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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팅 논란' 휩싸인 이정재, 홀로 십자가 질 일인가

[하성태의 사이드뷰] 이정재 논란, 소설 같은 기사 쓴 에디터 책임은 없나

13.02.16 16:27최종업데이트13.02.16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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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정재 ⓒ 이정민


먼저, 배우 이정재가 패션매거진 <보그>(VOGUE)와 나눈 인터뷰 내용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저는 Y한테 게이 좀 그만하라고, 충분히 하지 않았냐고 만류했지만, 쉽지 않았어요. 그는 그렇게 불편하게 타고난 거죠. 저도 산전수전 다 겪었습니다. 데뷔 때는 게이 매니저 때문에 루머로 맘고생도 했어요. 출세를 위해 잤다는 소문이 퍼졌죠. 이젠 웬만한 일엔 끄떡도 안 합니다. 지금은 영화계의 근면한 마초들과 지내면서 '연기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찾고 있어요."

<보그> 온라인 판에서 확인할 수 있는 이 인터뷰의 제목은 '하드보일드 맨'. 영화 <신세계> 개봉을 앞두고 나눈 인터뷰에서 <보그>는 위 발언에 앞서 "얼마 전 사랑하는 친구 Y를 하늘나라로 떠나 보냈어요"란 이정재의 말과 함께, '패션 연예계를 종횡무진하는 크리에이티브한 게이였던 Y는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는 에디터의 친절한 설명을 곁들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 인터뷰 내용이 SNS를 통해 전해졌다. 이어 '이정재가 20년 지기였던 고 우종완에게 그같은 발언을 했다'는 취지로 기사화되며 일파만파 논란을 낳고 있다. 인터넷 일각에선 성소수자에 관한 비하와 고인에 대한 아웃팅으로 받아들이며 이정재에 대한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사실 모든 인터뷰는 전체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마땅하다. 이 인터뷰 기사는 영화 <신세계>의 이정재의 연기와 역할과 인생을 녹여 내며 "실제로 그는 패션 사교계에서 많은 '브라더'들과 성장했다. 게이와 마초 모두가 그를 사랑했다. 그는 그들 모두에게 관대하고 사교적이었으며, 그들은 그에게 새로운 경험과 우정을 나눠주었다"고 쓰고 있다.

전체 맥락을 놓고 본다면, 기사를 쓴 에디터는 <신세계>란 영화의 '마초성'과 이에 반하는 개념으로 '게이'를 끌어들이고, 배우 정우성이나 우종완과의 관계와 우정을 언급하는 식으로 기사를 전개해 나가고 있다. 언제나 그렇듯이 에디터의 주관이 강하게 반영된 것이다. 그 와중에 등장한 것이 '친구 Y'였다.

이정재의 사랑하는 친구를 이용한 것은 누구인가

배우 이정재 ⓒ 이정민


2009년 모 배우가 "한국이 싫다"는 발언으로 대중의 비판의 도마에 오른 적이 있다. 한 영화 월간지 인터뷰 내용 중 "한국이 싫다"는 발언이 인터넷 매체를 통해 따옴표 제목을 통해 기사화되면서 논란이 일은 것이다. 몇 페이지에 걸친 일문일답 내용 중 유독 선정적인 저 한 문장만이 문제시된 것이다. 결국 담당 에디터가 보도자료를 돌리며 적극 해명했지만, 그 배우의 이미지는 당시 상당수 실추될 수밖에 없었다.

이번 이정재의 인터뷰 논란은 위와 같은 과거를 떠올리게 만든다. 허나 맥락은 분명 다르다. <보그> 인터뷰는 이미 에디터가 '친구 Y'를 호명함으로서 이미 논란을 품고 있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만약 인터뷰 형식이 '일문일답'이었다면 비난의 강도는 더 거셌을지 모를 일이다. 그러나 독자들은 한 에디터의 '에세이'에 가까운 이 인터뷰 기사가 어떻게 진행됐고, 또 어떤 맥락 위에서 이정재가 저 발언을 했는지 알 수 없다. 에디터와 이정재 본인만 아는 '진실'이다. '친구 Y'를 어찌 표현하고, 어떤 진위를 가지고 언급하고 발언했는지 말이다.

하지만 인터뷰이가 이미 고인이 된 20년 지기 친구를, 그것도 성소수자(라고 정확히 아웃팅되지 않은)였던 지인을 언급했을 때, 이를 적절한 문장과 맥락으로 처리하는 것은 분명 인터뷰어인 담당 에디터의 몫이다.

'친구 Y'라며 직접적인 표현은 피해가면서도, 어떤 인물인지 추측 가능한 설명과 이정재의 발언을 따옴표에 넣어 전체 인터뷰 기사의 맥락 안에 우겨 넣은 것은 세심함을 넘어 함께 마주한 인터뷰 대상에 대한 배려가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읽혀진다. 더욱이 일문일답의 심층 인터뷰가 아닌 화보를 겸한 피처 기사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물론 '게이라는 성적 정체성이 과연 그만둘 수 있는 것인가'라고 이정재에게 반문할 수는 있다. 그리고 이 발언이 문제가 된다라면 그 책임 역시 본인이 져야 마땅할 것이다. 그러나 활자화된 인터뷰 내용만 놓고 본다면, '아웃팅'에 대한 논란의 책임을 이정재에게 십자가 지우는 일은 손쉽지만 공정하진 않아 보인다. 진위나 맥락에 대한 부연없는 '따옴표 기사'들이 낳는 폐해는 이미 지겨울 정도로 겪어오지 않았던가.  

이정재 우종완 보그 아웃팅 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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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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