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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전설' 임중용 "인천 위해 이 한 몸 바치겠다"

1년 6개월 분데스리가 연수 마치고 귀국... 대건고 코치로 새 출발

13.07.04 21:06최종업데이트13.07.04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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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의 레전드 '영원한 캡틴' 임중용 인천 유나이티드의 영원한 캡틴으로 팬들에게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임중용 코치의 모습 ⓒ 인천 유나이티드


현재 K리그 클래식에서 단순한 돌풍을 넘어 진정한 강팀으로 거듭나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의 중심에는 김봉길 감독의 '봉길 매직'이 있다. 하지만 원조는 따로 있다. 그것은 바로 2005시즌 창단 2년 만에 준우승을 기록한 장외룡 감독의 '공포의 외룡구단'이다. 당시 장외룡 감독은 '희생, 인내, 노력'이라는 세 가지 모티브를 바탕으로 인천 역사에서 가장 큰 업적을 세웠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영원한 캡틴' 임중용이 있었다.

임중용은 인천 팬들에게 있어서 그야말로 전설과도 같은 신적인 존재이다. 그를 설명하는데 있어서 그 어떤 수식어가 따로 필요 없다. 인천 팬들에게 있어서만큼은 임중용은 전 국민적인 스타인 박지성 선수보다도 히딩크 감독보다도 소중한 사람이다. 이렇게 임중용은 엄청난 신뢰와 지지를 받으며 현재 인천 유나이티드의 레전드로 기억되고 있다.

임중용은 지난 2011년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하여 지도자 공부를 위해 독일 분데스리가 소속의 베르더 브레멘 클럽으로 떠나며 잠시 그동안 정들었던 인천과 작별을 고한 바 있다. 그리고 약 1년 6개월의 시간이 흘러 임중용이 돌아왔다. 독일에서의 지도자 공부를 마치고 한국에 들어온 임중용은 지난 3일 수요일 구단 사무실에 방문하여 조동암 대표이사 이하 구단 프런트와 김봉길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와 반가운 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고 곧바로 그는 인천 구단 산하 U-18세 클럽인 대건고등학교 코치로 전격 합류했다. 지난 4일 오후. 인천 연수구 승기사업소에서 정말 오랜만에 그를 만나 그동안의 이야기와 앞으로의 각오에 대해 물을 수 있었다. 가장 먼저 임중용 코치는 "다시 인천에 돌아오니 감회가 남다르다. 역시 인천 유나이티드의 엠블럼이 박혀 있는 트레이닝복을 입으니 마음이 가볍다"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 토마스 샤프 감독 옆에 자리 잡은 임중용 코치 임중용 코치가 독일 분데스리가 명문팀인 베르더 브레멘에서 지도자 연수를 받으면서 토마스 샤프 前 감독과 나란히 서서 선수들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 인천 유나이티드


임중용 코치의 독일 유학 에피소드는 이미 이전에 여러 언론사를 통해 공개된 바 있다. 하지만 그 기사를 보지 못한 팬들을 위해 그에게 다시 한 번 소개를 부탁했다. 그러자 그는 "처음에는 3부 리그 클럽 지도자 연수 코스로 계약하고 갔다. 그저 일반 팬들과 마찬가지로 철조망 바깥에서 고개를 쑥 내밀면서 구경만 했다"라며 지난 일을 회상했다.

"어느 날 베르더 브레멘의 분데스리가 경기를 보러 갔다. 관중석에서 카메라로 벤치 쪽을 향해 사진을 찍고 있는데 어디서 많이 본 사람이 있었다. 다름 아닌 인천 창단멤버로 함께했던 미샤엘 골키퍼 코치였다. 반가운 마음에 경기가 끝나자마자 집으로 달려가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까 베르더 브레멘 1군 골키퍼 코치로 계셨다. 우연이었지만 믿기지 않았고 너무 신기했다. 다행히 내가 있던 3부 리그 유소년 코치들이 미샤엘과 아는 사이라고 했다. 그래서 내가 미샤엘 코치 제자라고 미샤엘에게 연락 좀 전해달라고 부탁을 했다.

이틀 뒤 소식을 들은 미샤엘이 한걸음에 달려와 나를 반겨주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내가 지금 은퇴 후 공부를 하기 위해 독일에 왔고 기회가 된다면 베르더 브레멘에서 배워보고 싶다고 부탁을 했다. 그랬더니 미샤엘이 당시 브레멘 감독이었던 토마스 샤프 감독과 상의는 해보겠지만,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했다. 그리고 이틀 뒤 미샤엘에게 감독으로부터 허락을 받았다는 전화가 왔다. 그렇게 해서 정식적으로 팀에 합류하게 되었다."

▲ 은퇴식에서 선수들에게 헹가레를 받고 있는 임중용 코치 지난 2011년 10월 31일. 인천 유나이티드 임중용 코치가 현역 생활을 마무리하며 은퇴식을 가진 뒤 선수들에게 헹가레를 받고 있다. ⓒ 남궁경상


그야말로 우연한 일치였다. 평소 독일을 비롯한 유럽 축구계에서 이런 일은 흔치 않다고 한다. 더욱이 독일은 비자 발급부터 시작해서 모든 일에 대해 절차를 중시하는 깐깐한 성향이 짙다고 한다. 하지만 토마스 샤프 감독은 미샤엘 코치의 제자가 멀리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까 특별히 팀 합류를 허락한 것이었다.

