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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생겼단 말, 여전히 어색해" 고경표 탐구생활 Ver.1.0

[인터뷰] '무서운 이야기2' 고경표, 시나리오 쓰고 연출 공부까지

13.06.15 11:09최종업데이트13.06.15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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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무서운 이야기2>의 <탈출>편의 배우 고경표가 7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며 미소짓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이선필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고등학생 시절, <무한도전>을 보면서 개그맨이 되고 싶었던 그가 어엿한 배우로 성장하고 있다. 막연하게 방송에 나가고 싶었고, 연기를 배우면 개그에 도움이 될까 싶어서 시작한 게 점점 진지한 꿈이 되었다.

tvN <SNL 코리아> 등에서 코믹 표정 연기로 알려지기 시작했지만, 실제로 이 배우는 훤칠한 외모에 준수한 매너까지 갖췄다. 평상심을 잃지 않고 보자면, 배우 고경표는 웬만한 드라마와 영화에서 뭇 여성의 마음을 설레게 할 내공의 소유자다.

<파라노말 액티비티> <도쿄 나이트> 등 공포 영화는 물론이고 친구들과 DVD 방에 다니며 영화 보기를 즐겼던 고경표가 호러 영화 <무서운 이야기2>에 등장했다. 호러라지만 4가지 에피소드가 개성을 드러낸 옴니버스 영화에서 고경표는 정범식 감독이 연출한 <탈출>에 출연했다. 정 감독의 표현에 따르면 '정통개병맛호러'다. 어쩌면 고경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판이 열린 셈이다.

ⓒ 이정민


<무서운 이야기> 캐스팅은 역시 병맛 캐릭터 덕?

<무서운 이야기>에 캐스팅되면서 고경표는 상업 영화에서 첫 주연을 맡게 됐다. 물론 <청춘정담>이라는 영화를 먼저 찍었지만 배급 사정상 개봉이 무기한 연기됐다. 관객은 로맨틱 코미디로 만날 수도 있었던 고경표를 공포 영화로 먼저 만나게 됐다.

"<무서운 이야기> 1편은 아직 못 봤어요. 정범식 감독의 <기담>과 <무서운 이야기> 모두 볼 기회가 있었는데 무서울 거 같아 피했어요. 이상하게 외국 호러는 잘 보는데 한국 호러는 그렇게 무섭더라고요. <기담>이 또 한국 사람이 가장 무서워하는 영화 1위더라고요.

<무서운 이야기2>의 '탈출'은 정범식 감독님이 그동안 쓰셨던 시나리오와 다른 새로운 방식이라고 들었어요. 고병신 캐릭터를 누구에게 맡겨야 하나 고민을 많이 하셨다고 하더라고요. 그때 조연출분이 <SNL 코리아>를 보고 저를 추천했대요. 실제로 뵌 감독님과 정말 죽이 잘 맞았어요. 많이 배우기도 했고요."

상황과 시점이 맞았다. 정범식 감독은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생각으로 이번 영화를 맡았고, 고경표 역시 배우로서 본격적인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캐릭터 이름이 하필 병신이다. 그런데 고경표는 여기에 대해서도 만족감을 드러냈다.

"촬영장에서 감독님이 대사 어미나 어투까지 잡아주셨어요. 많이 배웠죠. 특히 고병신이란 캐릭터를 만들어내면서 연기의 폭이 넓어진 것 같아요. 근데 현장에서는 병신이라 부르기 뭐해서 고병진이라고 부르곤 했어요. 이름을 고민하다가 감독님이 결국 병신으로 갔죠. 전 좋아요. 영화 속 캐릭터와 맞기도 하고 관객도 그 모습을 좋아해 주시니까요."

ⓒ 이정민


풍부한 표정 고경표, 그에게 코믹 연기란?

서두에서도 말했지만 고경표는 잘 생겼다. 인터뷰 중에도 여고생들이 사인을 요청할 만큼 준수한 외모다. 유머와 외모를 겸비했기에 내심 배가 아프기도 하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못친 F1' (못생긴 친구들 중 최고)이라니 이런 겸손함이 또 어디 있나.

