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학교 2013'서 교복은 못 입었어도, 교무실은 훈훈했다"

[인터뷰] 과학 교사 김연아 역의 배우 김겨울…"학생들과 동갑인데 선생님 됐어요"

13.02.16 12:57최종업데이트13.02.16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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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드라마 <학교2013>에서 갓 부임한 초임교사 김연아 역의 배우 김겨울이 13일 오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학교 2013> 김연아 과학 선생님은 섭섭하다. 잘 찾아보면, 승리고등학교 남학생들 중에 팬이 꽤 있을 법한 미모의 여교사인데 드라마에서는 그 인기도가 제대로 조명되지 못했다.

KBS 2TV <학교 2013>에서 배우 김겨울(26)이 맡은 김연아는 '젊고 예쁘고 몸매도 좋은' 초임교사였다. 드라마가 끝난 뒤, 13일 인터뷰를 위해 만난 김겨울은 "원래 남학생들은 좋아하고 여학생들은 질투하는 대상으로 설정돼 있었는데, 학생들에게 집중되는 이야기로 바뀌면서 많이 부각되지 못해 조금 아쉬웠다"고 종영 소감을 전했다.  

"선생님 역할을 맡아서 구성애 등 유명 강사들의 강의 동영상을 보고 연기를 준비했거든요. 그런데 강의하는 장면은 한 번도 못 찍었네요. 시험 감독하는 장면 딱 한 번 있었어요.(웃음) 근데 선생님을 연기하면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어요. 제가 학교 다닐 때보다 교사들의 권위가 실추되고, 부모들의 입김이 지나치게 세진 것 같아서 놀라기도 했고요."

그래도 신인 김겨울에게 <학교 2013>은 배우로서 첫 번째 전환점 같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총각네 야채가게> <해운대 연인들> 등 전작에서보다는 얼굴을 좀 더 알렸고, 지금의 소속사와 전속계약도 체결했다.  

배우 김겨울은 2005년 미스춘향대회 진으로 데뷔해 KBS2 '해운대의연인들' '제빵왕 김탁구', SBS '행복합니다', MBC '친구 우리들의 전설', 채널A '총각네 야채가게', 영화 '통증' 등 다수의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하며 연기 경력을 쌓았다. ⓒ 이정민


신인 김겨울에게 교무실은 연기 '배움의 장'  

재밌는 건, 1988년생으로 올해 26살이 된 김겨울의 나이다. 학생 역의 박세영·이지훈과 동갑이고 대다수 학생 배우들과 또래지만, "늙어 보여서 교복은 못 입겠다"는 이민홍 감독의 단호한 한 마디에 교사 역을 맡게 됐다. 때문에 마주칠 일이 거의 없었던 학생 배우들과는 친해지지 못했다고.

교실 대신 교무실을 거점으로 삼으면서 장점도 있었다. 윤주상·이한위·엄효섭 등 교사 역할의 관록 있는 배우들은 김겨울에게 더할 나위 없는 '연기 교과서'였기 때문. 김겨울은 "선배님들이 어떻게 해야 화면에 더 잘 나올 수 있는지 연기 노하우를 알려줬고, 긴장하지 말라고 격려도 해줬다"며 "통통 튀는 콘셉트는 이한위 선생님이 잡아준 것"이라고 전했다.

"교무실 분위기는 정말 좋았어요. 일단 학생들이 촬영했던 교실은 굉장히 추웠다고 하는데, 교무실은 정말 따뜻해서 대기할 때도 그렇게 힘들지 않았거든요. 가끔 탈의실에서 회도 시켜 먹고, 선생님들이 술을 좋아하셔서 촬영 일찍 끝난 날이면 회식도 자주 했죠."

"이민홍 감독님은 교사 역할의 배우들에게 애칭을 하나씩 붙여줬는데, 저는 '빵빵한 호떡, 빵떡'이라고 놀렸어요. 처음에는 굉장히 까칠하신 분인 줄 알았는데, 소문에 비해서는 별로 무섭지 않더라고요." ⓒ 이정민


겨울에 태어난 김겨울 "요즘 아이스하키에 푹~"

김겨울은 이름처럼 12월 한겨울에 태어났다. "이름이 너무 차가워서 성격까지 차가워질 것 같다"는 부모님의 걱정으로 초등학교 때 김연아로 이름을 바꿨지만, 동명의 피겨스케이트 선수가 이름을 널리 알리면서 최근에 다시 김겨울이라는 본명으로 돌아갔다.

조용하고 평범한 학생으로 '현모양처'가 꿈의 전부였지만, 18살에 배우의 길을 택하면서 고향이었던 부산을 떠나 서울로 왔다. 갑자기 배우로 진로를 정한 건, 아버지가 한 번 나가보라고 권유했던 미스춘향선발대회 덕분이다.

"2005년, 고등학교 2학년 때 미스춘향선발대회에서 진으로 뽑혔어요. 아빠가 미인대회 나가서 대학가고 시집이나 가라고 내보내셨죠. 대회 수상 이력이 있으면 대학 수시 전형에서 혜택을 받을 수 있었거든요. 그렇게 성균관대 연기예술학과로 진학하면서 자연스럽게 배우의 길로 들어서게 됐어요."


"26살이라는 나이에 신인이라 너무 늦은 것 같지만, 딱히 걱정되지 않아요. 요새 늦게 뜨는 배우들도 많잖아요. 천천히 한 단계씩 올라가고 싶어요." ⓒ 이정민


누가 겨울이 아니랄까봐, 김겨울은 요새 동계 스포츠 아이스하키에 푹 빠져 있다. 아이스하키를 배우기 위해 우선 스케이트부터 시작할 계획이다. 예전에는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을 배우기도 했고, 요즘에도 수영장에서 살 정도로 김겨울은 운동을 좋아한다. 때문에 야외촬영이 거의 없었던 <학교 2013>에 출연하는 동안 "바깥 공기를 쐬고 싶었다"는 나름의 고충은 더 절절하게 들렸다. 

"다음에는 좀 더 활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역할을 맡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데, 무엇보다 악역을 해보고 싶어요. 제가 기가 좀 세 보이게 생겼잖아요.(웃음) 악역 맡으면 잘 할 것 같아요. 예전 드라마 <이브의 모든 것>에서 김소연 씨가 맡았던 역할 같은 것을 해보고 싶어요.

함께 연기해보고 싶은 배우는 이민호 씨예요. 제 이상형이고, <꽃보나 남자> 때부터 팬이기도 하고요. 꿈은 그렇지만 너무 급하게 생각하지 않으려고요. 배우로서 배우면서 천천히 한 단계씩 올라가고 싶어요. 무엇보다, 매일 촬영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학교 2013 김겨울 김연아 엄효섭 이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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