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일만에 치러진 장례식..."여보, 내 잘했제"

한진중공업 노동자 고 최강서씨, 양산 솥발산 열사묘역에 안치

등록 2013.02.24 16:53수정 2013.02.25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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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전부인 세상에 없어서 더 힘들다"라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최강서(35) 전국금속노동조합 부산양산지부 한진중공업지회 조직차장이 66일 만에 땅에 묻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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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조 탄압 분쇄, 158억 손배가압류 철회, 정리해고와 강제 무기한 휴업이 부른 사회적 살인, 한진중공업 최강서 열사 전국노동자장"이 24일 부산 영도 한진중공업 앞에서 열렸다. 사진은 장례식에 앞서 영정을 무대에 올리는 모습.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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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조 탄압 분쇄, 158억 손배가압류 철회, 정리해고와 강제 무기한 휴업이 부른 사회적 살인, 한진중공업 최강서 열사 전국노동자장"이 24일 부산 영도 한진중공업 앞에서 열렸다. ⓒ 윤성효


'민주노조 탄압분쇄, 158억 손배가압류 철회, 정리해고와 강제 무기한 휴업이 부른 사회적 살인, 한진중공업 최강서 열사 장례위원회'(위원장 백석근 민주노총 비대위원장)는 제18대 대통령 취임식을 하루 앞둔 24일 '전국노동자장'으로 최강서 조직차장의 장례를 치렀다. 이날 장례는 하루 전날인 23일 한진중공업 사측과 금속노조가 합의하면서 이뤄졌다.

대통령선거 이틀 뒤인 2012년 12월 21일 자결한 뒤, 부산 영도 장례식장에 모셔져 있던 고인의 시신은 지난 1월 30일 한진중공업 앞으로 옮기던 도중 경찰과 마찰을 빚으면서 의도하지 않게 공장 안 '단결의광장'에 안치됐었다.

장례는 이날 오전 8시 발인식부터 시작되었다. 유가족과 조합원들이 제배를 한 뒤, 영정은 노동조합 사무실에 들렀다가 영결식장인 한진중공업 앞으로 옮겨졌다. 영결식장에는 "노동해방 그날 위해 끝까지 싸우자"고 적혀 있었다. 고인의 시신은 국화꽃으로 '노동해방'을 표현해 놓았다.

고인 부인 "꿈에 자주 만나 공원에도 놀러가자"

영결식은 오전 9시부터 열렸다. 홍지욱 금속노조 부위원장이 사회를 보았다. 고지훈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 사무장이 경과보고를 하고, 문영복 수석부지회장이 유서를 낭독했다. 또 이용대 조합원이 조시를 낭송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흐느껴 울었다.

장례위원장인 백석근 민주노총 비대위원장은 "이제 박근혜 정부에 대해 투쟁해야 한다. 대선 뒤 모두 절망할 때 동지가 연대와 투쟁을 결의하도록 했다"며 "이제 유신광풍이 불 것이다. 뼈를 깎는 각오로 권력의 횡포를 앞에서 흔들리는 촛불이 아니라 횃불이 되어야 한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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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조 탄압 분쇄, 158억 손배가압류 철회, 정리해고와 강제 무기한 휴업이 부른 사회적 살인, 한진중공업 최강서 열사 전국노동자장"이 24일 부산 영도 한진중공업 앞에서 열렸다. 사진은 고인의 부인이 무대에 올라 인사말을 하면서 울고 있는 모습.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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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조 탄압 분쇄, 158억 손배가압류 철회, 정리해고와 강제 무기한 휴업이 부른 사회적 살인, 한진중공업 최강서 열사 전국노동자장"이 24일 부산 영도 한진중공업 앞에서 열렸다. 사진은 고인의 부인이 두 아들을 달래고 있는 모습. ⓒ 윤성효


백기완 선생이 연단에 올랐다. 백 선생은 "강서야. 네 유서를 보니 기가 막혀 살겠니. 악독한 자본가와 가진자한테 졌다고? 지긴 왜져. 네가 이겼다. 예부터 피와 눈물로 쓰러진 생명은 불씨로 이어간다고 했다"며 "짓밟힌 강서야. 너는 영원한 불씨다. 지지 않을 것이다. 네가 틔운 불씨로 봄이 온다. 우리가 따라 갈게"라고 말했다.

차해도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장은 호상인사를 통해 "유족께 고개 숙여 사과 드린다. 강서가 남긴 유언은 아직 지켜지지 못했고, 여전히 한진 자본은 노동자를 탄압하고 있다. 우리는 저항을 계속할 것이다. 다시 투쟁 깃발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유족들이 연단에 올라 인사했다. 고인의 부인은 "자본과 언론이 생활고 때문이라고, 시신투쟁한다고 했지만 내 신념의 변화는 없었다"며 "자기랑 같이 산 사람이 무엇 때문에 힘들어 했는지 안다. 복귀 3시간 만에 휴업이라고 했을 때 절망하는 모습을 보았다"고 말했다.

이어 "당신 유언대로 해주는 게 내가 마지막으로 할 일이라 생각했다. 만족하는 결과가 아니지만 지금은 최선이다. 여보, 내 잘했제. 노동운동 역사책에 자기 이름 나올 거 아니냐. 자랑스런 남편으로, 아빠로 남을 거야"라며 "여보, 자기한테 좋은 곳 가라는 말을 못하겠다. 진짜 못 보내겠다. 아이들 잘 키울게. 꿈에서라도 만나자. 꿈에 자주 나타나서 공원에도 놀러 가고 하자"고 덧붙였다.

