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홈 팀의 불운, 인천 유나이티드도 예외는 아냐

[2013 K리그 클래식 1R] 인천 유나이티드 FC 0-0 경남 FC

13.03.04 08:45최종업데이트13.03.04 08:45
원고료로 응원

경기 최우수 선수로 뽑힌 인천 유나이티드 문지기 권정혁 선수 ⓒ 심재철


경기 종료 직전에 안방 팀 인천 유나이티드는 경남 FC의 골문을 흔들었다. 짜릿한 결승골을 알리는 뱃고동 소리도 경기장에 울려퍼졌고 관중들 중 상당수는 기립박수로 기쁨을 표했다. 하지만 여기저기서 탄식 소리가 터져나왔다. 경남 FC 문지기 백민철이 뜬 공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인천의 미드필더 한교원이 백민철을 밀었다는 판정이 내려졌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주심의 종료 휘슬 소리가 더 아쉽게 들렸다.

김봉길 감독이 이끌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3일 오후 2시 인천 축구전용경기장에서 벌어진 2013 K리그 클래식 1라운드 경남 FC와의 안방 경기에서 일방적인 경기 운영을 펼치기는 했지만 끝내 골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득점 없이 비겼다.

한교원, 발등에 너무 힘이 들어갔나?

15분, 인천 유나이티드의 한교원이 오른발 대각선 슛을 날리는 순간. ⓒ 심재철


새 시즌 개막을 앞두고 열린 인천 유나이티드 2013 팬즈데이 행사(2013. 2. 24)에서 마이크를 잡은 한교원 선수는 지난해 이루지 못한 '10득점 10도움' 기록을 이루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 그리고 일주일 뒤에 그는 팬들이 지어준 별명 '미추홀 런닝맨'에 어울리도록 줄기차게 인천 축구전용경기장을 누볐다.

경기 시작 15분 만에 관중석이 들썩거리는 기회를 한교원이 만들어냈다. 동료 미드필더 구본상의 가로채기에 이은 찔러주기가 제대로 어울렸다. 경남의 외국인 수비수 스레텐까지 완전히 따돌린 한교원은 각도가 썩 좋지는 않았지만 오른발 대각선 슛을 시도했다. 골문 반대편 구석을 노린 선택도 나쁘지 않았지만 공은 아슬아슬하게 골문을 벗어났다.

이후 한교원은 40분에도 좋은 득점 기회를 잡아 오른발 감아차기로 골을 노렸지만 뜻대로 공은 골문 안으로 빨려들어가지 않았다. 이번에도 그의 앞에는 방해하는 경남 수비수가 한 명도 없었지만 강한 슛을 터뜨려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느껴질 정도로 발등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 두 장면만으로도 한교원은 3월의 첫 일요일 밤잠을 설쳤을 것이다. 좀처럼 얻기 힘든 기회를 경기장에서 해결하지 못한 아쉬움은 머릿속에 오랫동안 남기 때문이다.

안방 팀이 좀처럼 웃지 못했던 1라운드

후반전, 인천 유나이티드 왼쪽 수비수 김창훈(왼쪽)의 드리블 ⓒ 심재철


인천 유나이티드의 부주장이자 오른쪽 수비수로 뛴 박태민은 후반전 시작 후 곧바로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러내렸을 것이다. 실수 하나로 아찔한 결승골을 내줄 위기가 있었던 것. 경남 골잡이 김인한이 시도한 슛을 동료 문지기 권정혁이 왼쪽으로 몸을 날리며 막아주었기에 한숨을 돌렸다.

방문 팀 경남이 만들어낸 유일한 유효 슛이 바로 이 순간이었다. 사실 이것 말고는 인천의 골문 앞이 위협을 느낄 만한 순간은 거의 없었다. 직접 프리킥 휘어차기의 달인 김형범이 오른쪽 측면에서 뛰고 있었지만 그의 발등 감각을 자랑할 만한 기회가 거의 주어지지 않았다.

그만큼 인천 유나이티드의 뒷문은 든든한 편이었다. 노련한 문지기 권정혁이 든든하게 골문 앞을 지키고 있었고 전남에서 뛰다가 돌아온 가운데 수비수 안재준이 이윤표와 나란히 수비를 책임졌다. 대전에서 좋은 경험을 쌓았던 측면 수비수 김창훈은 인천의 새로운 왼발이라는 깊은 인상을 남겼다.

특히, 새내기 미드필더 이석현은 그 누구보다 인상적인 첫 경험을 했다. 30분, 미드필더 김남일의 가로채기에 이은 찔러주기가 이석현의 발 앞에 정확하게 전달되었는데, 그의 오른발 감아차기는 안타깝게도 골문 오른쪽 귀퉁이를 때리고 나갔다. 신인왕 트로피를 탐낸다는 포부가 허풍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석현의 골대 불운 때문은 아니겠지만 인천은 끝내 경남의 골문을 열지 못하고 경기를 끝냈다. 지난해 두 차례의 맞대결도 모두 0-0이었으니 양 팀의 불편한 인연은 계속된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7월 16일로 예정된 창원 방문 경기가 벌써 궁금해진다.

후반전, 인천 유나이티드 남준재 선수가 오버헤드킥으로 골을 노리는 순간 ⓒ 심재철


공교롭게도 2013 K리그 클래식 첫 라운드 결과는 단 한 경기(울산 2-1 대구, 3월 2일 문수월드컵경기장)만 빼고 안방 팀들이 제대로 웃지 못했다. 어쩌면 전남(0-1 제주), 성남(1-2 수원), 대전(1-3 전북)처럼 안방 팬들 앞에서 열린 시즌 개막전에서 패하지 않은 것이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내년에 2부리그(K리그)로 떨어지지 않으려는 K리그 클래식 팀들의 자존심 대결이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라는 점을 반증하는 첫 라운드 결과들이라 할 수 있다. 이제 인천 유나이티드는 9일 낮 디펜딩 챔피언 FC 서울과의 결코 쉽지 않은 방문 경기를 준비하며 경남은 10일 낮에 지역 라이벌 부산을 안방으로 불러들인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덧붙이는 글 ※ 2013 K리그 클래식 1라운드 인천 경기 결과, 3일 14시 인천 축구전용경기장
★ 인천 유나이티드 FC 0-0 경남 FC
◎ 인천 선수들
FW : 디오고(69분↔설기현)
AMF : 남준재, 이석현(81분↔찌아고), 한교원
DMF : 구본상(81분↔문상윤), 김남일
DF : 김창훈, 이윤표, 안재준, 박태민
GK : 권정혁
◎ 경남 선수들
FW : 김인한(80분↔정대선)
AMF : 보산치치, 조재철(83분↔최현연), 김형범
DMF : 최영준(46분↔이재안), 강민혁
DF : 김용찬, 스레텐, 윤신영, 정다훤
GK : 백민철
축구 K리그 클래식 인천 유나이티드 FC 경남 FC 권정혁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