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가 다산과 풍요를 상징하는 여신?

[유럽문명의 원류 이스라엘 이집트 여행기 24] 나일 크루즈 1 댐과 신전

등록 2013.03.14 16:59수정 2013.03.14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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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완 하이댐 이야기

a  아스완 하이댐과 발전소

아스완 하이댐과 발전소 ⓒ 이상기


아부심벨을 구경하고 나온 우리 일행은 다시 버스를 탄다. 버스는 10시에 아부심벨을 출발한다. 아침에 올 때와는 달리 햇볕이 따갑다. 사막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보인다. 날이 더워서 그런지 중간에 신기루도 보인다. 그렇게 세 시간쯤 달려 우리 차는 아스완 하이댐에 닿는다. 도로를 따라 가로수를 조성해 놓았고, 전망대 공원에는 부겐빌리아 등 꽃이 활짝 피었다.


차에서 내린 우리는 아스완 하이댐 상류의 낫세르 호수와 하류의 아스완 올드댐 호수를 조망한다. 상류 쪽이고 하류 쪽이고 나일강 주변 풍경이 황량해 보인다. 이들 두 댐으로 인해 고대 이집트 신전 20개가 수몰되거나 수몰위기에 몰렸고, 그 중 10개만이 남아 현재 관람할 수가 있다. 이들 중 가장 유명한 것이 아부심벨 신전과 필래(Philae) 신전이다. 이곳 하이댐 전망대에서는 칼랍사(Kalabsha) 신전을 볼 수 있다.

멀리서 보아도 웅장하고 크다. 입구의 탑문으로부터 벽이 길게 이어진다. 탑문의 높이가 41m, 신전의 폭이 35m, 길이가 71m나 된다고 한다. 그런데 칼랍사 신전은 다른 신전과 달리 폐쇄적인 느낌을 준다. 그리고 탑문 앞으로는 열주식 건물의 일부가 남아 있다. 이 신전 역시 1970년 수몰로 인해 북쪽으로 40㎞ 떨어진 현재의 위치로 이전한 것이다. 이때 독일의 고고학자와 기술자들이 이전 사업을 책임졌다고 한다.

a  아랍-소비에트 우정 기념비

아랍-소비에트 우정 기념비 ⓒ 이상기


   
공원에서는 또한 아랍-소비에트 우정기념비를 볼 수 있다. 당시 소련이 아스완 하이댐을 만드는데 기술과 비용을 지원했기 때문에, 그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세운 것이다. 아스완 하이댐은 1960년 1월 공사가 시작되었고 1970년 7월 준공되었다. 1964년 1차댐 준공식에 이집트 대통령 낫세르와 소련 공산당 제1서기 흐루시초프가 참여했다. 이 자리에서 흐루시초프는 아스완 하이댐을 '세계 8대 불가사의'라고 표현했다고 한다.

이곳 공원에는 아스완 하이댐 준공기념비도 세워져 있다. 그곳에는 아랍어로 다음과 같은 문구가 새겨져 있다. 글의 내용은 위대한 지도자 낫세르 대통령에 대한 찬양이다. 낫세르는 1956년부터 1970년까지 이집트 대통령을 지냈다.

"아스완 하이댐은 우리의 지도자 낫세르 대통령이 자유, 사회주의, 통일을 위해 끊임없이 투쟁한 업적이다."


a  아스완 하이댐을 건설한 낫세르 대통령

아스완 하이댐을 건설한 낫세르 대통령 ⓒ 이상기


낫세르는 이집트의 자유와 통일 그리고 사회주의를 이룩하기 위해 노력하다 1970년 9월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그를 이어 사다트가 대통령이 되었고 또 무바라크가 대통령이 되었지만, 이집트 정치는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선지 이집트 사람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낫세르에 대한 향수와 애정이 두드러진다.

하이댐을 보고 아스완 시내로 가면서 우리는 올드댐을 지나간다. 올드댐에서 아스완까지는 수리와 관개시설이 잘 되어선지, 사람들이 사는 마을과 푸르른 들이 계속 이어진다. 저기 어딘가에 필래 신전이 있을 텐데 우리는 그것을 못 보고 지나간다. 필래 신전은 프톨레마이오스 시대 만들어진 신전 중 가장 크고 보존 상태가 가장 좋다고 한다. 폭이 135m에, 길이가 400m나 된다. 이 신전은 이시스 여신에게 헌정되었다.   


펠루카 타기

a  나일 크루즈선 크라운 엠프리스호

나일 크루즈선 크라운 엠프리스호 ⓒ 이상기


아스완 시내로 돌아온 우리는 점심을 먹고 오후 2시 나일 크루즈에 승선한다. 배 이름은 크라운 엠프리스(Crown Empress)다. 배는 5층으로 되어 있다. 1층에 로비와 식당이 있고, 2, 3, 4층에 객실이 있다. 4층의 절반은 바(Bar)로 되어 있다. 그리고 5층에는 수영장과 카페 그리고 선 데크(Sun deck)가 있다. 지하에는 주방이 있는데, 매니저 투어를 통해 들어가 볼 수 있었다.