이어서 임중용 코치에게 베르더 브레멘 팀 합류 이후의 일 전개에 대해 물었다. 그는 "유럽 사람들은 의심이 많다. 처음에는 용품도 지급을 해주지 않아서 구단 쇼핑몰에서 사비로 직접 구매해서 입고 다녔다. 약 1개월 반 정도를 공부는커녕 선수들 뒤에서 물이나 음료를 챙겨주고 선수들이 찬 볼을 줍는 등 기초적인 일만 했다. 그랬더니 어느 날 토마스 샤프 감독이 '내가 공부하러 온 많은 사람을 봤지만 미스터 임 같은 사람은 처음 본다. 늘 한결같고 자신을 낮출 줄 아는 모습을 눈여겨봤다. 배울 자세가 되어 있다. 이제는 그런 일을 하지 말고 정식적으로 지도자 교육을 해주겠다'라고 했다"며 또 하나의 사연을 소개했다.

임 코치는 "그때부터 정식적으로 구단에서 물품도 주더라. 미팅도 참관하고 원정 경기도 같이 따라다니는 등 1군 선수단의 모든 스케줄을 함께 소화하게 배려해줬다. 처음에는 선수들도 거부감을 느꼈는데 한 5개월 정도 지나니까 다가오더라. 그러고 내가 인천 유나이티드에서 왔다고 하니까 자기들이 인터넷으로 찾아보고 '당신이 인천이라는 팀의 레전드라 들었다. 대단한 사람이다'는 등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인천이 어디에 이겼다, 졌다'는 등의 인천 소식도 전해줬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렇게 임중용 코치는 예전에 인천의 창단 멤버로 인연을 맺은 미샤엘 코치와의 뜻깊은 인연을 통해 토마스 샤프 감독의 배려 아래 약 1년간 베르더 브레멘 1군 선수단과 함께하며 남들은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최고의 공부를 했다. 그리고 그는 훗날 자신이 유학을 마치고 U-18팀인 대건고등학교 코치로 합류할 것을 대비해 프로팀이 아닌 베르더 브레멘 U-18 유소년 코치로 자리를 옮겨 새로운 환경에서 또 반년 동안 활약하고 유학을 마쳤다.

그에게 독일 축구와 한국 축구의 차이점을 물었다. 그의 입에서 주저 없이 나온 단어는 다름 아닌 '환경'이었다. 임중용은 "운동 환경 차이가 크다. 한국은 물론 예전보다 많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훈련 시설이 열악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독일은 1군뿐 아니라 2군 그리고 유소년까지 모든 선수가 천연 잔디에서 훈련한다. 운동장 크기도 일반 면적의 3~4배 이상이다. 또 하나의 차이점은 지도자와 선수들의 의사소통이 자유롭다는 점이다. 외국 선수들이라고 해서 게으를 줄 알았지만 큰 오산이었다. 오히려 알아서 하더라. 연습 경기에서도 실제 시합처럼 정말 거칠게 하고, 자체 경기를 하더라도 패하면 분해서 성질을 내는 선수가 다수였다. 정말 감명 깊었다"라며 차이점에 대해 설명했다.

▲ 다시 인천으로 돌아와 새출발을 시작한 임중용 코치 지난 4일. 인천 유나이티드 U-18 대건고등학교 코치로 부임한 임중용 코치가 기자와의 인터뷰를 마친 뒤 선수단 버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상민


끝으로 임중용 코치에게 앞으로의 각오와 팬들에게 한 마디를 부탁했다. 먼저 그는 "독일에서의 생활을 정말 소중한 시간이었다. 나는 이제 지도자의 길을 걷은 걸음마 단계에 있을 뿐이다. 혹시라도 내가 독일에서 공부하고 왔다고 우쭐대는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그럴 마음은 추호도 없다. 아직 많이 부족한 만큼 더 열심히 공부하고 독일에서 배워온 걸 잘 접목해서 대건고 선수들을 잘 가르칠 생각이다. 앞으로 인천을 위해 이 한 몸 마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인천 유나이티드 식구들은 항상 내 가족 같다. 내가 독일에 있을 때도 잊지 않고 페이스북으로 많은 분이 격려를 많이 해주셔서 힘이 많이 되었다. 인천 유나이티드의 엠블럼을 소중히 여기는 것은 나뿐만 아니라 팬들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난 여기에 있던, 다른 곳에 있던 항상 인천 유나이티드 사람이다. 앞으로 지도자 생활 차곡차곡 열심히 해서 더 발전된 모습으로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라며 인터뷰를 마쳤다.

인터뷰를 마치고 임중용 코치는 대건고등학교 선수들과의 공식적인 첫 훈련을 소화하기 위해 준비물을 챙기는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그의 표정에는 고향 팀 인천에 다시 돌아왔다는 기쁨과 지도자로서의 새로운 앞날을 걸어가는 설렘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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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중용 인천 유나이티드 베르더 브레멘 K리그 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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