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걷기 좋은 돌산도 벼랑길... 향일암 구경은 '덤'

바위벼랑과 바다가 어울린 아름다운 길

등록 2013.03.08 09:11수정 2013.03.08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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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다도해와 어울린 돌산도 벼랑길

다도해와 어울린 돌산도 벼랑길 ⓒ 전용호


해안을 따라 조성된 걷는 길로는 전남 여수 금오도 비렁길이 유명하다. '비렁길'은 지역 사투리로 벼랑에 난 길을 말한다. 돌산도에서 마주보는 커다란 섬 금오도에는 서편 해안으로 오랜 파도와 싸운 바위들이 벼랑을 만들었다. 그 위로 여수시에서 길을 다듬어서 '비렁길'이라고 불렀다. 외진 섬에 해안을 따라 만들어진 비렁길은 도시를 벗어나고픈 사람들을 유혹했다. 섬 여행과 걷기 여행을 즐기기에 너무나 좋다.

금오도 비렁길에 버금가는 길이 돌산도에도 있다. 금오도까지 들어가기 번거롭다면 가볍게 산책하듯 거닐 수 있는 돌산도 벼랑길을 추천한다. 짙푸른 바다를 내려다보면서 해안벼랑을 걸어가는 길.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길이라 찾는 사람도 드물다. 그래서 한적한 여유를 즐기기에 이만한 길이 없다. 거기다 아름다운 바위벼랑과 관음기도처로 유명한 향일암을 구경하는 것은 덤이다.


돌산 성두마을에서 임포마을까지 이어진 길

a  돌산도 끝마을인 성두마을

돌산도 끝마을인 성두마을 ⓒ 전용호


a  성두마을에서 향일암으로 넘어가는 길

성두마을에서 향일암으로 넘어가는 길 ⓒ 전용호


봄 햇살이 따뜻하다. 봄바람은 따뜻한 햇살을 시기하듯 새치름하다. 바람이 차도 따뜻하게 느껴지는 계절. 시내버스를 타고 여수 돌산도 끝 마을인 성두로 향한다. 버스 안은 여수시내에서 일 보고 돌아가시는 어르신들로 가득 찼다. 오랜만에 만원버스를 탔더니 구불거리며 달리는 버스가 멀미를 일으킨다.

마을마다 거쳐 가는 버스는 종점인 성두마을에 멈춰 선다. 커다란 당산나무 두 그루가 신령스럽게 하늘을 가리고 섰다. 성두마을은 돌산도 끝이지만 새로운 길이 시작된다. 성두마을에서 금오산 언저리를 걸어서 임포마을까지 연결되는 해안 벼랑길이 있다.

성두마을을 가로질러 간다. 조용한 어촌마을이다. 마을은 나른한 오후 햇살을 따사롭게 받고 있다. 산길로 찾아가기가 쉽지는 않다. 이정표나 안내판이 없다. 골목을 기웃거리다보면 집 사이 작은 골목으로 들어서는 길이 있다. 노란리본 하나가 달랑거린다. 성두마을 사람들이 밭에 일하러 가는 길이다. 산비탈을 개간한 밭 사이 좁을 길을 따라 올라간다. 뒤를 돌아보니 성두마을이 바다를 품고 자리를 잡았다.

거친 산을 개간한 밭들 사이로 난 좁은 길을 따라가면 산길과 만나고 삼거리가 나온다. 산으로 올라가는 길과 해안을 따라가는 길로 나뉜다. 아주 오래전에 산으로 올라가는 길로 들어섰다가 아주 애를 먹었던 적이 있었다. 바다 쪽으로 난 길을 따라 숲으로 들어선다. 숲은 겨울을 보낸 나무들이 하얀 피부를 반짝이며 기지개를 켜고 있는 것 같다.


a  성두마을에서 해안을 따라 걸어가다 보면 만나는 풍경

성두마을에서 해안을 따라 걸어가다 보면 만나는 풍경 ⓒ 전용호


a  아름다운 바다를 보면서 걷는 길. 돌산 벼랑길

아름다운 바다를 보면서 걷는 길. 돌산 벼랑길 ⓒ 전용호


편안한 오솔길을 따라 쉬엄쉬엄 걸어가면 큰 소나무 두 그루가 선 갈림길을 만난다. 갈림길이래야 잠시 바다로 향해 난 길이다. 바다로 돌출된 곳에는 커다란 마당바위가 있다. 돌산 벼랑길의 최고 전망대다. 바다를 품고 선 바위와 한없이 넓은 바다, 그리고 길게 늘어선 금오도가 잘 어울린다.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니 마음이 넓어지고 여유롭다.