우리는 4층에 방을 배정받고, 두 시간 정도 휴식을 취한다.  4시 30분쯤 펠루카를 타러 간다. 펠루카는 나일강을 운행하는 전통 돛단배로, 사람들을 실어 나르는 일종의 여객선이다. 두 명의 선원이 돛을 조정하고 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우리가 탄 펠루카도 50세 전후의 선장과 21살 먹은 선원이 배를 조정한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바람이 없다. 그러자 무거운 노를 저어 강으로 나간다. 그러다 보니 속도가 상당히 느리다.

a  선장이 펠루카의 돛에 올라갔다.

선장이 펠루카의 돛에 올라갔다. ⓒ 이상기


펠루카는 바람의 방향에 따라 돛을 조정하여 앞으로 나가는 일종의 풍력선이다. 선장이 돛대에 올라가 돛을 펼치는 등 별짓을 다해도 효과가 없다. 우리가 조금 일찍 나온 모양이다. 저녁이 되어야 바람이 불고 펠루카가 유유히 나갈 수 있는 것을. 그나마 시간이 지나면서 바람이 조금씩 불어 그럭저럭 배가 움직일 수 있었다. 한 시간 남짓 펠루카를 타고 다시 선착장으로 돌아온다.

해가 서서히 서쪽으로 떨어지기 시작한다. 새들도 보금자리를 찾아 날아가고, 저녁을 해결하지 못한 새들만 물가에서 아직 먹이를 찾는다. 나일강은 물이 상당히 깨끗하고 생각보다 물고기도 많다. 그래선지 백로 등 큰 새들이 많이 보인다. 우리도 크루즈로 돌아와 저녁을 먹는다. 크루즈에서 처음 먹는 저녁인데 상당히 푸짐하다. 육류와 생선, 밥과 스프, 빵과 치즈, 채소와 샐러드, 과일 등 모든 것이 갖춰져 있다. 호텔처럼 아침과 저녁이 다른 방식이 아니고, 매 식사 때마다 메뉴가 달라지는 방식이다. 우리는 이곳에서 3일 동안 숙식을 해결할 것이다.    

프톨레마이오스 시대 문화유산 콤 옴보 신전

a  조명을 받은 콤 옴보 신전

조명을 받은 콤 옴보 신전 ⓒ 이상기


크루즈에서 하룻밤을 자고 아침 5시 30분에 일어난다. 배는 여전히 나일강을 따라 아래로 내려간다. 6시가 되니 배가 콤 옴보에 정박한다. 콤 옴보 신전에는 아직 조명이 은은하게 비친다. 나는 선 덱에서 아침의 콤 옴보 신전을 사진에 담는다. 그리고 6시 30분에 식당으로 가 아침 식사를 한다. 식당 여기저기서 독일어와 영어가 들린다. 그것은 크라운 엠프리스호에 독일 단체관광객이 가장 많기 때문이다.

독일팀의 일정을 보니 우리와 같이 오전 7시 30분에 콤옴보 신전을 관광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오후에는 우리와 달리 특별한 일정이 없다. 오후에 그들은 크루즈에서 자유 시간을 갖도록 되어 있다. 이게 바로 동양과 서양의 여행 방식 차이다. 서양 사람들은 쉬면서 여행을 즐기는 편이고, 동양 사람들은 여행을 통해 뭔가를 보고 배우려 한다. 그래서 일정이 빡빡하고 관광을 빨리빨리 진행한다.

a  콤 옴보 신전의 구조

콤 옴보 신전의 구조 ⓒ 이상기


배에서 콤 옴보 신전까지는 걸어서 5분 밖에 걸리지 않는다. 그러므로 배가 바로 콤 옴보 신전 바로 앞에 정박한 것이다. 신전에 이르자 코린트 양식을 닮은 기둥 세 개가 눈에 들어온다. 이들 세 개 기둥 양쪽으로 하나씩 해서 모두 5개의 기둥이 열을 지어 이어진다. 이들 내외 열주실 밖으로는 현관이 있으며, 그 현관에는 모두 16개의 기둥이 있다. 이 16개의 기둥은 8개씩 ㄱ자 형태를 이루며 마주보고 있다. 신전은 전체적으로 좌우 대칭을 이루고 있다.

이 신전은 기원전 2세기 프톨레마이오스 6세(기원전 180-145) 때부터 지어지기 시작해 프톨레마이오스 13세(기원전 51-47) 때까지도 완성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후 나일강의 범람, 지진, 건축재로의 재활용, 콥틱교도에 의한 부조 훼손 등으로 19세기까지 파괴와 훼손을 겪게 되었다. 이 신전이 현재의 모습으로 재건된 것은 1893년 모르강(Jacques de Morgan)에 의해서다. 고고학자, 지리학자, 채굴기술자였던 모르간은 멤피스와 다슈르에 있는 피라미드를 발굴하기도 했다.

a  소벡의 축복을 받는 파라오

소벡의 축복을 받는 파라오 ⓒ 이상기


콤 옴보 신전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신전이 완벽하게 대칭을 이룬다는 점이다. 그것은 두 신 소벡(Sobek)과 하로에리스(Haroeris)에게 바쳐졌기 때문이다. 신전의 남쪽 부분은 악어형상을 한 신 소벡을 위해 만들어졌다. 소벡은 하토르와 함께 다산과 풍요의 신이다. 신전의 북쪽 부분은 매의 형상을 한 하로에리스를 위해 만들어졌다. 하로에리스는 호루스의 형으로, 빛의 신이다. 그러므로 콤 옴보 신전은 하로에리스와 소벡 부부를 위해 만들어진 신전이다. 이들 두 신은 파라오의 아버지와 어머니로, 파라오의 수호신 역할을 했다. 