부산역 노제, 김진숙 "우리가 또 솥발산엘 간다"

이어 한진중공업 앞에서 부산역광장까지 운구행렬이 이어졌다. 영정과 민주노총 깃발, '부활도', 만장 등을 들고 걸었다. 금속노조 한진중공업 조합원들은 상복을 입기도 했다.

부산역광장에서 열린 노제는 정홍형 장례위 의전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정 위원장은 "우리가 이번 싸움을 하면서 가보지 않았던 곳이 없을 정도였다. 그런데 우리 스스로 민주노조를 지키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의장은 추모사를 통해 "이 순간도 노동자들은 철탑 등에서 온 몸을 던져 싸우고 있다. 더 이상 희생이 없어야 한다. 동지는 정리해고·손배가압류·비정규직·노조탄압이 없는 새 세상에서 태어나소서"라고 말했다.

김재하 민주노총 부산본부장의 추모사에 이어 민중가수 박준씨가 노가를 불렀다. 또 행위예술가 이삼헌씨가 한진중공업 작업복을 들고 국화꽃을 뿌리면서 진혼무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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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24일 오후 부산역 광장에서 열린 "민주노조 탄압 분쇄, 158억 손배가압류 철회, 정리해고와 강제 무기한 휴업이 부른 사회적 살인, 한진중공업 최강서 열사 전국노동자장" 노제에서 추모사를 하면서 울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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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조 탄압 분쇄, 158억 손배가압류 철회, 정리해고와 강제 무기한 휴업이 부른 사회적 살인, 한진중공업 최강서 열사 전국노동자장"이 24일 부산 영도 한진중공업 앞에서 열린 뒤 부산역광장에서 노제가 열렸다. 사진은 운구행렬 모습. ⓒ 윤성효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은 눈물을 흘리며 "강서야. 우리가 또 솥발산엘 간다. 굽이굽이 피눈물이 서리고 켜켜이 회환이 쌓인 솥발산엘 서른다섯 시퍼런 생목숨을 묻으러 우리가 또 가야 한다"며 추도사를 했다.

김 지도위원은 "지난 봄, 하필이면 솥발산에서 찍었던 네 사진이 결국은 영정사진이 되고, 그 영정 사진을 쓸고 또 쓸며 당신을 어찌 보내냐고 울고 또 울던 네 아내의 통곡을 뒤로한 채 오늘 너를 보낸다"며 "너무 아까운 우리 강서, 보고 싶어서 우째 사노. 날마다 눈물을 뚝뚝 흘리던 네 누이의 동백꽃 같은 눈물로 젖은 너를 이제 영영 보낸다"며 울었다.

이어 "스물 다섯 군대 제대하자마자 이 공장에 와서 배를 만들며 서럽고 고단한 조선소 짬밥을 먹으며 장가 들고 두 아들 낳고 천년만년을 살아도 모자랐을 강서야. 말 잘 듣는 노예만이 필요했던 이 모진 조남호 자본에게 넌 네 번째 희생자가 됐다. 십년을 바쳐 왔던 땀과 노동도 모자라 이 모질고 모진 자본은 어찌 네 목숨까지 앗아간단 말이냐"라고 덧붙였다.

김 지도위원은 "매일 드나들던 회사의 출입이 금지되고, 십년 이십년을 부려먹고 버린 사람들을 가차없이 외부세력으로 부르는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 자본. 돈 없다고 노동자들 자르고는 우리 임금의 열배가 넘는 돈으로 용역을 사들여 노동자들을 끌어내고, 경찰에게 연행되고, 회사노조로부터 고소 당하고 그 피가 거꾸로 솟는 일들을 매일 겪으며 네가 변하고 그렇게 투사가 됐듯이 여기리만 하던 네 아내가 변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건 아프고 눈물 겨웠다"고 말했다.

노제를 지낸 뒤 운구행렬은 양산 솥발산 열사묘역으로 향했다. 이곳에는 한진중공업 노사 갈등 속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박창수·김주익·곽재규 노동열사도 이곳에 묻혀 있다. 하관식은 유가족과 조합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날 장례식에는 김제남 이상규 김재연 전순옥 국회의원과 권영길 전 국회의원,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와 강병기 비대위원장, 박상철 금속노조 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한편 경찰은 장례식이 열리는 동안 체포영장이 발부된 김진숙 지도위원을 포함한 5명을 검거하기 위해 민주노총 부산본부 앞에 경찰병력을 배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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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조 탄압 분쇄, 158억 손배가압류 철회, 정리해고와 강제 무기한 휴업이 부른 사회적 살인, 한진중공업 최강서 열사 전국노동자장"이 24일 부산 영도 한진중공업 앞에서 열렸다. 사진은 장례식에 참석한 백기완 선생 등이 묵념하는 모습.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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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조 탄압 분쇄, 158억 손배가압류 철회, 정리해고와 강제 무기한 휴업이 부른 사회적 살인, 한진중공업 최강서 열사 전국노동자장"이 24일 부산 영도 한진중공업 앞에서 열렸다. 사진은 운구행렬 때 만장을 들고 걷는 모습.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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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와 김재연 국회의원이 24일 오후 부산역광장에서 열린 "민주노조 탄압 분쇄, 158억 손배가압류 철회, 정리해고와 강제 무기한 휴업이 부른 사회적 살인, 한진중공업 최강서 열사 전국노동자장" 노제에서 고인의 부인을 위로하고 있다. ⓒ 윤성효


#최강서 #한진중공업 #손배가압류 #솥발산 열사묘역 #금속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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