"(웃음) 남중, 남고를 나왔고 20살까지 친구들 사이에서 외모로 두각을 나타내지도 않았어요. 눈이 매우 나빠서 안경을 쓰고 다녔는데 지금도 잘생겼다는 말이 어색하네요. 연기학원에 다녔을 때도 그런 얘기를 전혀 못 들었어요. 실제로 학교(건국대학교 영화과)에서 '못친 F1'이에요. 친구들이 제가 안경 쓴 모습을 찍고서는 자기들끼리 돌려봐요. 그 친구들이요? 걔네들도 진짜 못생겼어요. (웃음)"

고경표는 기자에게 사진을 보여주기도 했다. 풍부한 표정이 인상적이었다. 그에겐 정말 개그 연기의 피가 흐르는 듯했다. 

"코믹 연기를 많이 배웠죠. <SNL 코리아>를 할 때 장진 감독님과 신동엽 선배에게 많이 배웠어요. 주변에 코미디 연기를 배울 수 있는 조건이 많아요. 그래서 지금까지 이런 모습으로 사랑받지 않았나 생각해요. 조셉 고든 래빗을 좋아하는데 짐 캐리를 공부했거든요. 짐 캐리의 코미디 연기는 최고잖아요.

정극에 대한 욕심도 물론 있지만 지금 당장 억지로 이미지를 바꾸고 싶진 않아요. 한 번 정도는 더 망가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기회만 된다면 정극 연기도 열심히 할 겁니다. 다양한 역할을 해보는 게 꿈이거든요. 배우 생활에도 그런 다양성이 중요하니까요."

ⓒ 이정민


롤모델? 없음! 모든 배우가 존경스럽다

영화과에 재학 중인 고경표는 틈틈이 연출 공부도 하고 있다. 직접 쓰는 시나리오도 있을 정도다. 가장 좋아하는 작품으로 영화 <50/50>을 꼽은 그는 <다크나이트> <어벤져스> 등의 액션 히어로물에 열광할 정도로 폭넓은 감성을 지니고 있었다.

"과제로라도 연출은 꼭 해보게 돼 있어요. 박해일 선배나 김지운 감독님을 뵈었을 때 여쭤보기도 했는데 굉장히 힘든 작업이더라고요. 학사경고를 두 번 맞았고 휴학도 해서 3학기 째에요. 이젠 복학했기에 열심히 출석하려고 합니다. 출석을 잘 못해서 교수님들에게 죄송할 따름이에요. 인원이 적고 다들 얼굴을 아는 사이라 대출(대리출석)도 불가능합니다! (웃음)"

2010년 배우가 된 이후로 고경표는 3일 이상 쉬어 본 적이 없다. 그만큼 강행군이었고 그 덕에 짧은 시간 안에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아쉬움도 있다. 젊은 나이기에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해야 할 것도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아직 운전면허도 없어요. 또 운동을 잘 하지 않아서 체력도 떨어졌더라고요. 여행도 목표에요. 해변이 있고 따뜻한 나라에 가고 싶은 마음? 그래도 요즘 행복합니다. 일하면서도 삶의 여유를 찾는 방법을 배우고 있어요. 굳이 큰 계획을 세워서 쉬는 것보단, 그때그때 쉬는 거죠! 요즘 잠을 줄이고 있어요. 예전엔 집에 일찍 가서 자고 다음날 스케줄을 나갔다면 이젠 하루가 무의미하지 않게 친구들을 만나면서 힐링하고 있죠. 그 '못생긴 친구들'도 자주 만나요.(웃음)"

대중교통을 좋아하지만 면허를 따면 경차를 사고 싶단다. 소박한 매력까지 지닌 배우다. 고경표는 "특정 선배를 롤모델로 삼기보다 연기하는 모든 배우를 다 존경한다"면서 "하나씩 배워가겠다"고 말했다. 이 사람, 이렇게 멋져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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