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조작 수퍼연어, 어떻게 나오게 됐나?

인천도시농부아카데미 GMO 강의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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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기(suk7018)등록 2013.07.17 17:32
도시에서 농사를 짓는 도시농부들을 양성하는 도시농부아카데미가 인천지역 세 곳에서 열리고 있다.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시사인천>, 작은도서관 아름드리, 남동의제21, (주)푸르내흐르내, 계양봉사단이 공동 주관하고, 인천시가 후원한다. 남동의제21에서 진행하는 강좌 가운데 GMO(유전자재조합생물체)와 관련한 강의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우리나라에서 GMO와 관련한 논의는 아직 활발하지 않다. 2008년 광우병소고기 관련 논란이 있은 이후 국민들이 광우병에 대해 공부하며 그 위험성을 느꼈지만, GMO는 아직까지 국민적 논란은 없었다.
그동안 GMO의 위험성을 이야기해온 김은진 원광대 교수는 GMO의 위험성을 아는 것보다 무엇 때문에 GMO가 나오게 되었는지를 아는 게 중요하다는 말로 강의를 시작했다. 그의 강의 내용을 요약했다.

매번 먹거리 관련 강의를 들으면 '뭐는 먹으면 안 되고, 어떤 건 어때서 안 좋고'라는 말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면 먹으면 안 되는 것들을 어떻게 안 먹을까, 하는 고민만 생겨 '도대체 먹을 게 없네'라는 결론으로 갈 수밖에 없다. 그게 아니라, 왜 이런 먹거리가 나오게 된 것인지를 알고 무엇을 해야 할지를 고민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

미국에서 농업은 절대 포기하지 않는 산업으로 여겨지고, 아이들에게도 그렇게 교육한다. 프랑스 아이들에게 왜 빵을 먹느냐고 물으면, 이 땅에서 밀농사가 잘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국 아이들에게 왜 밥을 먹느냐고 물으면, '그러게 말이에요' 한다. 빵 먹고 피자 먹고 싶은데 왜 날마다 밥을 먹을까? 우리는 쌀농사를 지어 먹고살아야하기 때문이다. 쌀 농사가 잘되는 나라니까.

화학 산업의 탈출구, GMO

무기를 만들던 공장들이 2차 세계대전 이후 화학비료를 비롯한 화학공장들로 바뀌고 석유화학산업이 발전한다. 그러면서 자연이 버틸 수 없을 만큼 많은 양의 생산품들이 나온다. 화학비료와 농약도 대표적인 화학 산업의 생산품이다. 공장에 많은 인력들이 필요했기에 농촌에서 인력을 조달하고, 농사짓는 데 모자란 노동력은 농약과 기계로 대체했다. 전에는 농사만 짓고 살아오다가 이제는 같은 노동력으로 화학비료와 농약을 만들고, 그걸로 농사를 지어 농산물을 만든다.

그러니 화학 산업의 부담은 커진다. 그로 인한 폐해도 발생한다. 벌레가 없는 농토에 새들이 오지 않으면서 농약이 농산물에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선진국에서 서서히 화학에 의존하지 않는 농업으로 돌아가자는 반성을 시작한다.

자연스레 농약회사들이 공격의 대상이 되고, 이들은 새로운 시장 개척을 위해 개발도상국으로 눈을 돌린다. 70년대 우리나라 농약 사용량이 급증한 것은 이런 흐름 때문이다. 당시는 마을마다 농약 치는 날이 있을 정도로 나라에서 농약 사용을 권했다. 생각해보면 우리나라가 경제 개발을 시작하고 공장이 많아지던 시기와 같다. 역시 농촌에서 일손을 가져오고, 그 자리는 농약과 기계가 대체했다.

세계적으로 환경운동을 시작하면서 화학기업들은 새로운 이윤창출을 위해 고민했다. 특히 농업 관련기업들은 그동안 농약을 팔면서 돈을 벌었는데, 이제는 그마저 쉽지 않게 됐다. 그래서 친환경이라는 개념을 씌운 GMO를 내놓는다.

벌레 없는 옥수수, 풀 없는 콩
 


GMO가 친환경상품이라니 어째서 그럴까? 현재 대표적인 GMO 상품은 옥수수와 콩이다. 옥수수는 벌레 피해가 많아, 살충제를 사용한다. 우리나라 옥수수야 분무기로 구석구석 뿌려서 농약을 치지만, 미국 같이 넓은 땅에 끝도 없이 펼쳐진 옥수수밭은 농약을 하늘에서 뿌리니 그 양도 기준량보다 훨씬 많고 한 번 뿌리는데 엄청난 비용과 노동이 든다. 그러니 이 농약 살포 횟수를 줄이거나 뿌리지 않는다면, 엄청난 비용 절감과 농약을 줄일 수 있다. 그러니 친환경이라는 말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콩은 풀을 죽이는 제초제를 쓰는데, 그 횟수가 너무 많다. 차라리 전멸제초제를 한두 번 치는 게 좋지 않을까? 그런데 콩까지 죽으면 안 되니 전멸제초제에도 살아남는 미생물의 유전자를 콩에 넣자. 벌레가 먹으면 죽는 미생물의 유전자를 옥수수에 넣자. 그러면 벌레가 옥수수를 먹고 죽으니 살충제를 안 써도 된다. 얼마나 친환경적인가?

