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9일 경기도 삼성전자 화성 반도체 사업장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와 환경부 공무원, 경기소방재난본부 등으로 구성된 합동 감식반이 현장감식을 벌이고 있다. 이 사업장에서는 불산 가스가 누출돼 1명이 숨지고 4명이 부상하는 등 5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부상자 검사·치료 지연 문제뿐만 아니다. 사고 발생 사흘이 지나도록 분명하게 해소되지 않은 의문점들은 적지 않다. 특히 삼성전자의 사고 수습과 대응 때문에 은폐·축소 의혹 논란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초 불산 누출 징후를 알고서도 즉각 밸브관 교체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10시간 동안 비닐봉투로 막아놓기만 했다. 불산 누출 신고를 하지 않은 것은 물론 사고 사실을 현장 직원들에게까지 숨겼다.
또한, 삼성전자는 29일 경찰이 실시하는 사고 현장조사에서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유보국 화상동부경찰서 형사과장은 "수사팀을 급파했지만 정문에서 보안 절차를 내세우는 바람에 1시간 넘게 현장에 들어갈 수 없었다"고 말했다. 불산 누출로 인한 산업재해에 이어 2차 피해가 우려되는 현장인데도, 삼성전자는 '보안'을 이유로 경찰의 출입은 지연시킨 것이다.
삼성전자가 그동안 내놓은 해명도 불분명해 '불산 누출사고를 작업자의 과실로 돌리거나 그 책임을 협력업체에 떠넘기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삼성전자는 28일 "사고로 숨진 박아무개(36)씨가 내산복(방제복)을 입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씨 유족과 동료들이 "불산 누출 이후 밸브 교체 작업을 할 때는 내산복을 착용했다"고 진술했다. 사고 현장이 녹화된 CCTV 화면에도 박씨가 내산복을 입은 장면이 나온다. 그러자 삼성전자 측은 29일 "다시 확인해보니 유족 주장이 일부 맞다"고 번복했다.
누출된 불산의 양과 관련해서도 삼성은 애초 "유출된 불산은 2~3ℓ의 극미량이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부상자인 박아무개(33)씨는 29일 "근무 교대로 현장에 들어가 보니 기존 근무자들이 탱크 아래 받쳐놓은 비닐에서 불산이 넘쳐흐르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이 확인한 CCTV 화면에서도 사고 현장은 희뿌연 연기 때문에 앞이 탁할 정도로 위급했다. 삼성전자 측이 발표한 불산 누출량과는 엇갈리는 대목이다.
"사고 은폐·축소, 삼성의 전형적인 수법"... "말로만 일류, 대응은 삼류"이러한 은폐·축소 의혹을 두고 시민사회단체들은 삼성의 사고 대응 체계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 백혈병 피해자 지원단체 '반올림'의 이종란 노무사는 "삼성의 전형적인 수법이다, 백혈병 피해자 문제와 관련해서도 삼성은 '안전하다'는 자세로만 일관했다"며 불산 누출사고 늑장 대응을 꼬집었다. 그는 또 "삼성은 노동자들이 위험한 상황에 처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보다는 문제를 최대한 숨기는 데 주안점을 두는 것 같다"며 "회사 이미지가 상하지 않도록 문제가 밖으로 새어나가지만 않으면 된다는 자세 아닌가 싶다"라고 주장했다.
김정수 시민환경연구소 부소장도 "삼성은 스스로를 '초일류기업'이라 칭하지만 이번 사고 대응은 '삼류기업' 같았다"며 "자사에서 일어난 사고와 관련해 여러 이유를 핑계로 미온적인 대응을 벌인 삼성의 태도는 정상적이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경찰은 사고로 숨진 STI서비스 박씨에 대한 부검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요청, 30일 부검이 실시됐다. 박씨의 사인은 이르면 2주, 또 사고 직후 국과수에 감정을 보낸 불산 밸브관 감정 결과는 1~2주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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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자 치료지연, 현장조사 비협조... 삼성의 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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