신전에 그려진 부조 이야기

a  콤 옴보 신전의 열주와 기둥 머리

콤 옴보 신전의 열주와 기둥 머리 ⓒ 이상기


콤 옴보 신전은 가로 51m, 세로 90m의 벽과 석주로 이루어져 있다. 나일강 쪽 입구로부터 현관, 내외 열주실, 세 개의 전실, 두 개의 지성소로 이어진다. 외 열주실에는 12m 높이의 기둥 5개가 세 줄로 서 있다. 그리고 내 열주실에는 파피루스 다발 형태의 기둥 5개가 두 줄로 서 있다. 내 열주실부터 지성소까지는 벽이 온전하게 남아 있으며, 이들 벽에는 소벡과 하로에리스 관련 부조가 새겨져 있다.

하로에리스와 소벡이 파라오에게 축복을 내리거나, 파라오가 이들 신에게 봉헌하는 장면이 많다. 그리고 파라오를 상징하는 카르투시(Cartouche)를 새기고 그 주변을 동식물 문양으로 치장한 부조도 있다. 그런데 이들 부조가 이집트 신전 중 가장 완벽하게 남아 있다. 어떤 곳에는 채색까지도 그대로 남아 있다. 또 하나 두드러진 부조는 달력이다. 이곳에는 일, 주, 월 단위로 나눠 해야 할 일을 상형문자로 표기해 놓았다.

a  나일로미터

나일로미터 ⓒ 이상기


부조 중에는 의사의 수술도구를 새겨 놓은 것도 있다. 두개골을 여는데 사용된 수술도구라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칼, 집게, 갈고리 등 다양한 도구들이 새겨진 것만은 틀림없다. 그러나 일부 학자들은 이것을 수술도구로 보는데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벽의 한 가운데 있는 또 다른 부조는 하로에리스와 소벡이 천국의 열쇠를 들고 무언가 결정을 내리는 모습이다. 이들이 결정한 내용이 가운데 상형문자로 새겨져 있고, 이것을 사람의 눈과 귀, 날개 달린 천사, 지상의 식물들이 증거하고 있는 듯하다.
 
이들 부조를 보고 나서 우리는 신전 옆에 있는 나일로미터를 보러 간다. 나일로미터는 나일강의 수위를 측정하는 도구로 강가의 신전에서 볼 수 있다. 계단을 따라 내려가니 원통형의 샘 같은 것이 보이고 그 아래 물이 고여 있다. 여기에 바로 나일강의 수위가 나타나는 것이다. 지금은 아스완 하이댐으로 인해 나일강이 범람하지 않지만, 1970년 이전에는 해마다 나일강이 범람을 했고, 나일로미터의 수위가 이집트인들의 농사와 삶의 지표가 되었던 것이다.

a  악어 미라

악어 미라 ⓒ 이상기


나일로미터를 지나 더 내려가면 악어박물관이 있다. 인근에서 발견된 악어 미라 300구를 보전 전시하고 있는 박물관으로, 아마 전 세계에서 하나 밖에 없을 것이다. 악어 미라는 검은 색을 띠고 있으며, 일부는 천과 끈으로 묶어놓기도 했다. 마치 염한 악어처럼 보인다. 그리고 악어알과 새끼도 있고, 악어 부조와 입체 조소도 있다. 이들 부조에 새겨진 신은 모두 여성이며, 다산과 풍요를 상징한다. 이집트에서 악어는 생긴 것과는 달리 다산과 풍요를 상징하는 여신으로 나타난다.

a  나일 크루즈 일정표

나일 크루즈 일정표 ⓒ 이상기


5시 30분  : 기상
6시 30분  : 아침 식사
7시 30분  : 콤 옴보 신전으로 이동 (도보)
8시 45분  : 크루즈로 귀환
                에드푸로 향해 크루즈 이동
11시       : 매니저 투어 (크루즈 내부 관광)
12시 30분: 점심 식사
13시 30분: 에드푸 신전으로 이동 (마차)
15시 30분: 크루즈로 귀환
16시-16시 30분: 5층 선 덱 카페에서 티 타임
19시       : 4층 바에서 칵테일 파티
19시 30분: 저녁 식사
21시       : 4층 바에서 갈라비야 파티 (갈라비야는 이집트 전통의상)  


덧붙이는 글 이번부터 5회는 '나일 크루즈'를 하면서 보게 되는 나일강변의 문화와 문화유산을 다룬다.
#나일 크루즈 #아스완 하이댐 #펠루카 #콤 옴보 신전 #소벡과 하로에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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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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