사실 유전자 조작 기술이 처음으로 상품화 해 성공한 것은 의학에서다.
당뇨병환자들이 쓰는 인슐린 주사는 미생물을 활용한 유전자 조작으로 만들어낸 상품이다. 이어 성장호르몬제가 치료제로 개발됐다. 이것이 축산과 낙농에서 상품으로 성공을 한다. 성장속도를 빠르게 하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그래서 가축을 가둬 키우고, 성장호르몬제를 쓴다. 우유를 생산하는 젖소에도 마찬가지로 성장호르몬제를 쓰면 생산량을 늘릴 수 있다. 그러니 우유를 먹으면 키가 큰다는 이야기가 맞기도 하다. 문제는 성장속도가 빨라지는 만큼 노화속도도 빨라질 것이라는 데 있다.

90년대 이후 성장호르몬제를 쓴 미국산 소고기가 유럽에서 수입 금지되자, 새로운 시장을 찾기 시작한다. 우리나라의 소고기 수입량이 확대된다. 이때 이후 아이들의 성조숙증이 문제가 되는 것은 이와 연관이 없다고 할 수 없다. 성장이 빨라지면서 초경이 빨라지는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GMO 강의 김은진교수는 GMO의 위험성을 아는 것보다 왜 지금의 농업이 이렇게 만들어졌는지를 아는 것이 더욱 중요한 문제라고 한다. 무엇을 피할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 김충기


수퍼연어, 미국의 뜨거운 감자

미생물을 이용한 유전자 조작 상품이 성공하자, 식물에 유전자 조작을 한 상품을 내놓고, 이어서 동물인 어류에도 유전자 조작을 성공해 상품화하려하고 있다.

이른바 '수퍼연어'와 관련한 논란이 최근 미국에서 커지고 있다. 기존 연어보다 몇 배가 큰 연어를 유전자 조작으로 만들어낸 생명공학회사가 양식 허가를 신청해, 이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2011년 허가 신청해 관련기관 허가를 받았지만, 2012년 최초의 유전자 조작 식용 어류이기에 백악관까지 올라간다. 오바마는 이를 보류하고, 재선된다. 이를 상품화하려는 기업과 반대 여론이 뜨거운 논란을 지속하고 있다.

유전자 조작 어류가 상품화되면, 좀 더 고등동물인 포유류로 확대하고, 결국에 인간에게도 유전자 조작 기술을 사용하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박태환이 금메달을 따기 위해 매일 10시간씩 훈련하는 것보다 물개 유전자를 쓰면 되지 않는가? 도핑테스트가 아니라 유전자테스트를 하는 날이 올 수도 있겠다.

인류 번영을 위한 기술이 아닌, 자본의 이윤 확대를 위한 수단

GMO 종자는 위험성을 떠나 거대 기업의 이윤 확대, 돈벌이를 지속하기 위한 수단으로 나온 괴물이다. 농약과 화학비료에서 시작해 나중엔 친환경을 내세우며 GMO 상품을 개발했듯이, 시간이 지나 새로운 반대에 직면하면 또 다른 돌파구를 찾기 위해 새로운 상품을 만들 것이다. 그리고 시장 확대를 위해 지금은 씨앗으로 판매되지 않는 GMO 종자를 우리나라를 비롯한 작은 나라에까지 팔려고 할 것이다.

GMO의 안정성에 대한 공격을 계속 받고 있는 거대 기업은 새로운 시장을 찾을 것이고, 새로운 상품을 개발할 것이다. 가뭄에도 잘 자라는 농작물, 소금기에도 잘 버티는 농작물을 예상할 수도 있다. 그럼, 그것들은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작물이니 좋은 것일까? 비타민A를 강화한 GMO 쌀은 착한 쌀일까?

수확량이 높을 것이라는 기대에 자기 씨앗을 버리고 다른 씨앗을 사다 쓰던 인도 농민들이 목화 수확이 줄어들자 생계를 위협받게 됐다. 그러나 자기들의 씨앗은 이미 없어졌고 거대기업의 씨앗에 종속됐다. 살충성 GMO 목화를 기르자 4~5년 후부터 목화 줄기를 먹이던 양들마저 괴질에 걸려 죽었다. 이를 비관한 인도 농민 4000명이 자살하는 사회적인 문제가 발생했다. 역학조사를 한 GMO 종자 회사는 그동안 GMO로 사료를 먹인 미국의 가축은 그런 사례가 없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미국의 소들은 3년만 키워 다 잡아 먹는다.

GMO 종자의 위험성은 그것이 자연생태계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측할 수 없다는 데 있다. GMO에 심각한 위험성이 발했을 때 '리콜'이 될까? 수거가 불가능하다. 꽃가루를 수거할 수 있나? 어디에 어떻게 날려있는지 알 수 없다. 아직까지 경작이 금지된 우리나라에서 GMO가 발견된 사례도 많다.

GMO라는 상품은 기술의 발전을 등에 업고 새로운 돈벌이를 위해 계속 진화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미칠 영향은 엄청날 것이다. 기업의 경제논리로 굴러가는 지금의 사회에서 먹거리 문제, 농업 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이다. 뭘 먹지 말고, 뭐는 몸에 나쁘고를 고민하는 것을 넘어, 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이해를 GMO를 통해 통찰했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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