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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뒷마당에 방공호를 파는 남자, 미친걸까요?

[리뷰] 영화 <테이크 쉘터>, 중산층의 붕괴로 인한 불안을 표현

13.05.20 10:05최종업데이트13.05.20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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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에 시달리는 한 남자, 집 마당에 방공호를 만들기 시작하는데

 

한 남자가 있다. 남편이자 아버지로서, 작은 건설업체의 직원이자 직장동료의 좋은 친구로서 살아가는 커티스(마이클 섀넌). 평화롭게 살아가던 그의 일상이 요동치기 시작하는 것은, 누구도 예측하지 못할만큼 갑작스러운 일 때문이었다.

어린 딸이 청력장애로 고통받는 상황 속에서, 삶을 끈기있게 이어나가던 커티스와 그의 아내. 부부는 주위 사람들의 부러움을 살 정도로 사이가 좋으며 성실하고도 평범한 삶을 살아간다.

 

영화 <테이크 쉘터>의 한 장면. ⓒ 찬란

 

그러던 어느날, 악몽이 시작된다. 커티스는 밤마다 지독하게 나쁜 꿈에 시달리는데, 처음에는 몰려오는 폭풍우 속에서 자신이 키우던 개가 팔을 물어뜯는다. 그 다음에는 노란 윤활액같은 비를 맞은 사람들이 미친듯이 그와 딸을 공격한다. 폭풍우는 그의 꿈에 나타나, 현실의 삶까지 집어삼킨다.

 

너무도 생생한 악몽에 커티스는 키우던 개를 철창 안에 가둔다. 그리고 폭풍우가 몰려온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대출금 상환이 끝나지도 않은 집을 담보로 방공호를 짓는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도 그의 상태는 더욱 심각해진다.

 

밤마다 계속되는 악몽에 침대보를 적시게 되고, 친구가 등장하여 자신을 공격하자 직장동료와도 사이가 멀어진다. 집 뒷마당에 커다란 컨테이너를 묻는 공사에 회사의 시설을 무단으로 사용한 사실이 발각되면서 직장에서 해고되는 지경에 이른다. 설상가상으로, 일과 친구를 모두 잃은 커티스는 사람들로부터 미치광이로 낙인찍혀 손가락질 받는다.

 

붕괴된 중산층, 거대한 불안과 삶의 방식을 강요하는 사회적 시선

 

'가족을 지켜내기 위해서' 커티스가 집 뒷마당에 준비하는 방공호는 여러가지 의미로 과대망상의 성격을 띠고 있다. 현실적으로 아무런 재앙이 다가올 기미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악몽을 근거로 했다는 점과 그의 어머니도 과대망상의 정신병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

 

영화 <테이크 쉘터>의 한 장면. ⓒ 찬란


하지만 영화는, 뛰어난 스릴러적 면모와 동시에 무언가 낯설지 않은 주제에 대한 말을 걸어오고 있다. 커티스를 '염려'하는 이웃들의 말에서 포착되는 시선이 바로 그러하다. 그가 방공호를 짓는 것에 대해서 사람들은 '현재 살고있는 집의 대출금도 상환하지 못한 상태에서 또 다시 대출을 받는' 행동과 '직장을 잃을지 모르는 행동'을 지적한다.

 

영화에서 커티스 부부에게 살아가면서 겪는 불안과 고민을 털어놓던 이웃들. 그들이 방공호를 파기 시작한 커티스를 걱정하며 말하는 충고에는 묘한 논리가 숨어있다. 아등바등 살아가야만 하는, 붕괴된 중산층의 힘겨운 몸부림을 그만두고 낯선 행동을 보이는 커티스에 대한 비난들. 이는 단순히 그의 행동이 과대망상이라서가 아니라 "이 정도는 해야 마땅하다"는 사회적 잣대를 벗어났기 때문인 것이다.

 

과연 커티스의 꿈처럼 세상을 뒤집어버릴 폭풍우가 몰아칠 것인가, 아니면 그는 사람들이 수근대며 비난하는 것처럼 미치광이로 남을 것인가. 경제위기가 불러온 '먹고사니즘'의 노예가 되어버린 극 중 등장인물들의 모습은 단지 미국의 현실에 국한되지 않는다. 오히려 사회적인 현상 유지보다도 자신의 앞가림에 더 급급한 오늘날 우리의 모습은, 영화 속 무미건조한 현실보다 서로 잡아먹으려 달려드는 커티스의 악몽에 더 가까워 보인다.

2013.05.20 10:05 ⓒ 2013 OhmyNews
테이크 쉘터 마이클 섀넌 제프 니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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