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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티 벗은 슈퍼맨, 더 강해졌다

[리뷰] 크리스토퍼 놀란과 잭 스나이더의 합작품 <맨 오브 스틸>

13.06.15 16:39최종업데이트13.06.15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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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맨이 돌아왔다. 그것도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배트맨을 <다크나이트> 시리즈로 부활시킨 장본인 크리스토퍼 놀란의 손을 거쳐서 말이다.

관객의 기대를 모았던 슈퍼맨 시리즈의 리부트, <맨 오브 스틸>이 마침내 지난 13일 개봉했다. 지난 여름 <다크나이트 라이즈>로 새로운 배트맨 시리즈의 종지부를 찍었던 크리스토퍼 놀란이 각본을, 영화 <300>으로 유명한 잭 스나이더가 감독을 맡았다.

놀란과 스나이더의 합작품, 더 멋진 '슈퍼맨'의 탄생

영화 <맨 오브 스틸> 포스터 ⓒ 워너브라더스

<인셉션> <다크나이트>를 통해서, 세부적인 부분까지 치밀하게 이야기를 만드는 능력을 증명해낸 크리스토퍼 놀란. 영화 <300>과 <새벽의 저주>를 거치면서 뛰어난 액션장면 구현을 인정받은 잭 스나이더. 영화 <맨 오브 스틸>은 두 사람의 공동작업의 결과물이다.

그 결과는 사람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줄 만하다. 영화는 크립톤 행성 출신의 칼엘, '클라크 켄트'가 지구에서 살아가는 과정을 그리면서 그가 슈퍼맨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그려낸다.

방황하던 클라크는 자신을 낳아준 아버지 그리고 지구에서 자신을 길러준 또 다른 지구인 아버지로부터 받은 애정과 믿음 덕분에 마침내 영웅으로서의 운명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 과정을 <맨 오브 스틸>은 탄탄한 서사를 과정으로 설득력 있게 표현했다.

<다크나이트 라이즈>에서 크리스토퍼 놀란의 약점으로 지적된 '근거리 맨몸 격투액션'의 촬영은 잭 스나이더가 책임졌다. 그는 영화 <300>에서 용맹한 스파르타 군인들의 백병전을 실감이 나게 구현한 바 있는 것처럼, <맨 오브 스틸>에서 슈퍼맨이 보여주는 액션을 간결하면서도 지루하지 않게 표현했다. 이는 우리가 흔히 봐왔던, 2000년대까지 숱하게 반복되어 정체된 느낌마저 드는 '맨주먹 난타전'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킨 느낌이다.

각본과 감독을 나눠맡은 두 사람은, 각자의 역량을 표현 그대로 '합쳐서' 이전까지의 시리즈보다 더욱 관객들에게 거부감 없이 다가갈 수 있는 '새로운 슈퍼맨'을 만들어냈다. 뛰어난 몰입감을 자랑하는 내용과 더욱 멋진 영상으로 탄생한 <맨 오브 스틸>은 서로의 강점을 부각시킨 공동작업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영웅물'의 한계를 넘어... 액션에 철학을 덧입히다

영화 <맨 오브 스틸> 중 한 장면 ⓒ 워너브라더스


'영웅'이 등장하는 할리우드 영화에는 사실 관객으로 하여금 '뻔하다'고 느끼게 하는 요소들이 숨어있다. 본인이 원치 않은 계기로 얻게 된 힘과 능력, 악당의 등장으로 위기에 빠지는 세계, 이에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영웅으로서 살아가게 되는 주인공. <맨 오브 스틸> 역시도 이러한 클리셰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자신의 정체를 알고도 무한한 신뢰를 보내는 여주인공(주로 연인으로 등장하는) 덕분에 좌절하지 않고 기운을 내는 설정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각본을 쓴 사람이 누구인가. 크리스토퍼 놀란은 이미 <다크나이트>에서 배트맨과 영웅물의 역사를 새롭게 쓴 장본인이라는 것을 기억하자. 그는 배트맨과 조커의 대결에서 '선하고 정의감에 불타는 영웅 대 악의 화신인 악당' 간의 구도라기보다 '자신만의 신념을 지닌 두 인물의 충돌'을 보여줬다. 그리하여 관객은 '권선징악'의 예상가능한 결말을 향해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등장인물이 드러낸 가치관이 줄다리기처럼 서로 팽팽하게 맞붙는 짜릿함을 맛볼 수 있었다.

