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지슬>의 포스터
영화사 진진
오멸 감독의 영화 <지슬>이 지난 26일 미국에서 열린 제29회 선댄스 영화제에서 월드시네마 극영화 부문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했다. 세계적 권위의 선댄스 영화제에서 한국영화가 본상을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진 2004년 영화 <송환>이 월드시네마 다큐멘터리 부문 특별상에 해당하는 '표현의 자유상'을 수상한 것이 유일했다.
<지슬>은 제주4·3사건을 주제로 한 영화다. 4·3사건은 1948년 '해안선 5km 밖 모든 사람을 폭도로 간주하고 무조건 사살하라'는 명령에서 시작됐다. 미군정의 '빨갱이 소탕'이라는 명분하에 수 만명의 제주도 양민이 군경에 의해 학살당한 사건이다.
당시 제주도 인구가 약 30만이었던 걸 감안하면, 제주도민의 십분의 일이 희생자였던 셈이다. 제주도의 한 집 건너 한 집이 사건에 휘말린 희생자 가족이다. 4·3사건은 이렇게 대한민국 역사상 전무후무한 양민학살사건임에도, 박정희 정권 이후 암울한 군사독재 시기를 거치면서 제대로 된 진상규명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제주도민은 사건 이후 '빨갱이가족'으로 오인되는 것이 두려워 가족이 학살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억울함을 입 밖으로 내지 못하고 살아왔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대에 와서야 4·3특별법이 제정되고, 공식 진상보고서가 채택되었으며, 노무현 전 대통령이 도민 앞에 고개 숙여 사과하고 4·3위령제에 참석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7년 3월 2일 대선후보 당시 제주도 4·3기념관을 방문하여 분향했지만 당선 이후 4·3위령제에 단 한 번도 참석한 적이 없다. 제주도민은 MB정부 5년 동안 4·3이 정부·여당의 특별법 개악과 4·3위원회 폐지 시도, 보수세력의 끊임없는 4·3 폄훼·왜곡 시도에 시달렸다고 본다.
박근혜 당선인은 지난 대선 때 제주도를 방문하여 4월3일 국가추념일로 지정, 4·3평화재단에 대한 국고 지원 확대 등을 약속했다. 문재인 후보와의 차이점은 '완전한 진실규명'이 빠져있다는 것이다.
4·3민심을 저버리고는 표심을 얻기 힘들다는 곳이 제주도다. 그래서 보수 집권당 박 당선인의 제주도 표심얻기가 쉽지 않을 거라는 게 전반적 예상이었지만 제주도는 박 당선인의 손을 들어주었다. 박정희 대통령의 제주도에 대한 애착과 감귤산업 진흥에 대한 공로가 도민의 향수를 불러일으켰다는 것이 대선 후 회자되는 말이다. 그러나 박 당선인이 제주도에서 승리한 것이 4·3을 잊어도 된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4·3사건에도 불구하고 박 당선인을 믿어 준 도민이기에, 박 당선인은 더욱 무게감을 가지고 그 의미를 되새겨야 한다.
미군정이 직접 관련되어 있는 4·3사건을 주제로 한 영화 <지슬>이 세계적 영화제에서 수상함으로써, 미국을 비롯한 세계인이 4·3사건에 대해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런 와중에 새 정부의 대통령으로서 박 당선인이 4·3사건 관련 공약을 더욱 성실하고 구체적으로 이행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취임 후 곧 있을 4·3위령제에 대통령 자격으로 참석하여 진심으로 분향하는 것이 그 시작점이 되었으면 한다.
제주4·3사건 다룬 <지슬>... 우리도 주목해야 합니다

▲ 선댄스 수상후 <지슬>을 보기 위해 서 있는 관객들. 에클스 극장에서 <지슬>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이남/지슬심는 사람들
오멸 감독은 귀국 후 한 일간지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제주 사람들의 가슴에 맺힌 이야기인데 그동안 한국사에선 이에 대해 철저히 무관심했다. 냉전 이후 큰 파동 속에서 일어난 사건을 다룬 이 영화가 특히 사건의 원인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미국에서 상영되고 인정받아 더 의미가 있다. 소통의 통로가 열렸다는 느낌이다. (영화제) 관객 중 한 미국인 중년 아주머니가 울어서 눈이 빨개진 채 '이 영화를 만들어 줘서 고맙다'고 인사했다." <서울 신문> 2013-01-28'소통의 통로가 열렸다'는 오 감독의 느낌이 한국사회에서도 이어지기를 기도한다. 3월 제주도 개봉을 시작으로 전국에서 개봉될 이 영화에 대한 한국사회의 뜨거운 반응이 있기를 기대하는 마음이다.
사실 4·3사건을 주제로 한 영화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슬>은 '끝나지 않은 세월 2'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2005년 고 김경률 감독이 <끝나지 않은 세월>이라는 제목으로 4·3사건을 주제로 한 영화를 세상에 내놨다. 2005년 서울독립영화제에 국내 특별초청작으로 상영된 바 있다.
열악한 재정과 제작환경에서 영화를 만든 고 김 감독은 영화가 나온 그 해 제작비로 인한 부채상환에 힘들어하다 41세의 나이에 뇌출혈로 생을 마감했다. <지슬>은 오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지만 고 김경률 감독의 <끝나지 않은 세월>을 잇는 영화라고도 볼 수 있다.
<지슬>의 총 제작비로 약 2억 5000만 원이 들었다. 블록버스터급 한국영화 제작비에 비해 새발의 피라고 할 수 있겠지만 오 감독의 이전 영화인 <어이그 저 귓것><뽕똘> 등의 제작비가 기백만 원이었던 점에 비하면 오 감독에겐 무리한 빚인 셈이다.
<지슬>은 4·3사건을 주제로 한 만큼 서울 및 전국 개봉에 앞서 3월 1일 제주도에서의 첫 개봉을 계획하고 있다. 이를 위해 관련자들이 분주히 뛰어다니고 있지만 오 감독과 함께 해온 제작사 '자파리 필름'의 속사정을 들어보면 사실상 개봉일만 대외적으로 잡혀있을 뿐이다. 자금 문제로 개봉관 확정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고군분투 하고 있는 상황인 것. 하루 빨리 개봉관이 확정되어 제주도에서의 의미있는 첫 개봉을 이룰 수 있기를 기대한다.
<지슬>은 3월 21일 서울을 비롯한 전국에서 개봉된다. 무거운 이야기를 소재로 한 이야기지만, 영화적 재미도 만만치 않다. 동양화를 전공한 오 감독이 흑백으로 담아낸 영상미는 사람을 숨막히게 한다. 제주도 시사회에서 먼저 본 사람으로서, 영화에 대해서는 기대하셔도 좋다고 자신있게 말씀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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