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에 웬 직업교육과 명상시간?

안성의료원에서 시행하는 특별한 학생자원봉사교실

등록 2013.03.14 11:28수정 2013.03.14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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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학생봉사활동이 제도화 된 지 19년 됐다. 1995년 5월 31일, 교육개혁위원회는 '중고교 학생생활기록부에 자원봉사활동기록'을 제도화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그 다음해부터 전국적으로 시행되었다.


a 공공사업과팀 왼쪽이 이날 인터뷰한 인순미 사회복지사, 오른쪽이 안성의료원 공공사업과 소세영 과장이다. 소세영과장이 뒤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고 인순미 사회복지사가 일구어나가고 있다.

공공사업과팀 왼쪽이 이날 인터뷰한 인순미 사회복지사, 오른쪽이 안성의료원 공공사업과 소세영 과장이다. 소세영과장이 뒤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고 인순미 사회복지사가 일구어나가고 있다. ⓒ 송상호


19년차 학생봉사 성적표, 이대로 좋은가

이 제도의 성적표를 살펴볼까. '쉽고 편한 봉사를 선호하는 학생이 90%, 아울러 어떤 봉사가 아니라 시간 때우기 좋은 곳 선호 90%, 봉사 문의는 부모가 70%, 가짜 봉사활동확인서 난무, 공신력 없는 기관의 봉사활동확인서 남발, 스펙을 위한 봉사활동 난무 (인천 자원봉사센터 2007년 8월 조사 발표)' 등이다. 물론 이게 다일까. 하지만 안타깝게도 '명암' 중 '암'이 더 두드러지기 일쑤다.

이에 따라 문제점과 대책을 여기저기서 수없이 쏟아 내놓고 있다. 이즈음에 우리에게 필요한 건 뭘까. 그렇다. 그 문제점을 지적하기보다는 대안이 될 만한 구체적 모델, 바로 그것이다. 그런 점에서 오늘 만난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원장 김용숙) 공공사업과가 내놓은 '병원봉사 체험교실' 프로젝트는 새로운 모델이 되리라.

안성병원도 2009년 사회복지자원봉사인증센터로 인정받았다. 봉사활동 문의가 쇄도했다. 학생들은 찾아와서 으레 봉사하고, 직원들은 으레 받아주고. 학생 입장에선 쉽지 않은 병원일이 힘들고 재미없고, 직원 입장에선 제대로 일도 하지 않으면서 귀찮게만 하는 것 같고... 그렇게 서로 지쳐갔다.

청소년에게 인기 있는 이유, 있었네


이대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이 병원 공공사업과가 일을 냈다. 2011년, '병원봉사 체험교실'을 열었다. 지난 2월 19일에는 5회째 교실을 진행했다. 그동안 중고생 백 수십 명이 이 교실을 다녀갔다. 안성은 물론이고 평택, 수원, 용인, 시흥, 김포 등의 학생들이 몰려왔다.

a 직업체험교육 지금은 병원을 쏙쏙들이 공부하는 시간이다. 말하자면 직업을 미리 알아보고 체험하는 시간이다. 이 시간엔 청소년들의 질문이 마구 쏟아진단다.

직업체험교육 지금은 병원을 쏙쏙들이 공부하는 시간이다. 말하자면 직업을 미리 알아보고 체험하는 시간이다. 이 시간엔 청소년들의 질문이 마구 쏟아진단다. ⓒ 안성의료원


지금은 홈페이지 등에 게시하면 하루 만에 신청접수가 마감된다. 여기선 학교에 홍보공문을 보내지 않는단다. 너무 많이 학생이 몰릴까봐 걱정할 정도라고. 이 프로젝트가 좋은 것도 있지만, 그만큼 이런 종류의 봉사프로젝트가 없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학생들에게 이런 프로젝트가 절실하다는 것이고, 그런 욕구를 무시한 일방적 봉사활동이 많았다는 이야기다.


올해 이 교실에 참석한 학생 중 80%가 고3이다. 왜? 직업교육을 해주니까. 봉사활동에 웬 직업교육? 그것이 바로 이 프로젝트의 특징이다. 학생들이 필요로 하는 욕구를 채워주면서 봉사활동을 하게 하는 것이다.

병원에는 의사와 간호사만 있는 게 아니다. 행정담당, 의무기록사, 방사선담당, 사회복지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등 다양하다. 이들의 생생한 증언을 통해 학생들은 직업을 체험한다. 이 시간엔 질문이 쏟아진다. 비록 병원 관련 직업이 꿈이 아닌 학생까지도.

이 교실엔 명상의 시간도 있다. 고단한 청소년들이 이 시간에 마음을 쉴 수 있도록 한다. 명상공부를 한 인순미 사회복지사의 지시에 따라 학생들이 마음 챙김 명상을 한다. 쉼 없는 학생들이 이 시간을 호평가하는 건 어쩌면 당연하리라. 

이밖에도 금연교육, 감염교육, 스트레칭, 영양교육 등을 겸한다. 오전엔 학생들에게 필요한 교육을 한다. 오후엔 주로 병원 체험을 하고, 봉사를 한다. 거기다 병원환자와 거리의 시민들을 상대로 '절주, 금연 캠페인'까지 한다.

이러다 보면 하루 8시간(오전 9시~오후5시)은 후딱 지나간다. 그 시간은 고스란히 봉사활동점수가 되어 학생들에게 돌아간다.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고, 도랑치고 가재 잡는 꼴이다.

"무턱대고 하는 봉사는 삼가야"

"무턱대고 하는 봉사는 삼가라. 학생도 대상자도 지친다. 자원봉사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하게 하라. 자원봉사는 봉사자도 대상자도 서로에게 유익하게 하라."

이런 의미의 말을 들려주는 인순미 사회복지사. 그녀는 다음 프로그램으로 '인터넷 게임과 청소년 스트레스를 위한 교육'을 구상하고 있다고 했다. 이럴 수 있는 비결은 바로 청소년들의 요구에 귀 기울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자원봉사도 대상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 기본 중에도 기본일 듯하다.

a 명상이 끝나고 봉사교실에 참여한 학생들과 함께 명상교실을 끝낸 인순미 사회복지가사 학생들과 대화하고 있다.

명상이 끝나고 봉사교실에 참여한 학생들과 함께 명상교실을 끝낸 인순미 사회복지가사 학생들과 대화하고 있다. ⓒ 안성의료원


그녀는 "봉사는 마음에서 우러나와야 한다"고 했다. 그것은 억지로 되지 않는다. 위와 같은 좋은 시스템이 있어야 가능하다. 기계적이고 단순한 봉사만 하기보다 봉사의 의미를 깨우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그래야 한 번의 봉사가 아닌 '사회에 재능을 기부하는 인재'로 클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악기에 재능을 가진 학생(이 교실 출신)이 병원 음악회에 재능을 기부하기도 했단다.

'이것이 진정한 봉사의 선순환이 아닐까. 이 행사는 연중 하루이지만, 그 울림은 지속적이지 않을까. 이런 좋은 바이러스에 많은 기관과 청소년이 전염되면 좋지 않을까.' 이런 생각들이 자연스레 드는 만남이다.
덧붙이는 글 이 인터뷰는 지난 13일 안성의료원 공공사업과 사무실에서 인순미 사회복지사와 이루어졌다.
#병원봉사체험교실 #자원봉사 #봉사점수 #봉사 #안성의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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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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