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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호 패거리'에서 '저별' 이이경이 되기까지…

[인터뷰①] KBS 2TV <학교 2013> '정호맘' 이이경…이제 막 드라마 데뷔한 신인

13.02.06 16:33최종업데이트13.02.06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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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월화드라마 <학교 2013>에서 '오이지'로 불렸던 (왼쪽부터) 이이경·이지훈·곽정욱. ⓒ (유)학교문화산업전문회사


학교에 이런 애들 꼭 있다. 일진 옆에서 그 권력을 나눠 갖는, 똘마니 혹은 행동대장. 정작 혼자서는 별다른 힘을 쓰지 못한다. 드라마 <학교 2013>의 '오정호 패거리'가 그렇다.

그런데 이런 애들은 처음 봤다. 오정호(곽정욱 분)가 팔아치운 엄마 반지를 아르바이트까지 해가며 대신 되찾아 오는 이이경(이이경 분)과 이지훈(이지훈 분)은 그를 일진이 아닌 친구로 대했다. 특히 이경은 마찰하는 정호와 지훈 사이에 금이 갈까봐, 어르고 달래며 접착제 역할을 하는 싹싹한 녀석이었다. 덕분에 팬들 사이에서는 '정호맘'이라는 별명까지 생겼다.

이이경 역의 이이경(26)도 그렇다. 그는 얼마 전 <학교 2013>으로 친해진 배우들과 부산에 있는 김영춘(변기덕 역)의 집에 놀러갔다 왔다. 빵 셔틀을 시켰던 변기덕도, 돈을 내놓으라며 뺨을 때렸던 한영우(김창환 분)도 이제 '절친'이다. 이이경은 "형을 때린 후에 너무 미안해서 한참을 껴안고 있었다"고 촬영 당시를 떠올릴 정도로 정이 많다.

<학교 2013>에서 본명과 같은 이이경 역을 맡았던 배우 이이경(26)이 지난 5일 인터뷰를 위해 서울 상암동의 <오마이스타> 사무실을 방문했다. ⓒ HB엔터테인먼트


제작진이 깔아준 멍석 위, 기회를 살린 애드리브 

<학교 2013>이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이 작품이 드라마 데뷔작인 신인 이이경은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이후 분량을 만들어낸 건, 제작진의 믿음과 배우 자신의 기지다. 기회를 엿보며 시도한 애드리브의 반응이 좋았고, 이민홍 감독 역시 "하고 싶은 대로 해보라"며 멍석을 깔아줬다고. 지금은 이이경의 연관 검색어에 애드리브 대사들이 함께 올라 있을 정도다.

"학교의 전기를 차단하는 장면인데 대본에는 '이경, 두꺼비집을 내린다'라고 적혀 있었어요. 뭔가 살을 더 붙일 게 없나 고민하다가 '뾰로롱~' 애드리브를 넣어봤죠. 그 뒤엔 작가님이 대본에 '이경, 뾰로롱 하고 나타난다'고 써주셨더라고요.(웃음)"

'오정호 패거리'에서 이이경이라는 이름을 알린 데에는 실명 사용의 덕도 크다. 비록 '신인의 이름을 알리기 위한 제작진의 배려'라는 훈훈한 미담보다, "언제 그 많은 이름을 다 짓냐"고 했다는 '편의'설에 무게가 실리고 있지만, 아무래도 좋다. '저 이'에 '별 경', 그러니까 '저별'이라는 예쁜 뜻의 이름이 더 빛날 수 있게 됐으니.

또 다른 일등 공신은 박흥수 역의 김우빈이다. 이이경은 "대본 리딩 때부터 친해진 우빈이가 함께 촬영하는 장면에서는 늘 대본에 없어도 '야, 이이경!'이라고 불러줬다"며 "다음 날 포털 검색어에 제 이름이 뜬 것을 보고 둘이 좋아했다"고 웃었다.

