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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재 죽음, 서태지와 경쟁…상처 견딘 이현도에 '공감'

[TV리뷰] MBC '라디오스타' 힙합의 조상 듀스 편, 과거 아픔 극복해 나가는 성숙함 돋보여

13.08.08 13:49최종업데이트13.08.08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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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라디오스타> '힙합의 조상 듀스' 편에 출연한 듀스 이현도.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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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MBC <라디오스타>는 듀스 결성 20주년의 해를 맞아, '힙합의 조상 듀스' 특집으로 진행됐다. 이날 듀스의 멤버였던 이현도를 비롯해 힙합계에서 주목받는 실력파 버벌진트, 뮤지(UV), 스컬, 그리고 방송인 겸 가수 하하가 함께 자리했다.

이날 방송은 1990년대를 풍미한 힙합 그룹 듀스에 대한 톺아보기의 시간이었다. 듀스는 1993년 팀 결성 이후, 대중가요계에서 서태지와 아이들과 경쟁하는 가요계의 아이콘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당시 서태지와 아이들과의 경쟁에서 듀스는 1위보다는 2위에 만족해야 하는 경우가 잦았다.

힙합에 대한 자부심이 컸던 이현도에게 계속되는 2위의 삶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현실었던 모양이다. <라디오스타>에서 그는 당시의 심정에 대해 솔직히 표현했다.

"나도 나름 동네에서 공부 잘 했고 골목대장이었는데 태어나서 2등을 제일 많이 해봤다. (중략) 2등 타이틀은 우리다. 처음에는 인정 못하겠더라. 서태지와 아이들이 훌륭하고 인기 있고 아이콘인 건 여전히 인정하는데 그것 때문에 폄하 받는 건 싫다."  

그런 경쟁 관계 속, 이현도와 서태지 사이를 멀어지게 한 일도 있었다. <라디오스타>에서 이현도는 "서태지와 14시간 동안 한 비행기를 타면서 양현석 소개로 이야기를 했다"며 "동갑이니 말을 놓고 편하게 지내자고 이야기했는데, 서태지가 '안 되는데요'라고 했다. 나는 내가 말을 잘못 들었나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서태지의 예상치 못한 답변에 깜짝 놀란 이현도는 결국 서태지와 서먹한 상태로 지냈다. 이현도에게는 못내 자존심이 상할 법한 일이었다. 서태지와 아이들에 비해 자신(듀스)의 음악이 폄하된다는 아쉬움, 경쟁자 서태지에게 무시를 당했다는 오해는 이현도의 삶에 상처로 남아있을 법 했다.

그런 이현도에게 1995년은 오랜 시간 치유해야할 상처가 또 하나 생긴 해였다. 듀스 해체 후, 김성재는 솔로 가수로 이현도는 프로듀서로 나서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 해, 김성재는 숙소에서 의문의 죽음을 맞았다.

이현도에게는 얼마나 큰 아픔이자, 상처였을까. 오랜 시간 함께 땀 흘리고, 꿈을 키운 동료의 죽음, 당시 이현도가 받았을 상처는 감히 타인들이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의혹'을 키우는 세상은 온갖 루머를 양산했다. 듀스 멤버 사이의 여자 문제 등 범주를 넘어선 황당무계한 이야기들이 넘쳐났다.

"한쪽 다리 잃은 젊은이가 씩씩하게 살아가는 것"

2등의 삶이라는 꼬리표, 팀의 해체, 절친했던 동료의 죽음, 이현도의 삶은 쉽게 아물지 않을 것 같은 상처로 가득했다. 하지만 <라디오스타>에서 이현도의 모습에는 과거의 아픔을 극복해 나가는 성숙함이 보였다.

이날 이현도는 가요계 라이벌이자, 개인적으로 불편한 관계였던 서태지를 진심으로 높게 평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90년대 아이콘은 서태지와 아이들이라고 생각합니다"라는 말로 시작한 서태지를 향한 영상편지는 "불혹의 나이로 말을 놓지 않아도 친구처럼 반갑게 인사하면 좋겠습니다. 건강하고 득남하세요"는 말로 훈훈함을 줬다. 서태지를 높게 치켜세우는 이현도의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 커보였다.

또 이현도는 1995년 동료 김성재의 갑작스런 죽음 이후, 그로인한 정신적 충격을 극복해나가던 삶에 대해 진솔히 털어놨다. 이현도가 표현한 '한쪽 다리를 잃은 젊은이가 씩씩하게 살아가는 것과 같과 같다'는 표현은 이상하리만큼 공감이 됐다. 과거의 슬픔에 대해 "힘들지 않고 (고 김성재가) 보고 싶다"는 말에서 상처를 딛고 일어나는 모습을 느낄 수 있어서다.

"김성재를 생각하는 내 모습은 전쟁을 치른 젊은이가 다리 한쪽을 잃었지만 그걸 적응하고 씩씩하게 살아가는 것과 같다. 김성재 이야기가 편하거나 불편한 문제가 아니다. 내가 견딜 수 있는 상처로 남은 것 같다. 그 자체가 힘들지 않다. 보고 싶을 뿐이다."

대한민국 힙합의 거장 이현도를 따라다니는 큰 상처들. 그에게 고 김성재, 서태지와아이들과의 경쟁은 앞으로 오랜 시간 지워지지 않을 꼬리표일지도 모른다. 사람들의 입에 계속 오르내리며 그의 상처를 후벼 팔지도 모를 일이다.

"사람들의 관심을 수긍하면서도 내 상처를 여러분이 후벼 파는 셈이다. (중략) 가슴이 아픈데 말할 의무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이현도는 그 상처를 극복해나가며 솔직한 말을 잇는다. 그는 이것을 의무라고 말했다. 김성재와 서태지의 말을 꺼내면서 한없이 조심스러워 하는, 하지만 과거의 이야기를 가감없이 전하는 이현도의 모습에서 진솔함이 느껴져 좋았다.

<라디오스타>에서 만난 듀스 20주년, 지루한 과거 추억 팔기가 아니라 어제의 상처 딛기 속 이현도의 오늘과 내일의 음악을 기대하게 하는 시간이라 좋았다. 좋은 음악은 삶의 상처를 머금고 큰다. 이현도의 다음 행보에, 유난히 눈길이 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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