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 조정래가 잠자리에서 받은 협박전화 친필 메모
조종안
1992년 대검찰청 발표에서 단서 조항으로 '대학생이나 노동자가 읽으면 이적표현물 수집죄로 구속할 것이고, 일반인들이 교양으로 읽으면 괜찮다'고 했다. 이 말은 '어머니가 안방에서 읽으면 교양물이요, 건넌방에서 아들이 읽으면 체포한다'는 말과 같다는 조정래씨 증언은 그야말로 희극. 1950년대 코미디영화 제목 '웃어야 할까, 울어야 할까'가 떠올랐다.
자료에 의하면 1994년 4월 이승만 전 대통령 양자 이 모씨와 8개 우익단체가 <태백산맥> 저자 조정래와 출판사 대표를 보안법 위반 및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고발했다. 책의 일부 내용이 이승만 정권을 친미 괴뢰정부로 묘사하고 빨치산 활동을 미화함으로써 대한민국 정통성을 부정하고 이적성이 있다는 것이 고발 취지였다.
당시 검찰 규정에는 검사가 고소·고발 사건을 수사할 때 사건을 수리한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수사를 끝내게 돼 있다고 한다. 그런데 검찰은 <태백산맥>에 대해 국가보안법 제7조 1항(찬양·고무)의 적용 가능성을 검토하면서 11년을 미뤘던 것. 담당 검사가 10여 명이나 바뀌도록 종결을 짓지 못했다니 두고두고 검찰의 오명으로 남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늑한 도서관 분위기를 풍기는 2층은 문학 사랑방으로 <아리랑> <한강> 등 조정래 작가의 다른 작품을 비롯해 <세종대왕> <이순신> <안중근> <한용운> <김구> <박태준> 등 위인전 세트와 예술 관련 서적들을 전시해놓고, 조용한 분위기에서 누구나 읽을 수 있도록 열린 공간으로 꾸며져 있었다.
배에서는 '꼬르륵', 눈앞에는 참꼬막이 아른아른

▲ 문학관 옥상에서 내려다본 현 부자네 집 부근
조종안
옥상에 오르니 제석산 줄기와 부근 마을이 한눈에 들어왔다. 옥상은 앞으로도 <태백산맥> 관련 평가와 연관 작업이 계속 이뤄진 것이기에 필요한 부분들을 채워갈 수 있도록, 즉 '되어진' 것이 아니라 '되어가는' 개념의 공간으로 만들 예정이라고 한다. 문학관 주변을 카메라에 담는데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 고구려 성곽의 망루가 떠올랐던 현 부자네 집 대문
조종안
전시실에서 나와서 곧장 식당으로 가려니까 버스에 지갑을 놓고 내린 것처럼 허전하고 서운했다. 문학관 우측에 있는 '현 부자네 집'과 '소화네 집'을 지나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건물터가 명당이라는 현 부자네 집은 일본식도 아니고, 그렇다고 전통 한옥도 아니어서 흥미를 끌었다. 안채에서 바라본 대문은 TV 드라마에서 봤던 고구려 성곽의 망루를 떠오르게 하기도.
'수염이 석 자라도 먹어야 양반'이란 말이 있듯 구경도 좋지만, 허기부터 달래야 했다. 하여 <태백산맥>에서 소화(素花)네 집으로 그려지는 현 부자네 집 제각은 카메라에 담는 것으로 만족하고 식당으로 방향을 잡았다. 차를 타고 가면서도 눈앞에는 그토록 졸깃하다는 참꼬막이, 입에서는 계속 군침이 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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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부터 '후광김대중 마을'(다움카페)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정치와 언론, 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올리는 글이 따뜻한 사회가 조성되는 데 미력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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