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그것이 알고 싶다', 우리가 몰랐던 '낙오된 사람들'

[TV리뷰] 북파공작원들의 되물림되는 고통, 어떤 식으로든 보상과 치료 병행되어야

13.03.24 22:12최종업데이트13.03.24 22:12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스타>는 스타는 물론 예능, 드라마 등 각종 프로그램에 대한 리뷰, 주장, 반론 그리고 인터뷰 등 시민기자들의 취재 기사까지도 폭넓게 싣고 있습니다. 언제든지 '노크'하세요. <오마이스타>는 시민기자들에게 항상 활짝 열려 있습니다. 편집자 말

23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빵빠레와 빠삐용' 편의 한 장면 ⓒ SBS


방송의 공익성에 대해 논한다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아마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일 것이다. '천안함 침몰 미스테리' 같은 범국민적 관심사뿐 아니라, 종교와 관련한 대형 사건들, 그리고 지극히 개인적인 사건들에 이르기까지. 이 프로그램은 소재를 가리지 않고 진행되어 왔다. 그에 대한 사회적 반향 또한 늘 만만치 않았다.

23일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특수임무수행자', 일명 '북파공작원'들이 군 복무 기간 중 받았던 혹독한 훈련에 관해 다루었다. 199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까지 복무했던 사람들과 그 훈련으로 말미암아 삶이 망가진 사람들, 그리고 죽어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한 이날 방송은 큰 충격을 안겼다.

자원이든 권유나 강압에 의한 것이든, 당시의 특수임무수행자들이 겪었던 가혹행위와 그에 따른 심적·육체적 고통은 화면으로도 생생히 전해졌다. 그러나 자신들이 겪은 혹독한 일들에 대한 보상을 받기 위해 소송을 한다 해도, 당시의 상황을 증언해 줄만한 것들이 많지 않은 상황이어서 안타까움은 더했다.

그들은 군 복무 중 한낱 일회성 인간으로 취급받았다고 말했다. 또한 가치관 형성의 시기에 인간적 대접을 받지 못했고, 선임에게 받았던 폭력을 당연히 후임에게 폭력으로 되갚아야 했다고 증언했다. 사회에 나와서도 제어되지 않는다는 폭력성과 때로 지나친 것으로도 보이는 피해의식. 그것은 그들을 어쩔 수 없이 사회의 낙오자로 만들고 있었다.

23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빵빠레와 빠삐용' 편의 한 장면 ⓒ SBS


더 충격적인 것은 그 모든 일들이 우리가 모르는 새에 벌어지고 있었다는 점이다. 문제는 당시 자행된 물리적·정신적 폭력에 대한 보상이 이루어지기는 커녕, 그들이 받은 고통이 대물림 되고 있는 데 있다. 20대 초반에 불과했던 사람들이 받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제대 후 완충장치를 만나지 못한 탓에 큰 사회적 문제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결혼을 해서도 대부분 정상적인 가정을 꾸미지 못했다고 한다. 그 가정의 구성원들 또한 고통을 받았으리라는 것은 누구라도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해소되지 못한 분노는 또 다른 폭력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2차, 3차의 피해가 고스란히 사회 전체로 떠맡겨지고 있는 것이다. 그것을 그들 자신의 탓으로 돌리고, 겉으로 드러날지 모를 폭력적 성향을 탓하기만 하는 것은 너무 가혹한 처사다.

폭력적으로 길들여져 우리 사회의 부적응자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것은 사회 전체의 정상적 성장을 제어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우리 사회가 간혹 어떤 일에서 후진적이라는 평을 듣는다면, 바로 이런 일의 유기적 연관관계를 풀어보려는 노력이 부족한 탓이 아닐까.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이제부터라도 관계당국의 발전적이고 합리적 대안을 기대한다.

그것이 알고 싶다 북파공작원 SBS 군대 특수임무수행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