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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테러 라이브', 리셋 버튼을 누르시겠습니까?

[리뷰] 공포와 믿음을 잃은 자의 선택…당신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13.07.29 17:55최종업데이트13.07.29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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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테러 라이브> 스틸컷 ⓒ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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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에 영화 내용의 일부가 담겨있습니다

영화 <더 테러 라이브>는 시종일관 공포와 믿음으로 무장한 캐릭터들이 충돌하는 이야기로 진행된다.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밀려난 국민 앵커 윤영화(하정우 분)는 생방송 진행 중 "지금 한강 다리를 폭파하겠다"는 협박전화를 받는다. 이를 장난전화로 치부하며 끊는 순간, 마포대교가 폭발한다. 보도국장은 윤영화에게 마감뉴스 복귀조건으로 이를 신고하지 말 것을 지시한다. 그리고 윤영화는 테러범과의 통화를 독점 생중계한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상징은 윤영화의 귀에 꽂혀 있는 이어폰이다. 시종일관 그의 귀에 붙어 그의 모든 행동을 제압하고 있다. 그렇다. 우리는 모두 귀에 윤영화의 이어폰을 꽂은 채 살고 있다. 굶어 죽을 수도 있다는 '공포', 또 다른 의미로는 이어폰이 정상 작동될 때 줄 수 있는 '달콤한 믿음'(긍정, 희망) 때문에 우리는 늘 결정적인 순간 선택을 못 한 채 평생을 누군가에게 무릎 꿇고 빌며 산다.

우리 대다수는 하루의 월급날을 위해 한 달을 희생한다. 한 달이 30일이라면, 29일은 누군가의 노예가 되고 월급날인 하루는 누군가를 노예로 부릴 수 있다. 하정우의 이어폰이 주는 공포가 지배하는 일상. 그리고 그 공포를 29일간 묵묵히 참고 견뎌냈을 때 누군가를 합법적으로 짓밟거나 이용할 수 있는 1일의 쾌락을 확실히 맛볼 수 있다는 최소한의 달콤한 믿음, 또는 30년을 참고 열심히 일하면 언젠가는 행복한 날, 최소한 부단히 노력한 30년의 힘든 노동에서 잠시 쉴 수 있다는 달콤한 믿음. 이런 공포와 믿음의 동력으로 지금 이 세상이 돌아가고 있다.

그럼 두 가지 요인이 모두 없는 사람은? 좋은 쪽으로는 '자아실현형', '순수예술추구형' 인간이 되고 나쁜 쪽으로는 자살이나 복수 또는 테러 같은 기존의 삶을 청산 짓는 '하나의 의미'만을 지니는 인간이 된다.

인생의 의미를 되찾기 위해 리셋버튼을 누를 것인가

<더 테러 라이브> 스틸컷 ⓒ 롯데엔터테인먼트


하정우는 PD를 속이고 국장은 하정우를 속인다. 방송국은 높은 시청률을 생각하며 큰 액수의 협상금을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신속히 송금하는 모순을 보여주고(과연 불우이웃돕기 방송에 이 정도로 신속히 제작지원금을 보내줄지 생각해보라), 정부는 시민의 안전을 우선 생각한다면서 어떻게 하면 대통령을 내비치지 않고 무장진압을 할 수 있을지 끝없이 명분을 찾는 데만 몰두한다.

그 와중에 대통령에게 잘 보이려고 무한한 충성심으로 총대를 멘 경찰청장도 나온다. (그는 미디어에 나와서도 습관을 못 버리고 테러범과 협상하기는커녕 본인의 지위로 주변 사람들을 윽박지른다.) 그런데 방법이 옳든 나쁘든, 최소한 그들에겐 여기서 더 떨어질 수 없다는 공포와 일이 잘 끝났을 경우 되돌아올 달콤한 믿음이 공존하고 있다.

그러나 테러범은 대통령에게 얻을 하나의 의미만을 갖고 있는 인간이다. 영화 속의 그 인물은 '더는 잃을 것이 없다'는 생각으로 이미 공포감을 상실했을 때, 더불어 더는 믿음조차 사라지고 인생을 종결짓는 하나의 의미만이 남아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캐릭터를 그려냈다.

'긍정하라! 긍정하라! 자신의 인생을 긍정하라!'라고 끝없이 긍정을 찬양하는 자기계발코치들 밑에서 열심히 긍정을 외쳤더니 결국 부와 명예를 얻은 건 회원들이 아니라 자기계발코치와 그 회사의 간부들이었더라는 놀라운 사실을 긍정인생 30년 만에 최종적인 사건에서야 깨닫게 되는 영화 속의 인물.(스포일러상 밝히지 않습니다)

이런 사람이 실제로 현실에 등장해 정말 버튼 하나로 모든 것을 날려버린다거나 아니면 묻지마 살인 등으로 분풀이한다면 대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아니 질문을 바꾸어야 할 것 같다. 이런 사람이 실제로 현실에 생기지 않으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영화는 관객에게 마지막 메시지를 남겨둔 채 끝난다. 바로 윤영화에게도 공포와 믿음을 빼앗은 것이다. 이어폰과 죽음이라는 공포를 빼앗았고, 승진할 수 있다는 믿음과 그의 전처와 다시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믿음을 빼앗았다. 항상 낮은 자세에서 공정하게 보도하겠다고 했던 젊은 시절 앵커로서의 끝맺음 멘트는 마지막 순간에서 그의 눈 속에서 오버랩 됐을 것이고, 그간 공포와 믿음 속에 갇혀 있던 순수했던 자아를 자극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한마디 멘트에 의지했을 그 누군가에게, PD를 속일 때와는 전혀 딴판으로, 진정으로 미안함을 느낀 그는 마지막으로 자아실현형 인간과 하나의 의미만을 지닌 인간으로서의 양 갈래에서 선택하게 된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존재 그대로 진정한 자아와 함께 소극적이든 적극적이든 그래도 세상의 진보를 위해 하나씩 개선해 나갈 것인가, 아니면 완전한 새로운 시작을 위해서는 모든 것이 새롭게 시작되어야 한다는 '리셋주의'(사회에서 성실히 일하는 소시민이나 영화에 나오는 테러범이나 모두 공명정대한 세상을 꿈꾸는 것은 똑같을 수도 있다)에서 인생의 마지막 의미를 찾을 것인가?

하정우는 선택했지만, 그것이 꼭 답은 아니다. 이 영화에게 큰 점수를 주고 싶은 건, 최소한 지금의 세상에 시의성 적절한 질문을 던져줬기 때문이다. 국가는 갈수록 부자가 되어 가고 있는데 반대로 공포와 믿음이 고갈된 누군가는 계속 늘어난다면, 그리고 그 누군가가 인생의 마지막 의미로 리셋버튼을 누르려 한다면, '지금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질문 말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네이버, 다음, 네이트의 영화 리뷰 페이지에도 올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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