"정호는 정호대로 끌고 가는 사연이 있고, 지훈이는 중간에 철이 드는 이야기로 흘러가잖아요. 그에 비해 이경이는 가정사나 사연이 없다 보니까, 촬영하는 감독님들도 A팀에서는 '양아치처럼 하라'고 했다가 다음 날 B팀에서는 '그냥 웃기면 된다'고 했죠.

그래서 제가 캐릭터를 잡아야 하는데, 지훈이와 정호가 많은 도움을 줬어요. 아무래도 '오이지'(오정호 이이경 이지훈)는 셋이 있을 때 시너지가 크더라고요. 특히 지훈이가 자기 분량이 늘어나서 미안해했는데, 먼저 와서 얘기해줘서 참 고마웠어요. 같은 나이에 비슷하게 데뷔한 지훈이는 저랑 닮은 점이 참 많아요. 둘이 전생에 뭐 있었던 것 같아. 정말 좋아요. 사랑해요... 아, 뭐 저만 떳떳하면 되니까!(웃음)"

<학교 2013>에서 이이경 역을 맡았던 이이경(오른쪽)과 정인재 선생님을 연기했던 장나라 ⓒ KBS


"영화 '백야'라는 산, '학교 2013'으로 넘었다"

<학교 2013>을 찍고 나서 유난히 배우들에게는 학창시절에 대한 질문이 쏟아진다. 이이경에게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않았다. 검정고시로 대학에 진학했고, 사회체육을 전공하다가 군 제대 후 서울예술대학 연기과로 편입했다.

"중학교 3학년 때부터 가라테를 했는데, 고등학교에서는 메달 따는 종목 외에 나머지는 폐지시켰어요. 의미 없이 학교를 왔다 갔다 하니까, 아버지가 '그럴 거면 너 하고 싶은 거 하라'고 하셔서 자퇴를 오래 고민하지 않았죠. 나쁜 길로 빠질 수 있었는데, 오히려 더 믿음을 드려야할 것 같아서 술·담배 절대 하지 않았고 검정고시도 남들 졸업하기 전에 합격했어요."

공부에 대한 열의가 남달라 5개 국어를 하는 아버지, 대학 4년 내내 장학금 받는 누나 등 '학구파'들 사이에서 이이경은 TV 채널이라곤 EBS와 KBS1밖에 모를 정도로 엔터테인먼트와 담 쌓고 살았다. 그런 그가 군대에서 본 드라마 <아이리스>(2009) 그리고 이병헌은 배우로서의 길을 결심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걸음마부터 순탄치 않았다. 생애 첫 작품이었던 영화 <백야>(2012)는 두 남자의 하룻밤을 그린 이송희일 감독의 퀴어 연작 시리즈 중 한 편. 가족의 반대도 소용 없었다. 이미 영화를 다 찍은 후에 아버지께 말씀 드린 용의주도한 이이경은 집에서 쫓겨나 열흘 동안 대학병원 대합실에서 먹고 잤다. "밤에 사람들이 다들 자니까 나 하나 낀다고 이상하지 않더라"며 "화장실도 깨끗하고 휴대폰 충전도 공짜로 하고 매점도 항상 열려 있어서 좋았다"니, 생존력도 뛰어나다.

"너무 큰 산이었죠. 그 산을 <학교 2013>이 넘게 해줬어요. 얼마 전에 아버지랑 고기 집을 갔는데, 주위에 어린 친구들이 절 알아보고 막 모이는 거예요. 아버지가 술을 한 병 시켜서 드시더니 기분이 좋으신가 보더라고요. '싸인 다 해주고 오라'면서 흐뭇해 하셨어요. 아버지가 제 길을 싫어하시는 줄만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 휴대폰을 보니까 제가 찍힌 영상들이 다 들어가 있었거든요. 다 '학교' 덕분이에요." 

인터뷰 2편으로 이어집니다.

학교 2013 이이경 오정호 이지훈 오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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