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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러문 가방" 외치던 이 아이…갈소원은 '세일러문' 몰라요

[인터뷰] '7번방의 선물' 아역배우 갈소원·이환경 감독을 만나다

13.02.08 10:41최종업데이트13.02.08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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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7번방의 선물>에서 6살 지능의 딸바보 용구의 딸인 7살 이예승 역의 배우 갈소원이 1일 오후 서울 동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선사하는 영화 <7번방의 선물>에는 류승룡, 오달수, 박원상, 정만식, 김정태 등 연기 잘하는 배우들을 제치고 관객의 사랑을 한몸에 받은 이가 있다. "구혜선 언니를 좋아하고, 김수현 오빠와 연기하고 싶어" 하는 아역배우 갈소원이다. 드라마 <부탁해요 캡틴>에 출연한 경험이 있지만, 갈소원에게 <7번방의 선물>은 영화 데뷔작이다.

"딸 향한 아련함, <7번방의 선물> 예승이에 담았다"


영화<7번방의 선물>의 이환경 감독과 용구의 딸 7살 이예승 역의 배우 갈소원이 1일 오후 서울 동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에 앞서 다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 이정민


촬영장에서 제일 어렸던 갈소원은 알고 보니 촬영장 대장이었다. <7번방의 선물>의 연출을 맡은 이환경 감독은 "소원이는 영화 현장이 낯설 수 있고, 우리 배우들이 좋은 얼굴은 아니라 무서워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뭔가 경직될까 봐 모든 것을 소원이에게 맞추려고 했다"고 털어놨다. 이런 노력이 통했는지 갈소원은 "다들 처음부터 잘해줬다. 제일 잘해준 사람은 감독님"이라면서 "봉식이 삼촌(정만식)이 처음엔 무서웠지만 다 재밌게 놀았다"고 싱긋 웃었다.

"평소에 딸과 얘기하듯 눈높이를 맞췄다"는 이환경 감독. 배우들 또한 진짜 아이다워 엉뚱하기까지 한 소원이에게 맞추려다 더욱 자연스러운 애드리브까지 하게 됐단다. 극 중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인물을 모녀와 부자가 아닌 '부녀' 이용구(류승룡)와 이예승(갈소원)으로 설정한 데 대해 이 감독은 "2012년 5월에 아들이 태어났지만, 첫 딸과 놀 때의 즐거움, 놀아주지 못한 것에 대한 아련함 등의 정서가 나와 맞는 것 같다"고 전했다. 딸에 대한 애정이 유달리 커서일까. 예승이라는 이름도 딸의 실제 이름에서 따왔다.

영화 <7번방의 선물>에서 6살 지능의 딸바보 용구의 딸인 7살 이예승 역의 배우 갈소원이 1일 오후 서울 동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에 앞서 장난기 가득한 모습을 하고 있다. ⓒ 이정민


"극 중 예승이가 상자에서 나와 용구를 막 때리는 장면이 있어요. 영화 때문에 두 달 만에 집에 갔는데 소원이 나이쯤이었던 실제 제 딸 예승이가 그런 행동을 했었거든요. 합창단이 교도소에서 공연하는 장면 있잖아요. 거기에 실제 예승이가 나와요.(웃음) 그때 소원이도 예승이를 만났죠. 합창단 발표회에 갔는데 느낌이 기가 막힌 거예요. '저 장면 넣어야겠다' 싶어서 딸 아이 학교 합창단 친구들과 촬영했죠."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 카페 주인의 개와 깔깔거리며 놀던 갈소원은 호기심 가득한 아이였다. "며칠 전에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다 떨어졌는데 안 울었다"며 왼쪽 볼에 난 멍 자국을 보여주더니 "엄청 빨리 친다"며 기자의 타자 치는 속도에 놀라기도 했다. "4살 때부터 캐스팅됐는데 잘한다고 계속 들어와서 (연기를) 하게 됐다"고 밝힌 갈소원은 "3월에 학교에 간다. 용구 아빠가 책가방도 사 줬다"고 했다. 류승룡이 갈소원에게 실제로 사준 책가방은 '세일러문 가방'이 아니란다. "세일러문은 몰라요. 안녕 자두야나 짱구 좋아해요." 

"갈소원, 김유정 같은 깊이 있는 연기자 될 것"


연신 사람 좋은 미소를 짓는 이환경 감독. 그의 첫인상은 '둥글둥글'했다. 투자사 제작사 관계자들이 "감독님 영화에는 악인이 없다"고 욕한다는데 그 의미를 단번에 알 법했다. <각설탕> <챔프>에 이어 <7번방의 선물>까지 꾸준히 '착한 영화'를 만든 이환경 감독은 "원초적인 착함을 자꾸 보여주고 싶다"면서 "언젠가 생각이 바뀌면 철저한 악인을 탐구하겠지만, 아직은 따뜻한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이런 감독의 마음은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달됐다.

"<각설탕>은 몰랐는데 <챔프>는 잘 안돼서 <7번방의 선물>을 두고 '너무 착하게만 만들면 안 된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하지만 결국 사람이잖아요. 따뜻함을 그리워하는 시대가 있다고 설득했죠. 일단 4일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었기 때문에 나름대로는 잘됐다고 생각해요. 어느 정도 증명됐다는 생각에 행복하고 통쾌합니다. 이 영화가 안됐다면 제 영화적 패러다임도 바뀌었겠죠. 이제는 다시 고민하게 됐어요. 지금 시대에 꼭 해야 할 영화라는 사명감도 있습니다. 화려한 것을 쫓아가는 관객도 있지만, 진정성을 보여주고 싶은 거죠."    


영화 <7번방의 선물>에서 6살 지능의 딸바보 용구의 딸인 7살 이예승 역의 배우 갈소원이 1일 오후 서울 동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에 앞서 극 중에서의 모습을 재연해 보이고 있다. ⓒ 이정민


<각설탕>에서 김유정을, <챔프>에서 김수정을 발굴한 이환경 감독은 언론시사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연기는 꼴찌였지만 소원이를 택했다"고 해 많은 이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이에 대해 이환경 감독은 "'어른이 보는 동화 같은 이야기'의 느낌을 주려면 아이에게서 순수함이 많이 보여야 했다"면서 "연기를 많이 배운 아이들에게는 도식화되고 인위적인 느낌이 나는데 소원이는 그냥 아이 같았다"고 갈소원과의 첫 만남을 회상했다.

"소원이가 어떻게 성장할 것 같으냐고요? 트렌디한 연기자로 성장할 것 같지는 않고요. 깊이 있는 연기자가 될 것 같습니다. 김유정 양을 <각설탕>으로 데뷔시켰는데 그런 연기자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어머니와 꾸준히 연락하는데, 김유정양이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 그 방향으로 가고 있거든요. 겉모습만 번지르르한 연기자는 아니죠. 우리 소원이도 분명히 그런 연기자가 될 겁니다." 

갈소원 이환경 7번방의 선물 류승룡 흥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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