 오후 3시에 만났다.
- 학생들이 많이 오네요."고객의 90%가 학생들이에요. 평일, 점심이나 저녁 시간은 일반 성인들도 있지만 주말과 방학 때는 거의 중, 고등학교 아이들이지요."
- 아이들 돈 없을 텐데."부담 없이 들락 달락 해요. 그런데 눈치라는 게 있잖아요. 처음엔 좀 신경 쓰더니, 지금은 안 그래요. 학교 끝나고 인사하러 친구들과 함께 들리는 경우도 있고, 10명이 와서 와플 하나 먹고 갈 때도 있어요."
- 직접 만드시는 게 많아요. 탁자와 의자도 그렇고, 빵도 직접 굽고. 어디서 아이디어를 얻으세요? 인터넷?"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인터넷 정보도 찾지만 책도 보고, 카카오톡을 통해 친구들이나 아는 사람들에게 물어보기도 해요. 친구들이 내가 뭐 하는 지 아니까 좋은 거 있으면 사진 찍어서 보내줘요. 참고할 거 있으면 똑같이 안하고 이쪽에 알맞게 바꾸죠. 직업정신이라고 해야 하나 항상 생각이 가 있어요."
- 음식이나 음료 개발에 신경을 많이 쓰시나 봐요."사이드 메뉴(곁들어 먹을 수 있는 음식)가 많으니까요. (아이스크림, 허니브레드, 핫도그, 치즈케이크, 와플, 아이스크림 등 많다.) 아무래도 학생들이 많이 오니까 커피도 마시지만 분식점처럼 편안한 분위기도 내고 싶거든요."
- 그럼, 떡볶이도 먹고 싶다. 그런 것도 해주세요, 하겠네요."커피솝이니까 떢복이랑 커피랑은 안 어울린다는 걸 아이들이 알아요. 그래서 그런 요구는 하지 않죠."
- 아이들도 센스가 있군요. 전에 여기서 먹어 본 허니 브레드 맛이 끝내주던데."처음부터 만들지는 않았어요. 오븐에 굽기만 하면 거의 완제품으로 나오는 게 있어요. 와플을 시켜 봤죠. 반죽도 다 되어있고 크림도 바르기만 하면 먹을 수 있는데, 맛이 괜찮더라구요. 그리고 냉장고에다 그냥 두었어요. 한 7개월 정도 지나서 꺼내 봤는데 그대로인 거예요. 깜짝 놀랐어요. 얼마나 방부제를 넣었겠어요. 대부분 빵에 노화를 막기 위해 유화제 넣고 곰팡이 생기지 않게 '프로피온산염고' 같은 거 조금씩 넣어요. 그게 싫어서 직접 만들었죠. 유화제, 방부제 없이 만드니 매일 빵을 구워야 해요."
- 제빵을 배우셨나 봐요."아저씨(남편을 말함)가 조리사 자격증, 영양사 자격증이 있어요. 치즈 케이크도 혼자 만들어요. 재료를 섞는 게 무척 힘들고 시간도 많이 걸려요. 그래도 수작업으로 다 해요. 치즈도 많이 넣구요. 정말 맛이 달라요. 지난번, 제과점에서 10년 계셨던 분이 오셨는데, 치즈케이크 먹어 보시더니, 맛있다고 감탄을 하시더군요. 칭찬 많이 해 주셨어요. 먹어 본 것 중에 최고라고. 그럴 때 흐뭇하고 보람을 느껴요."
- 이 카페만의 특이한 것이 많아요. 축제처럼 파티나 행사도 많이 하고 내부 장식도 색다르고. "처음부터 이런 공간을 생각한 것은 아니었어요. 아마 그랬으면 못했을 거예요. 다 아이들이 만들어 간 겁니다. 연령층도 메뉴도 다 정해 놓고 출발하지 않았어요. 그냥 '편안하고 자유로웠으면 좋겠다' 라는 바람만 있었죠. 돈 생각보다는 '여럿이 행복을 느꼈으면 좋겠다' 했죠. 뒤늦게 찾은 꿈이지만 운 좋게 잘 찾았어요.
여기 처음 오셨더라면 아마 썰렁하다고 느끼셨을 거예요. 하나씩 하나씩 시간이 지나면서 생겨난 것들입니다. 예를 들어, 주방 쪽 나무 선반 만들 생각을 두 달 넘게 했어요. 이렇게 할까, 저렇게 할까. 그러다가 디자인이 딱 나오면 만드는 건 하루 밖에 안 걸려요."
- 아이들 이름은 다 외우시나요? 아이들을 어떻게 상대하나요?"자주 오는 친구들은 외워요. 익히려고 노력하죠. 아이들하고 어떻게 지내냐. 그냥 기다려요. 이야기 하고 싶을 때 하면 들어주죠. 역할이 따로 있는 것 같아요. 우리 어릴 적에도 엄마한테 못하는 얘기가 있었잖아요. 남자아이들은 주로 아저씨한테 이야기 하는 데, 고1정도 되면 심각한 고민도 털어 놓고, 고3이 되면 벌써 (갈길을) 다 정하더라구요."
- 부담스럽지 않아요?"아니요. 얘들이 답을 원하는 게 아니거든요. 그냥 들어줘요. 생각할 여지를 주는 거죠."
- 아이들이 낙서한 것, 그림 그려놓은 쪽지 다 모아서 책을 만드시던데, 추억을 소중히 여기시나 봐요."특별한 이유보다 몇 년 후에 다시 왔을 때 '아, 내가 여기에 있었지', '이런 말을 내가 썼구나'라고 느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어요. 여기는 빨라요. 아이들이 졸업하면 독립이에요. 여기를 떠나게 되지요. 도시에서 자란 저나 친구들은 시집을 가거나 직장을 구해야 독립이잖아요. 좀 안쓰럽죠. 지난 연말에도 고3아이들과 쫑파티 했어요. 사회에 나가서 1~2년은 아마 못 느낄 거예요. 그러다가 나중에 생각나게 되겠지요."
- 어떻게 그런 것까지."아이들이 해줘서. 고마워서요. 여름방학이면 내려와서 '저희 왔어요, 카페 향기 좋아요' 하면서 얼굴 도장 찍고 가요. 남자들은 휴가 나와서 꼭 들리고요. 고맙죠. 아이들에게 배워요."
참 고마운 것도 많다. 나 같으면 짐이 늘어나는 게 싫고 부담스럽고 귀찮고 그럴 텐데, 화옥씨는 인터뷰하는 내내 행복해 보였고 퍼도 퍼도 계속 나오는 샘물처럼 아이디어도 많고 아이들을 생각하는 마음도 한결 같았다.
이 카페는 더 이상 커피만 먹으러 가는 곳이 아니다. 카페 대문에 써있던 "The Admiration of Coffee" 시처럼 사람에 대한 감탄과 찬양이 있는 곳이다. 화옥씨랑 한 시간 넘게 평소에 궁금한 거 다 물어 봐서 좋았지만 교사인 나를 한없이 부끄럽게 만들었다. 나 하고 싶은 이야기만 다 했지 귀를 쫑긋 세우고 아이들 이야기 들어주는 데는 인색했기 때문이다. 커피와 함께 직접 아이들 얼굴 마주 대하는 화옥씨야 말로 아이들을 더 잘 알지 않을까. 근육맨 아저씨와 화옥씨가 함께 만들어가는 카페는 이렇게 매일 다르게, 크게, 아기자기하게 자라날 것이다. 그곳에는 항상 싱그럽게 자라나는 아이들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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