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션왕>의 중요한 점은 인간본연의 아름다움에 대한 추구다.
기안84
<패션왕>을 관통하는 키워드를 몇 개 꼽는다면 우선 제목 그대로 '패션'일 것이다. 패션은 사전적 의미로는 특정한 시기에 유행하는 복식이나 두발의 일정한 형식을 나타내는 말이다. 즉 '꾸밈'을 나타내는 말인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은 왜 꾸미는 것일까?
다른 동물들은 단지 이성을 유혹하기 위해, 강해 보이기 위해서 꾸민다고 한다. 인간의 꾸밈에도 그런 요소가 없지는 않지만, 동물보다는 훨씬 복잡하고 다양한 이유가 있다. 개성, 사회적 지위나 소속, 정체성을 나타내는 도구로서의 의미는 인간이 꾸미는 이유들이다. 그런데 <패션왕>의 작가 기안84는(이하 기안) 인간이 꾸미고자 하는 욕망을 보다 인간 본연의 것으로 인식한다.
작품의 맥락 속에서 인물들이 꾸미고자 하는 욕망은, 막연하긴 하지만 플라톤이 이야기한 인간의 이데아에 대한 열망과 비견되는, 근원적인 아름다움에 대한 동경으로까지 나아간다. <패션왕>에서 아름다움은 온갖 윤리와 상식을 파괴하는 힘이 있다고 묘사된다.
'간지후폭풍'으로 대표되는 아름다움의 힘은, <요리왕 비룡>에서 등장인물들이 맛있는 음식을 먹고 펼쳐지는 난데없는 풍경처럼 과장되어 있고, 화려하다. <패션왕>에는 아름다움에 대한 보편적인 인간의 열망이 '지금' '여기'의 청소년들에게는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즉 <패션왕>은 한국의 청소년들이 노스페이스 점퍼와 스키니핏 교복 바지를 입으며 아름다움을 추구한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것도 이미 1, 2년 전의 유행일 뿐이다. 요새 청소년들은 더 이상 노스페이스 점퍼를 선호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 작품의 또 다른 중심축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소년의 성장이다. 어려운 가정 형편에서, 패션왕이 되겠다는 막연하고도 너무 큰 이상을 추구하는 것은 우기명에게 말 못할 고통의 원인이 된다.
여기에 친구들과의 우정과 갈등, 박혜진과의 사랑이야기, 우기명이 냉정하고 두려운 세상에서 나름대로 살 길을 모색해 가는 과정은 한 편의 현실적인 청소년 드라마 같다. 어쩌면 <패션왕>은 일부러 교육적일 필요도 없고, 복잡한 현실의 어두운 면까지도 빠짐없이 보여준다는 면에서 오히려 청소년 드라마 보다 더, 청소년들의 질풍노도의 시기를 잘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패션으로 시작한 이야기, 우기명의 방황과 함께 길을 잃다

▲ 한 편의 현실적인 청소년 드라마 같은 <패션왕>의 한 장면.
기안84
웹툰 작품 중에서 <패션왕>처럼, 독자들의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으면서, 동시에 많은 비판을 받은 작품은 흔치 않은 것 같다.
<패션왕>이 비판받은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이 작품이 도대체 무얼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아름다움에 대한 우기명의 열정과, 패션왕이 되기 위한 도전을 그리던 이야기는 어느새 우기명과 친구들의 일탈과 방황으로 변질된다. 그리고 그 이후부터 연재가 끝날 때까지 패션과 아름다움에 대한 동경은 중심 주제에서 아예 벗어난다.
여기에 작가의 '악취미' 또한 <패션왕> 이야기 구조의 통일성을 해치는 데 일조한다. 패션 오디션에서 갑자기 우기명이 늑대로 변한다든가, 닭으로 변한다든가 하는 등의 설정은 과장을 넘어 기괴하기까지 하다. 물론 작가의 의도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기안은 작품 곳곳에 일본 공포 만화 작가인 이토 준지에 대한 오마주를 심어 놓았다. 오마주란 예술작품 속에서 작가 자신이 동경하는 사람의 업적과 재능에 대한 일종의 존경의 표현이다.
이상한 설정들도 작가 기안의 이토 준지에 대한 오마주의 연장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는 점이다. 사실 그것 자체를 나무랄 수는 없다. 하지만 작품 전체의 중심 서사를 방해할 정도로 기괴한 이야기나 장면을 끼워 놓는 것은 작가의 악취미로 밖에 평가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아름다움에 대한 인간 본연의 추구라는 주제 탐구가 용두사미로 끝나게 된다는 점도 <패션왕>의 한계점이다. '패션왕'이라는 거창하고 막연한 주제가 '동네의 자그마한 옷가게'로 종결되는 것이다.
아마 이 부분에 대해서 작가도 많은 고민을 한 것으로 보인다. <패션왕> 중반부에 등장하는 패션오디션은 아마도, 도대체 우기명이 되고 싶어 하는 '패션왕'이란 것이 무엇이냐에 대한 작가 나름의 답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국 우기명의 방황과 함께 오디션은 흐지부지 막을 내리게 된다. 주인공의 방황과 함께 작품 전체의 방향도 길을 잃게 된 것이다.
이밖에도 맞춤법이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는 것과, 작가의 개인 사정 때문에 휴재도 많았고, 연재 시간을 맞추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는 것은 분명 아쉬운 부분이다.
'욕하면서도 보게 되는 웹툰', '세대를 아우르는 공감' <패션왕>의 매력 포인트

▲ <패션왕>은 무엇이 '패션왕'인가에 대해서 정의내리지 못한다.
기안84
<패션왕>은 조금 거칠게 표현하자면 '욕하면서도 보게 되는 웹툰'이라는 점에서 독특하다. 분명히 전체적인 완성도 면에서는 좋은 점수를 줄 수 없지만, 독자들은 이 작품을 계속 봤고, 그 후 비판하는 댓글을 꼬박꼬박 달아주었다. 그 원인은 아무래도 이 작품이 가진 나름대로의 매력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그 매력은 그림이나 이야기에 자체에 있었다기보다는 세대를 아우르는 '공감'에 있었다.
우선 <패션왕>은 어린 세대의 문화와 유행, 개성표현에 대한 욕구를 잘 드러내고 있다. 또한 청소년에서 청년으로 넘어가는 시기, '어린 세대들의 두려움과 미성숙함', '활기'를 예리하고 생생하게 표현했다. 이런 점은 어린 세대들에게 공감을 살 수 있는 부분이다.
기성세대들에게는 누구나 방황하고 연약했던 시기가 있었음을 떠올리게 한 점이 <패션왕>이 인기 웹툰의 자리를 계속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로 보인다. 즉 성장통으로 가득 찬 우기명의 성장기를 현실적으로 묘사했다는 점이 기성세대들에게도 폭넓은 공감을 얻을 수 있게 한 것이다.
헤세의 <데미안>,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 최인훈의 <광장>과 같은 소설들처럼 <패션왕>에서도 '젊은이의 방황과 성장'이라는 매력적인 이야기 요소가 잘 구현되어 있다.

▲ <패션왕>의 가장 큰 매력은 세대를 넘은 '공감의 힘'이다.
기안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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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페 점퍼와 스키니핏 교복 벗고 어른의 멋을 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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