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둥 없는 집짓기

인문학이 흔들리고 있다.

검토 완료

한가람(rkfka4964)등록 2013.07.13 16:36
"나 내가 원하는 과에 붙었어!"
이 말을 이미 예전에 해본 사람도, 아니면 이 말을 해보길 간절히 바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똑같은 공부를 강요하는 청소년 때의 교육 방식에 비해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는 대학 공부는 그 자체로도 행복이지 않을까. 그런데 이런 작은 행복조차 위협받는 현실이 닥쳤다. 이 거센 바람을 맞고 있는 건 다름 아닌 '취업이 안 되는 과'. 그 중 내가 말하고 싶은 곳은 인문대다.
최근 전국적으로 학과 통폐합 바람이 불어 닥쳤다. 대학은 경쟁력 있는 인재 양성이라는 이유를 대며 유사 학과를 통합하고, 때론 폐지했다. 또한 이 과정에서 경영대는 오히려 정원 수를 늘리는 모습을 보였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다. 교육부가 대학 평가 기준에서 취업률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낮은 점수를 받은 대학은 부실대학으로 선정되는 불명예를 안는다.
하지만 이렇게 대학이 기업식 운영을 지속한다면, 학문의 근간이 흔들리는 문제가 발생한다. 과거, 대학은 학문을 공부하는 곳을 뜻했다. 멀리 보고, 크게 깨닫기 위해 대학은 존재했다. 하지만 지금의 현실을 보고있노라면 대학의 의미 자체가 크게 달라진 듯하다. 이미 부산소재 사립대 D대학은 국어국문학과와 문예창작학과의 통폐합 절차를 밟고 있는 중이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과 학교 사이의 갈등이 빚고 있지만, 학교의 입장은 오직 하나다.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서라는 것. 오직 취업을 위해서 진학하는 곳이 대학인가. 각 학과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은 채 마구잡이식으로 하는 통폐합은 결코 옳은 선택이 아닐 것이다.
문제는 또 하나 있다. 대부분의 학교가 이 과정에서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는다. 그저 대학의 '통보하기식' 행동에 우리는 학교에 대한 믿음 또한 부서지고 있다. 대학의 주인은 학생이다. 총장도, 직원들도 아닌 그 곳에서 공부 하는 우리들이다. 주인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그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방관하지 말자. 내 권리는 내가 지켜야 하는 것이다.
이같은 현실 속에서 사회적 대책도 나오고 있다. 다음은 그에 관한 기사 중 일부다.
서남수 교육부장관이 현재의 대학평가 지표와 관련해서 "대학평가에서 인문학이나 예체능계열의 취업률 지표를 반드시 없애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서 장관은 4일 뉴시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취업률이 계열에 따라 상당히 다를 수 있어 취업률을 계열별로 분류해 대학 평가를 하는 내용의 대학평가 시스템 개선안을 마련해 오는 8월 말쯤 내놓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피아노를 치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에게 그 가치를 취업률로 매길 수는 없을 것이다. 인문학도 마찬가지다. 무역을 배우지 않는다 해서, 설계를 배우지 않는다 해서 대학이 그 사람의 꿈까지 뺏을 권리는 없다. 전혀 다른 성격을 갖고 있어 단과대라는 큰 틀로 나눈 만큼 그 학과를 바라보는 기준 또한 다르게 적용돼야 할 것이다. 인류는 몇 세기 동안 눈부신 발전을 이룩해왔다. 그 기반엔 분명 인문학이 있었다. 당장의 앞만 내다보지 말고 멀리 내다봐야 한다. 기둥 없이 짓는 집은 결코 오래 가지 못할 테니까.
덧붙이는 글 대학평가의 ‘인문-예체능계 취업률 지표 삭제’ 환영한다
http://goham20.com/3086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