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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아니면 기억상실…주말드라마 쏠림현상

비슷비슷한 설정으로 풀어가는 주말드라마…소재의 다양화가 필요해

13.04.15 11:59최종업데이트13.04.15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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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 나와라 뚝딱 <금 나와라 뚝딱>에서 삐거덕대는 결혼생활을 하는 현수(연정훈 분)와 유나(한지혜 분) 또한 우리나라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보석회사 재벌이다.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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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주말드라마는 소재 면에서 공통된 경향을 보이고 있다. 현재 방영 중인 <최고다 이순신><백년의 유산><돈의 화신><원더풀 마마><금 나와라 뚝딱>에는 하나 같이 재력가 집안이 등장한다.

SBS <돈의 화신>에서 이차돈(강지환 분)의 아버지 이중만(주현 분)은 부동산 재벌이며, 이차돈을 검사로 만든 일등공신 복화술(김수미 분) 역시 돈 굴리는 데엔 타고난 수완을 발휘하는 사채업자다. KBS 2TV <최고다 이순신>의 재력가는 잘 나가는 의사 신동혁(김갑수 분)이다. 아버지가 의술로 집안의 재력을 축적한 데 이어 아들 신준호(조정석 분) 역시 잘 나가는 연예기획사 대표로 부를 축적한다.

MBC <금 나와라 뚝딱>에서 삐거덕대는 결혼생활을 하는 현수(연정훈 분)와 유나(한지혜 분) 또한 우리나라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보석회사 재벌이다. MBC <백년의 유산>의 방영자(박원숙 분)와 그의 아들 김철규(최원영 분)는 금룡푸드라는 경제적 뒷배경을 갖고 있다. 지난 13일 새로 선보인 SBS <원더풀 마마> 역시 사채업으로 부를 축적한 윤복희(배종옥 분)와 그의 자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 돈의 화신 <돈의 화신>에서 이차돈(강지환 분)의 아버지 이중만(주현 분)은 부동산 재벌이며, 이차돈을 검사로 만든 일등공신 복화술(김수미 분) 역시 돈 굴리는 데엔 타고난 수완을 발휘하는 사채업자다. ⓒ SBS


재력가 집안이 등장한다는 공통점을 제외하고라도 다섯 드라마 중 몇몇은 비슷비슷한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우선 한국 드라마의 고질적인 클리셰 가운데 하나인 '기억상실'이라는 소재다. '출생의 비밀'만큼이나 우리나라 드라마에서 사골 곰국 우려먹듯 자주 애용되는 기억상실 설정은 <원더풀 마마> 및 <돈의 화신>에 등장했다. 

<원더풀 마마>의 윤복희(배종옥 분)는 자신이 지은 빌딩 준공식에 참석하는 대신 미용실에서 머리를 매만지거나, 일수 도장을 찍은 채무자에게 빚을 갚지 않는다며 협박을 한다. 이는 모두 윤복희가 빌딩 준공 혹은 일수 도장을 찍은 채무자를 기억하지 못해 벌어진 해프닝이다. 윤복희는 첫 방영분부터 치매로 인한 기억상실에 시달리면서 앞으로의 험난한 행보를 예고한다.

기억상실로 험난한 행보를 걷는 이는 비단 <원더풀 마마>의 윤복희 뿐만이 아니다. <돈의 화신> 속 복화술은 알츠하이머에 시달리는 캐릭터다. 이차돈과 한 약속 장소를 기억하지 못하고 시내 한복판에서 길을 잃는가 하면,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몰라서 수시로 녹음해야만 한다. 언제 기억이 끊길지 몰라 불안해서다. 결국 복화술은 알츠하이머로 병원 신세까지 진다.

기억상실이라는 소재 외에도 <최고다 이순신>과 <원더풀 마마>는 실제로 존재하는 인명을 주인공의 이름으로 사용한다. <최고다 이순신>의 아이유는 임진왜란으로부터 조선을 구한 구국의 영웅 이순신 장군의 이름을, <원더풀 마마>의 배종옥은 가수 윤복희의 이름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주인공의 이름으로 사용한다.

하나 더, 출생의 비밀이라는 코드는 <최고다 이순신>에 이어 <금 나와라 뚝딱>에도 나타난다. <최고다 이순신>은 첫 회부터 이순신(아이유 분)이 업둥이라는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 <금 나와라 뚝딱>에서는 몽희(한지혜 분)가 어머니 심덕(최여길 분)에게 "혹시 나 주워왔어?"라고 묻는 장면이 나온다. 몽희와 쌍둥이처럼 똑같은 유나가 몽희와 한 핏줄임을 암시하는 이 장면 역시 출생의 비밀이라는 코드를 담는다.

이렇듯 실제 인명을 주인공의 이름으로 사용하는 현상과 기억상실, 재력가 집안, 출생의 비밀 등 무려 네 가지 요소가 현재 방영 중인 주말드라마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유독 주말드라마에서 소재의 쏠림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우연일까. 

여러 드라마가 공통적으로 차용한 설정들이 순기능만 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최고다 이순신>은 예사롭지 않은 여주인공의 이름으로 초반 이목을 집중시켰지만, 성웅 이순신을 비하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또한, 기억상실이라는 소재는 이미 닳고 닳은 한국 드라마의 진부한 클리셰일 뿐이다. 경제 불안으로 힘든 서민이 늘어나는 요즘 같은 시기에 재력가 집안이라는 현실과 동떨어진 설정은 신분 격차를 심적으로 두드러지게 만들 뿐이다. 이런 진부한 클리셰 없이 성공한 주말드라마가 <넝쿨째 굴러온 당신> 아니던가. 신분의 격차보다, 기억 상실보다 중요한 건 내실 있는 이야기 전개일 것이다.

최고다 이순신 백년의 유산 돈의 화신 금 나와라 뚝딱 원더풀 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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