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 접촉 없어도 음란행위하면 강제추행"

대법, 엘리베이터 안에서 자위 행위한 20대 강제추행죄 판결

등록 2013.01.30 17:30수정 2013.01.3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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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와 같은 밀폐된 공간에서 저항할 수 없는 어린 피해자를 앞에 두고 음란행위를 했다면, 비록 직접적인 신체접촉이 없어도 위력에 의한 '강제추행' 범죄가 성립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검찰이 공소사실에 따르면 당시 25세이던 A씨는 2010년 9월 전주 완산구의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 앞에서 B(9,여)양이 혼자 타는 것을 보고 따라 들어가 자신의 성기를 꺼내 자위행위를 하고, 피해자가 겁을 먹고 놀라자 다가가 어깨에 손을 얹어 만지는 등 강제로 추행했다.

또한 A씨는 1시간 20분쯤 뒤 인근 다른 아파트 엘리베이터 앞에서도 C(11,여)양이 혼자 타는 것을 보도 따라가 C양이 보는 앞에서 자위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C양은 10층에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린 뒤 재빨리 내리며 현장에서 벗어났다.

1심인 전주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백웅철 부장판사)는 2011년 2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13세미만 미성년자 강간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성폭력치료강의 수강 40시간, 개인신상정보 5년간 공개,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6년을 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2회에 걸쳐 동일한 수법으로 나이 어린 피해자들을 강제로 추행한 것으로서 피해자들이 받았을 정신적 충격 등에 비춰 죄질이 좋지 않다"고 밝혔다.

다만 "피고인이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피고인이 범행을 저지른 데에는 정신지체 장애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그런데 항소심인 광주고법 전주제1형사부(재판장 이상주 부장판사)는 2011년 5월 1심 판결을 깨고 A씨에게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C양에 대한 범행은 강제추행으로 볼 수 없고, 주거침입죄만을 인정해서다. 재판부는 성폭력치료강의와 개인신상정보 공개는 유지했으나, 전자발찌 부착명령은 기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10층에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린 후 뛰어내리는 피해자 C양을 뒤따라가거나 가로막지도 않았고, 피해자를 직접 접촉하거나 가로막을 정도로 다가서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해 볼 때, 피고인의 행위가 강제추행에 해당하거나 위력에 의한 추행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전자발찌 부착 기각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들 앞에서 성기를 보이기는 했으나 폭행이나 협박은 없었던 점, 치료감호소의 정신감정 결과 경도의 정신지체와 경미한 인격장애 등으로 인한 판단력 저하가 있기는 하나, 피고인의 증상을 소아기호증으로 볼 만한 증거는 부족하다는 소견이 제출된 점,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는 태도를 취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해 볼 때, 성폭력범죄의 재범의 위험성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제2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초등학생과 단둘이 엘리베이터에 탄 채 자위행위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29)씨에게 피해자 C양에 대한 강제추행 혐의를 인정하지 않은 원심을 깨고,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0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나이 어린 피해자를 범행 대상으로 삼아, 의도적으로 협소하고 폐쇄적인 엘리베이터 공간을 이용해 다른 사람이 없어 피해자가 도움을 청할 수 없고 도피할 수도 없는 상황을 만들어 범행을 했고, 피고인이 피해자를 바라보고 자위행위를 한 것은 일반인에게 수치심을 느끼게 하고 성적인 자유의사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밝혔다.

또 "자위행위를 목격한 11세의 피해자에게는 심한 정신적인 충격을 줬을 것으로 보이며, 더욱이 연약한 피해자로서는 벗어날 수 없는 좁은 공간에서 자기보다 훨씬 신체가 크고 낯선 피고인을 대하고 있는 사실만으로도 심리적으로 위축돼 있을 터인데, 피고인이 자위행위를 해 이를 보고 놀란 피해자에게 가까이 다가가기까지 하는 유형적인 행위를 함으로써 피해자에게 준 심리적인 위압감이나 불안감은 매우 컸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런 사정들을 법리에 비춰 보면, 비록 피고인이 피해자의 신체에 대해 직접적인 접촉을 하지 않았고 엘리베이터가 10층에서 멈춘 후 피해자가 위 상황에서 바로 벗어날 수 있었더라도, 피고인의 행위는 피해자의 성적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위력에 의한 추행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그런데도 원심은 이와 달리 피고인이 유형력을 행사하지 않았다거나 피해자의 신체에 직접적인 접촉을 하지 않았다는 등의 사정을 들어 위력에 의한 추행으로 보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으므로, 이런 원심의 판단에는 위력에 의한 추행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파기환송 이유를 설명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강제추행 #음란행위 #엘리베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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