이는 <맨 오브 스틸>에서 다시 한 번 재현된다. 초인적인 능력을 가진 주인공 클라크는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며 어린 시절부터 위험에 빠진 사람들을 구하려고 애쓴다. 그러다 청년이 된 그는 자신을 키워준 아버지의 희생으로 깨닫는다. 자신의 힘은 '정의감'이란 이름으로 무턱대고 사용할 것이 아니라 필요한 때에 써야만 한다는 것과 '불의에 대한 분노'가 정의인 경우도 있지만 '분노를 못 이겨 휘두른 힘'은 정의가 아니라 폭력에 가깝다는 것을.

반면 그를 찾아서 지구를 방문한 또 다른 크립톤 행성인 '조드' 장군의 신념은 다르다. 크립톤 행성의 존폐가 걸린 위기에서 그가 택한 선택은 군사력을 동원한 쿠데타, 즉 군사반란이었다. 이에 실패한 뒤에도 지구를 희생해 자신의 동족을 부활시키려는 그와 휘하부대의 이념은 "더 강하고, 도덕에 구애받지 않는 종족이 살아남는다"는 것. 즉 목적을 위해서는 얼마든지 일방적인 힘의 사용을 용인할 수 있다는 논리다.

<맨 오브 스틸>은 그리하여 조드와 슈퍼맨의 가치관 대립으로 이어진다. 물론 선악의 대결, 혹은 더 강한 힘을 가진 자의 승리로 굳어지는 '구도의 단순화'는 모든 것을 제쳐놓고 액션만을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도구다. 하지만 각본을 쓴 크리스토퍼 놀란은 그 이상을 원한 것처럼 보인다. 관객이 둘 중 누구에게 감정을 이입할지 직접 선택하게끔 만들어놓은 구성, 이를 위해 화려한 액션의 위에 철학을 덧입힌 셈이다.

기존의 것을 벗고서, 새롭게 태어난 슈퍼맨

벗었다. 빨간 팬티. ⓒ 워너브라더스


앞서 언급한 내용적 측면과 설정에 이어, 영화 <맨 오브 스틸>은 영화음악에서도 새로운 것을 추구했다. 기존의 유명한 슈퍼맨 메인테마 음악은 사라지고, 그 자리를 <인셉션> <다크나이트> 시리즈의 웅장한 사운드트랙을 맡았던 한스 짐머가 채웠다.

또 한 가지, 크리스토퍼 놀란은 배트맨과 더불어 슈퍼맨의 삼각팬티도 벗겨버렸다. 덕분에 하반신에 집중되던 사람들의 시선은 더욱 자연스럽게 그의 가슴에 놓인, 그의 고향에서 '희망'을 상징하는 문양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두 아버지가 남긴 믿음과 희망을 품고서, 과연 그는 침략을 당하는 지구와 크립톤 행성인의 부활 중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맨 오브 스틸>은 또 다른 <다크나이트>를 원하는 마음으로 극장을 찾은 관객에게 부족하다는 느낌을 줄 수도 있다. 침울한 도시인 '고담'을 벗어나 전 우주적으로 확장된 배경은 고립감으로 인한 묵직한 분위기를 연출하지 않으며, 시공간을 초월하는 덕분에 액션은 더욱 가볍고 현란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여러 거장들이 함께 만든 <맨 오브 스틸>은 고유의 색깔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무게감 있는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 러셀 크로우와 케빈 코스트너도 이를 거들고 있다. 결과적으로, 새로워진 슈퍼맨이 창공을 가르는 비행만큼이나 각자의 역할을 다한 제작진이 노력하여 만든 영웅물의 재탄생은 충분히 성공적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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