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 아침 6시경, 쌍차 노동자들이 잠을 자고 있다.
구태우
현재 쌍차 농성장은 천막이 아닌 대한문 앞 맨 바닥이다. 농성자들은 잘 때는 깔개를 깔고 자고, 평소에는 맨 바닥에 앉아서 지낸다. 쌍차 농성자들은 이구동성으로 텐트라도 있다면, 훨씬 수월할 것이라고 얘기했다. 대한문 앞에서 농성을 이어가는 것만으로 힘에 부쳐서인지 현 상황을 체념하는 듯 했다.
해고노동자인 김수경씨는 "내가 쌍차 농성장의 살아있는 역사이자 전설이다"며 "서울 하늘 아래서 어디서 이렇게 잘 수 있나. 난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한다. 여기서 지내는 덕분에 서울 구경 실컷 할 수 있다. 자는 동안 경찰들이 지켜주니까 좋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해고노동자들은 특별한 일정이 없는 이상 오전과 오후에 해고자 전원이 대한문 앞을 지킨다. 3일에 한 번씩 돌아가면서 대한문 앞에서 밤을 샌다.
이날 밤 해고노동자들 사이에서 휴가 얘기가 화제가 됐다. 기자가 휴가 계획을 묻자 다들 시큰둥했다. 해고노동자인 박씨는 "쌍차 문제 때문에 5년 동안 휴가 한번 가지 못 했다"며 "어디로 가고 싶은지 생각해본 적은 없고, 그냥 떠나고만 싶다"고 말했다.
새벽 2시. 대한문 앞을 지나는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질 무렵에는 4차선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들의 소음과 취객들의 고성만 들렸다. 취객 몇몇은 농성장 앞을 지나가면서, 시비를 걸거나 욕을 했다. 한 취객은 농성장을 지나다 "중국에서 오신 여행객이냐"고 묻고, 농성장에 앉아 한참 동안 술주정을 했다.
한 해고노동자는 "농성장을 지나가다 분양소에서 향을 피워주고 가시는 분도 있고, 음식과 음료수를 가져다주시는 분도 있다. 고마운 분들이다. 반면 매일 같이 욕하고, 화내고 가는 취객들이 많다. 그런 분을 만나면 솔직히 기분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해고노동자들은 취객들이 떠난 후에야 잠자리에 들었다. 하지만 소음과 모기로 인해 쉽게 잠을 자지 못 했다. 대부분 누워서 스마트폰을 만지거나, 잠을 자지 못 하고 몸을 뒤척였다. 화단 앞을 지키는 19명의 경찰 중 몇 명은 연방 하품을 했다.
쌍차 농성장에서 함께 잠을 잔 기자는 뜬 눈으로 밤을 지샜다. 달이 서쪽으로 질 때까지 한참 동안 바라봤다. 콧속으로 도시의 먼지들이 들어와 찝찝했다.
민달팽이들, 공장과 경찰서로 돌아갈 수 있을까

▲ 26일 아침 대한문 앞 쌍차 분향소 풍경.
구태우
"여기서 자면 자는 게 아니라 뜬 눈으로 아침까지 보내는 것이나 다름없다. 날씨가 조금 바뀌어도 잠자리가 엄청 바뀐다. 그나마 장마가 끝나서 다행이다." '잠을 잘 잤냐'는 기자의 물음에 김수경씨는 이렇게 답했다. 한잠을 잔 터라 해고노동자들은 3시간 밖에 안 잤음에도 쉽게 일어났다. 잠자리를 정리하는데도 얼마 걸리지 않았다. 정리가 끝난 후 식사를 하러 웰빙분식으로 갔다.
대한문 인근에 있는 '웰빙분식'은 해고노동자, 경찰, 건설노동자들이 아침식사를 하러 자주 찾는 식당이다. 해고노동자들은 한 달에 한번 밥값을 정산한다. 해고노동자, 경찰들 모두 삶의 자리를 벗어난 이들이 간밤의 허기를 채우러 '웰빙분식'을 찾는 셈이다. 이들은 언제쯤 대한문을 떠나 공장으로 경찰서로 돌아갈지 문득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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