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그 겨울' 송혜교는 더 예쁘게 그려져야 한다

[주장] 시각장애인의 하이힐 착용 논란…무지와 편견이 부른 문제

13.02.01 14:54최종업데이트13.02.01 14:54
원고료로 응원

SBS 새 수목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서 송혜교는 시각장애를 안고 살지만 늘 완벽한 모습의 대기업 상속녀 오영 역을 맡았다. ⓒ SBS


급기야 작가까지 나섰다.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이하 <그 겨울>)의 노희경 작가가 최근 불거진 송혜교 하이일 논란에 대해 입을 열었다. 노희경 작가는 31일 진행된 <그 겨울>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시각장애인도 화장을 하고 하이힐을 신는다"며 최근 불거진 논란에 대해 해명했다. 노 작가는 자신이 직접 시각장애인을 취재하고 정보를 모았다며, "시각장애인 교본을 보면 실제로 화장하는 법, 하이힐 신는 법이 있다"고 설명했다.

왜 노희경 작가는 왜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이런 해명을 하게 된 걸까? 논란은 며칠 전 드라마 제작사에서 배포한 한 장의 사진 때문이었다. 이 사진에서 극중 시각장애인으로 나오는 송혜교는 하이힐을 신고 등장했다. 그러자 곧바로 '리얼리티'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앞이 보이지 않는 사람이 어떻게 하이힐을 신을 수 있느냐'는 비판이었다. '너무 위험한 거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왔고, 심지어 배우 송혜교의 이미지를 위한 과도한 설정이라는 악성비난으로까지 번졌다.

이후 네티즌 사이에서는 시각장애인이 하이힐을 신을 수 있느냐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고, 실제 시각장애인들의 증언이 뒤따르며 이들도 하이힐을 신을 수 있다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송혜교의 사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뜻이다.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의 스틸 컷 ⓒ SBS


하지만 애초 시각장애인이 하이힐을 신은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또 논란으로 이어졌다는 사실은 못내 씁쓸하게 다가온다. 왜냐하면 그 안에는 시각장애인을 바라보는 비장애인들의 무지와 편견이 고스란히 녹아있기 때문이다. 

앞이 보이는 사람을 예로 쉽게 생각해보자. 그들에게 하이힐은 신고 싶으면 신고, 신기 싫으면 안 신는 일종의 기호품이다. 애초 하이힐 착용 여부는 논쟁의 대상이 아니다. 마찬가지다. 시각장애인 중에도 하이힐을 신는 사람이 있고, 안 신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눈이 보이고 안보이고의 문제가 아니라 취향의 문제다.

그럼에도 우리는 장애인은 능력이 없고, 눈이 보이지 않으면 우리와는 다른 삶을 살아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관심, 편견, 부족한 이해를 돌아볼 생각은 하지 않은 채 그저 우리의 잣대로 그들을 재단하고 평가한다.  

한 통계에 따르면, 시각장애인을 포함한 장애인이 전체 인구의 약 10% 정도에 달한다고 한다. 가족, 친구, 혹은 회사에서 얼마든지 장애인을 마주치며 살아가야 하는 수치다. 그런데 의외로 우리가 하루 동안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장애인은 극소수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우리사회에서는 장애인의 사회참여나 활동이 어렵다는 의미다. 장애인은 능력이 부족하다는 잘못된 편견이 자꾸 확대 재생산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송혜교는 <그 겨울>에서 더욱 예쁘게 나와야 한다. 필요 하다면 스스로 화장도 하고 하이힐도 신으면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잘못된 편견을 시원하게 날려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앞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도 혹은 귀가 들리지 않거나 몸을 편히 움직일 수 없는 사람들도 결국은 우리와 함께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고, 같은 취미와 같은 본능을 가진 사람임을 <그 겨울>이 보여줬으면 좋겠다. 올해 가장 기대되는 드라마로 손꼽히는 이 작품에서 누구보다 예쁘게 그려질 송혜교의 모습을 기대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개인블로그(이카루스의 리뷰토피아),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그 겨울 바람이 분다 송혜교 노희경 시각장애인 킬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