바위 틈으로 작은 나무들이 바닷바람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바위 틈에 뿌리를 내린 나무는 혼자서 자란다. 나무를 보고 있으니 안 됐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다가 이런 곳에 자리를 잡았을까? 연민의 정이 느껴진다. 다른 시각으로 보면 꼭 나쁜 것만도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비록 살아가기는 힘들겠지만 주변에 경쟁할 나무들이 없으니 나름 살 만하지 않겠나 싶다. 비록 큰 나무는 되지 못할지라도 다투며 자랄 필요는 없으니까.


사람이 살아가는 것도 같은 생각이 든다. 산골 깊은 곳에서 외롭게 살아간다고 그 사람들이 불행한 것만은 아니지 않는가? 경쟁 없이 자유롭게 살 수 있는 것도 행복이 될 수 있다. 반면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인간성을 상실하면서 살아가는 게 행복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가끔은 경쟁 없는 곳에서 마음을 놓고 살아보고 싶다.

바다를 품은 금오산 너머 향일암까지

a  벼랑길에서 만난 봄꽃들, 냉이, 노루귀, 양지꽃

벼랑길에서 만난 봄꽃들, 냉이, 노루귀, 양지꽃 ⓒ 전용호


a  향일암으로 내려가는 길은 바다로 향하는 길

향일암으로 내려가는 길은 바다로 향하는 길 ⓒ 전용호


다시 산길로 나와 걷는다. 길은 언제부터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사람들이 오랫동안 걸어 다닌 흔적만 있다. 그래서 더욱 매력적인 길이다. 바다가 바로 아래로 보인다. 길은 군데군데 무너져서 조심해야 하는 곳도 있다. 가다보면 밭 터도 있고 돌담도 보인다. 예전에 사람들이 살았던 흔적이다. 길가에는 서둘러 핀 봄꽃들도 보인다. 노란 양지꽃, 앙증맞은 냉이꽃, 화사한 노루귀꽃. 가는 걸음을 멈추고 꽃들과 봄을 이야기한다.

산자락을 끼고 오던 길은 금오산 주 등산로와 만난다. 바로 임포마을로 내려가는 길도 있고, 작은금오산을 넘어 향일암으로 가는 길도 있다. 향일암 뒷산인 작은금오산으로 오른다. 금오산에 오르면 넓은 바다가 보인다. 남해도와 금오도 사이로 수평선이 펼쳐진다. 거북이 등껍질 같은 바위들을 오르내린다.

금오산을 내려오는 철계단 길에서는 기암괴석과 어울린 바다를 볼 수 있다. 발길이 자꾸만 멈춰진다. 풍경에 반해서 내려가기 싫은 길이다. 향일암은 얼마 전 불에 탔다. 주 전각인 원통보전과 종각이 타서 마음이 안타까웠다. 향일암 경내로 들어서니 복원공사가 끝났다. 좁은 마당에는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관음전으로 내려선다. 사람들은 난간 옆 의자에 앉아서 바다를 바라보며 사색에 잠겼다. 나도 앉고 싶은데 비켜주지를 않는다. 한번 앉으면 일어서고 싶지 않겠다. 커다란 동백나무 아래 나무의자에 앉아서 아름다운 바다를 볼 수 있는 곳이 어디에 있겠는가? 붉게 핀 동백들이 마음을 들뜨게 한다. 동백을 보면 피가 돈다. 동백은 열정적인 꽃이다.

a  향일암 관음전 옆 쉼터. 커다란 동백나무 아래서 바다를 바라본다.

향일암 관음전 옆 쉼터. 커다란 동백나무 아래서 바다를 바라본다. ⓒ 전용호


a  향일암 관음전 앞에 핀 동백

향일암 관음전 앞에 핀 동백 ⓒ 전용호


a  향일암 변산바람꽃

향일암 변산바람꽃 ⓒ 전용호


* 금오산 향일암의 유래 : '해를 향한 암자'라는 뜻의 향일암은 신라 선덕여왕 13년(644년)에 원효대사가 원통암(圓通庵)이란 이름으로 창건한 암자다. 고려 광종 9년(958년)에 윤필대사가 금오암(金鼇庵)으로 개칭하여 불리어 오다가, 남해의 수평선에서 솟아오르는 해돋이 광경이 아름다워 조선 숙종 41년(1715년)에 인묵대사가 향일암이라 명명(命名)하였다.

a  향일암과 성두마을 가는 버스시간표

향일암과 성두마을 가는 버스시간표 ⓒ 전용호


a  성두에서 임포까지 걸어가는 길은 4km 정도. 걸어간 길은 아래 빨간선. 향일암 쪽에서 가면 줄로 막아 놓았는데 길이 무너진 곳에 보수를 못해서 그렇 것 같다.

성두에서 임포까지 걸어가는 길은 4km 정도. 걸어간 길은 아래 빨간선. 향일암 쪽에서 가면 줄로 막아 놓았는데 길이 무너진 곳에 보수를 못해서 그렇 것 같다. ⓒ 전용호


덧붙이는 글 3월 2일 풍경입니다.
#돌산도 벼랑길 #향일암 #성두마을 #금오산 #해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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