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13.01.28 09:03수정 2013.01.28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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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우리 남편 완전 달라졌어. 변한 모습 보면서 우리 남편에게도 저런 면이 있었나 싶을 정도야"
"어떻게 변했는데?"
"그러게 다른 사람한테는 별일 아니겠지만 난 너무 신기해. 살다보니 이런 날도 오는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생전 변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지난 주 친구모임에서 나온 주제다. 그렇게 말하는 친구는 6개월 전 단독주택에 살다가 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그의 남편은 친구와 나이 차가 조금 많이 난다. 다른 친구들 남편은 대부분은 65세 안팎이지만 그 친구는 그것보다 조금 더 많이 나고 있다. 그래서 그는 늘 세대 차이가 너무 심하게 난다고 불만을 토로하곤 했었다.
그런 그의 남편은 무척이나 권위적이고 보수적인 사람으로 친구들 사이에서도 너무나 잘 알려져 있다. 생일이 평일인데, 아무리 바빠도 며칠 앞당겨서 전 주 주말에 미리 하는 것도 용납 못 할정도로 원리원칙이기도 한 사람이다. 하여 친구는 은근히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었다. 그런데 이사 한 후 남편의 행동이 달라진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라고 한다. 친구들은 일제히 그의 말에 경청을 하는듯했다. "과연 무엇이 얼마나 달라졌을까? 말해 봐" 하며.
일단 쓰레기 분리수거도 하고 음식물쓰레기도 갖다 버린다고 한다. 그것만 해도 놀라운 일이다. 그런데 T셔츠도 늘 카라 있는 것만 고집하더니 어느 날부터는 아들의 카라가 없는 라운드 T셔츠를 곧잘 입어 몇 개 사 주었다고 한다. 카라 없는 티셔츠를 입으니 한결 젊어 보인다고 하면서 친구도 무척 만족한 눈치였다.
그의 남편이 달라진 배경은 친구의 말에 의하면 이렇다. 단독주택에 살 때에는 다른 사람들이 생활하는 모습을 전혀 볼 수없었지만, 아파트는 여러 사람들이 생활하는 모습을 직접적으로 눈으로 볼 수 있으니 달라질 수밖에 없지 않냐는 것이다.
아파트 특성상 쓰레기 분리수거 하는 날이 정해져 있는 곳이 많이 있다. 하여 쓰레기 분리수거 하는 날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가족들이 함께 하는 모습을 그다지 어렵지 않게 볼 수있고, 음식물쓰레기도 출근하는 남편들이 혹은 외출하면서 자동차에서 내려 버리는 모습도 흔하게 볼 수 있으니 말이다.
그의 남편은 그런 모습을 봐서 그런지 조금씩 변해가고 있다고 한다. 그는 말을 하면서도 얼굴에 내내 미소가 끝이지 않았다. 우린 그에게 축하한다고 했다. 나이를 먹으면 여자도집안 일이 힘에 버거운 것이 사실이다. 하니 서로 도와가며 살아야하지 않냐면서.
나를 비롯해서 다른 친구들 대부분은 아파트생활을 한 지가 족히 20년은 넘어가고 있다. 그의 말을 듣고 있던 다른 친구의 남편은 집안 청소와 분리수거는 물론 가스렌지까지 청소해주고 있다.
그는 "그래 그것도 도가 넘으니깐 어느 때는 지겹더라. 지금 너 정도가 딱 좋아. 우리 남편은 완전히 주부야. 주부도 그런 주부가 없다. 내가 할 일이 없어. 어느 때는 어제 닦았는데 오늘 그것을 또 닦는다고 하면 난 그냥 나가 버려"한다.
그런가 하며 또 다른 친구는 "그것도 성격나름이고 받아들이는 사람이 얼마나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느냐야. 우리 남편은 15년을 아파트에 살아도 변함이 없어. 아니 나이가 들어갈 수록 손하나 까닥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나를 부려먹나 연구 하는 사람 같아. 그게 아파트로 이사했다고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고 말한다.
여러 친구들이 한마디씩 더 거든다. 나도 잠시 내 남편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지금은 분리수거나 음식물쓰레기를 버리는 것이 당연한 일상이 되었지만, 그것도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나도 아파트에서 생활한 지가 어느새 26년째나 된다.
하지만 그동안은 남편은 집에서 죽이 끓는지 밥이 끓는지. 쌀독에 쌀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고 산 세월이 훨씬 길다. 그렇게 집안 일이라고는 관심조차 없던 남편이었다. 그런데 5년 전에 시흥시에서 광명시로 이사 온 후 남편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내가 부탁한 것도 아닌데 어느 날 밖에 있다 들어오더니 "오늘 분리수거 하는 날인가 본데 우린 했나?"하며 묻는다. "이제 해야지" 바라지도 않던 나인지라 일상적이 대답을 할 뿐이었다.
그런데 "그럼 내가 할까?"한다. 기회는 이때다 싶어 "그래 그럼 한번 해 봐"하며 분리수거를 맡겼다. 그날 할 만 했는지 그후로부터 특별한 일이 없으면 지금까지 남편이 도 맡아 하고있다. 음식물 쓰레기도 현관 앞에 놔두면 가끔씩 하곤 했는데 될 수 있으면 그것은 내가 안시키려고 하고 있다. 그런데 요즘은 남편이 커피도 타 주고 가끔 라면도 끓여 주어 함께 먹곤 한다. 가랑비에 옷젖는 거 모른다는 말도 있듯이 그렇게 남편은 조금씩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다.
그런것을 보면 아내들은 많은것을 바라지는 않는다 . 그것이 친구의 말대로 주택에 살 때와 아파트에 살 때가 달라질 수도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끔씩, 아내가 피곤해 하거나 바쁠 때 아주 조금씩만 성의를 보여준다면 그것으로도 큰 행복감을 느끼곤 한다.
오늘 일요일(27일)은 우리아파트 분리 수거 하는 날이다. 남편이 "나 분리수거 하러 간다"하며 분리수거함을 들고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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