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이현도 물어 뜯겠다던 '라디오스타'는 어디에

[TV리뷰] 병역기피 의혹 건들지 않고 듀스 20주년 헌정방송만…2% 부족했다

13.08.08 11:06최종업데이트13.08.08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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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방영된 <라디오스타>에 게스트로 출연한 듀스의 이현도. ⓒ MBC


<오마이스타>는 스타는 물론 예능, 드라마 등 각종 프로그램에 대한 리뷰, 주장, 반론 그리고 인터뷰 등 시민기자들의 취재 기사까지도 폭넓게 싣고 있습니다. 언제든지 '노크'하세요. <오마이스타>는 시민기자들에게 항상 활짝 열려 있습니다. 편집자 말

"털고 갈 건 털고 갑시다"

불미스러운 일로 세간의 주목을 받은 스타나 이른바 '물어뜯을 것'이 많은 연예인이 게스트로 나올 경우 MBC <라디오스타> MC들은 유독 '파이팅'이 넘친다. 그들은 알고 있었다. 굳이 눈물로 해명하거나 아름답게 포장하기보다는 '셀프디스'와 '자폭'을 통해 웃음을 만들어내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을!

그래서 <라디오스타>는 끊임없이 스타의 허물을 들추고 꺼내며 각양각색의 방법으로 요리한다. MC들의 집요한 공격에 결국 게스트가 두 손을 들고 스스로 자신의 잘못을 개그 소재로 삼을 때, 비로소 '시원하게 털고 가는' 그림은 완성된다. 다른 토크쇼에서는 볼 수 없는, <라디오스타>이기에 가능한 해명 방식이다.

이런 이유로 듀스의 이현도가 <라디오스타> 게스트로 초대된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대다수의 애청자들은 과연 이현도의 병역문제를 어떤 식으로 건드릴까에 많은 기대를 했다. 실제로 MC들은 이날 오프닝에서 9년 만에 방송에 나온 이현도를 향해 "오랜만에 나온 첫 예능이 <라디오스타>다. 물어뜯을 게 많은데 괜찮겠냐"고 물었고, 이현도는 "그래서 섭외한 거 아니냐"며 분위기를 띄웠다.

사라진 '라스 정신', <라디오스타>가 위험하다

사실 이현도에게는 전설의 힙합그룹 듀스의 멤버라는 '명'과 더불어 병역기피 논란 과정에서 생긴 별명 아르헨도라는 '암'도 함께 존재하고 있었다. 1995년 듀스 해체 이후 이현도가 아르헨티나 영주권을 획득하면서 군 복무를 면제받자 일부에서 그에게 병역기피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최근 불거진 연예병사 문제만 보더라도, 연예인들의 군대 문제는 우리 사회에 여전히 '뜨거운 감자'이며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군 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받은 특혜에도 대중 정서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상황에서 병역기피 논란을 불러일으킨 과거의 스타를 게스트로 초대한다는 것은 그만큼 <라디오스타>가 어느 정도의 '각오'를 단단히 했다는 의미다. 이날 방송 역시 '털고 갈 건 시원하게 털고 갈 것'이라 믿은 시청자의 예상은 어쩌면 당연한 기대였다.

하지만 이날 <라디오스타>는 이현도와 함께 듀스의 팬을 자처한 버벌진트, 뮤지, 하하, 스컬을 게스트로 불러 모아 놓고, 듀스 '헌정 방송'을 만들었다. 듀스 예찬론을 펼치고, 이현도를 향한 존경심을 불태우던 게스트의 모습에서는 마치 KSB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를 보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1990년대 초중반, 듀스가 서태지와 아이들과 라이벌 관계를 형성했을 당시의 에피소드, 그리고 이현도의 강한 이미지와는 어울리지 않는 그의 소심한 성격에 대한 후배들의 증언 등은 충분히 재미있었지만, 그럼에도 이날 방송은 무언가 2% 부족한 느낌을 지우지 못했다.

바로 이현도에게 따라 붙은 병역기피 의혹에 대한 속 시원한 해명이 없었고, MC들이 이를 전혀 건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라디오스타>가 제작진이 바뀌며 정체성을 잃었다는 최근 '위기론'에 휩싸인 현주소를 보는 듯했다.

적어도 2001년 3월 개정·발효된 병역법시행령에 따라 병역의무를 마치지 않은 국외 이주자 출신 연예인과 운동선수, 예술인 등이 영리 활동을 목적으로 연간 60일 이상 국내에 체류할 경우 병역의무를 부과하도록 규정했다는 점을 언급해 주거나, 이현도가 아르헨티나 영주권을 획득한 시기는 병역법 개정 이전에 이뤄졌다는 점을 짚어줬더라면 어땠을까 싶은 아쉬움이 남는다.

이현도를 둘러싼 병역 의혹이 털고 가야 할 흠이었는지, 혹은 잘못된 사실 전달로 인한 오해였는지는 판단하기 쉽지 않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하더라도, 연예인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바로 이를 바라보는 '대중 정서'다. 법적으로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면 그 이유는 무엇이고, 그럼에도 대중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면 이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허심탄회한 이야기가 나왔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물어뜯을 게 많은데 괜찮겠냐?"고 한껏 분위기를 띄워 놓고는, 결국은 핵심으로 들어가지 못한 채 끝나버린, 이날 방송에서 '라스 정신'이 사라졌음을 느꼈다면 너무 지나친 해석일까.

<무릎팍도사>마저 폐지된 이 상황에서 과연 언제까지 <라디오스타>가 "다음 주에 만나요"를 해맑게 외칠 수 있을까. <라디오스타>를 즐겨보는 한 명의 시청자 입장에서 이 프로그램의 앞날이 심히 우려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개인블로그(saintpcw.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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