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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철 '전' MBC 사장님의 '해임'에 반대합니다

[만우절 기획] '거짓말' 같은 해임 소식…그 분은 진정 '촛불' 같은 분이었습니다

13.04.01 14:52최종업데이트13.04.01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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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문진 도착하는 김재철 MBC사장 김재철 MBC사장이 26일 오전 자신에 대한 해임안이 논의될 방문진 이사회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방송문화진흥회 사무실에 도착하고 있다. ⓒ 권우성


오랜만에 '만우절 거짓말' 같은 소식이 하나 들려왔습니다. 김재철 MBC 사장이 주주총회를 앞두고 자진 사퇴를 선언했다는 소식 말입니다. 지난 26일 열린 방송문화진흥회 임시이사회에서 해임된 지 하루만인 27일, 김재철 MBC 사장은 사표를 제출하고 김재철 '전' MBC 사장이 되었습니다.

늘 좋은 일을 해 오셨던 분입니다. '큰집'에 불려가 '쪼인트'를 맞아 가시면서도, 김 전 사장은 3년여 간 커다란 족적을 남기셨습니다. 2010년에는 4대강 사업을 다룬 < PD수첩 >을 방송 보류하며 온 국민의 관심을 MBC로 돌리셨고, 이후엔 제작진을 프로그램과 상관없는 부서로 보내면서 < PD수첩 >이 얼마나 훌륭한 시사교양 프로그램인지를 알려주셨습니다. 지난해엔 170일 파업을 이끌어내신 덕에, <무한도전>이 진정으로 우리들의 웃음을 책임지는 프로그램인지도 알게 됐습니다. 이 외에도 그 분의 공은 셀 수 없을 정도입니다.

은혜를 원수로 갚는 것만 같습니다. 공영방송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온 몸으로 알려 주신 분께, '해임'은 너무나 가혹한 처사 같습니다. 그러니 그 분께서도 스스로 사표를 던지고 표표히 떠나셨겠지요. 그래도 다행인 것은, 그 분께서 자진 사퇴하신 덕에 노후를 편안히 보내실 수 있는 퇴직금은 챙겨 가셨다는 점입니다. MBC 임원의 퇴직연금 지급규정(제8조)을 미리 알고 일시불로 3억여 원을 받아 가셨다지요.

지난해 3월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방송3사 공동파업 콘서트-방송 낙하산 퇴임 축하쇼'에서의 모습. 공연을 지켜본 시민들이 성의껏 공연비를 모금함에 넣자, 김정근 MBC 아나운서가 감사의 인사를 하고 있다. 김 아나운서는 MBC 파업에 참여한 이유로 '정직 2개월' 징계를 받았다. ⓒ 유성호


만일 김재철 전 사장이 없었다면 어땠을까요. 그동안 너무나도 익숙했던 나머지, 우리는 김완태·허일후·최현정 아나운서와 왕종명·김수진 기자 등의 소중함을 깨닫지 못했을 겁니다. 거리에서 그 분들을 가까이 뵐 기회도 없었겠지요. 그 분들이 2일이면 업무와 상관없이 배치됐던 부서를 떠나 본래 근무하던 부서로 돌아온다고 합니다. 아아, 우리는 김재철 전 사장을 잃었지만, 원래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MBC 구성원 65명을 얻었습니다.

우리는 알아야 합니다. 힘을 가진 단 한 명이 얼마나 조직을 '아름답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말입니다. 그리고 되새겨야 합니다. 언제든 김재철 전 사장과 같은 분께서 MBC, 아니 그 어떤 곳에라도 소중한 교훈을 남겨 주실 수 있다는 점을 말입니다. 김재철 전 사장께서 오롯이 스스로를 헌납하면서까지 이 '진실'을 알려주셨다는 것을, 우리는 기려야 합니다. 

절이라도 한 번 올리고 싶은 심정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지난해 4월 이 분 덕분에 담을 타고 넘어 보는 진귀한 경험을 했거든요. 학창 시절 월담으로 벌점 한 번 받아보지 않았던 제가, 성인이 되어서 사다리를 타고 방송국 담장을 넘었습니다. '추억'을 남겨 주신 것, 정말 감사합니다. 참, 검찰이 김 전 사장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내내 평안하시길 빕니다.

지난해 4월 2일의 모습. MBC 아나운서와 기자들이 프리랜서 아나운서 채용 규탄 기자회견을 열 자 사측이 출입문을 막고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했다. 결국 MBC 노조원들이 사다리를 동원해 취재기자들의 출입을 도왔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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