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아무개는 하천에 다량의 토사(土砂)를 버려 하천을 현저히 오염시키는 행위를 해서 검찰에 기소되었다. 그런데 재판 중에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은 '수질 및 수생태계 보전에 관한 법률'(이하 수질보전법) 제78조 제4호에 대하여 직권으로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했다.
헌법재판소는 2013년 7월 25일 헌법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해당 수질법 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된다는 결정(2013헌가14)을 선고하였다. 왜냐하면 이번 사건의 벌칙규정이나 관련 법령 어디에도 '토사'의 의미나 '다량'의 정도, '현저히 오염'되었다고 판단할 만한 기준에 대하여 아무런 규정도 없다. 그래서 일반 국민은 자신의 행위가 처벌대상인지 여부를 예측하기 어렵다. 그리고 감독 행정관청이나 법관의 자의적인 법해석과 집행을 초래할 우려가 크다는 이유다.
이번 위헌결정으로 심판대상 조항들은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하고, 심판대상 조항들에 근거한 유죄의 확정판결에 대하여는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우리 헌법은 형벌권의 남용을 방지하고, 국민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서 죄형법정주의를 규정하고 있다. 죄형법정주의의 파생원칙 중 명확성의 원칙이 포함된다. 명확성의 원칙에 따르면 형벌 규정이 모호하면 그 형벌 규정은 무효로 처리된다.
죄형법정주의는 국민들에게 이런 행위를 할 경우 처벌받을 수 있음을 경고하는 기능을 한다. 그래서 법은 보통의 상식을 가진 사람이 무엇이 금지되어 있는지를 알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만약 형벌 규정이 애매하거나 모호하면, 형벌권의 행사와 판단 주체가 자신들의 마음대로 법률을 적용하거나 해석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는 1998년에 출판사 등의 등록취소사유로서 '저속한 간행물'에서 저속의 개념은 불명확하고 애매모호해서 해당 법률조문은 위헌(95헌가16)이라고 밝혔다. 2002년엔 아동복지법에서 불량만화에 대한 정의 중 "잔인성을 조장할 우려"라는 표현은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왜냐하면 '잔인성'의 해석은 윤리·종교·사상 배경에 따라 도덕 판단을 달리할 수 있는 영역에 이르기까지 천차만별이다.
그래서 법집행자의 자의적인 판단을 허용할 여지가 높다. 모호하고 막연한 개념을 사용함으로써 그 적용범위를 법집행기관의 자의적인 판단에 맡기고 있다. 이는 죄형법정주의에서 파생된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99헌가8)는 결정을 한 것이다.
그리고 헌법재판소는 2010년도엔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한 자를 처벌하는 건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그 이유는 어떠한 표현행위가 '공익'을 해하는 것인지, 아닌지에 관한 판단은 사람마다의 가치관, 윤리관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해당 법조문은 명확성 원칙에 위배하여 헌법에 위반된다(2008헌바157)는 결정을 했다.
누구나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구성요건이 명확할 것을 요청할 수 있다. 이번 사안은 이러한 헌법 이념을 다시 확인한 결정이다.
국회는 헌법재판소의 취지에 따라서 지체없이 수질보전법에서 '토사'의 정확한 의미와, '다량'의 정확한 수치, '현저히 오염'의 기준량을 법에 규정해야 한다. 수질보전법의 목적인 수질생태계의 보전과 미래세대에 깨끗한 강, 하천, 호수를 계승해야 하는 우리의 의무를 꼭 실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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