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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사랑만 하진 않는다…'의드' 변천사

한국 메디컬 드라마, 1980년 '소망'부터 90년대 '종합병원' 신드롬 이어 '굿닥터'까지

13.08.13 11:21최종업데이트13.08.13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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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수목드라마 <굿닥터>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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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새 월화드라마 <굿닥터>의 기세가 매섭다. 첫 방송부터 동시간대 1위를 차지하더니 회가 거듭될수록 경쟁작과의 차이를 벌리고 있다.

'서번트 증후군'이라는 독특한 소재와 섬세한 연출력에다 주원, 주상욱, 문채원 등 젊은 연기자들의 탄탄한 연기력이 더해져 또 하나의 명품 의학 드라마의 탄생을 기대하게 하고 있다. 이쯤에서 궁금해진다. 그동안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만들었던 의학 드라마는 어떤 것들이 있었을까.

한국 메디컬 드라마의 시초격인 KBS 일요아침극 <소망> ⓒ KBS


1980년 <소망>으로 태동한 한국 메디컬 드라마

대한민국 최초의 메디컬 드라마는 1980년 KBS에서 방송 된 일요아침드라마 <소망>이었다. 이은교가 극본을 쓰고 최상현이 메가폰을 잡은 이 드라마는 주인공 닥터 리의 헌신적인 병상일지를 바탕으로 따뜻한 인간미와 감동을 전해 줘 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주연을 맡은 배우 신구는 메소드 연기의 1인자다운 출중한 연기력으로 작품의 완성도를 더해 당대 명배우로서의 명성을 다시 한 번 확인케 했다.

<소망>으로 첫 발걸음을 내딛은 한국 의학 드라마는 1984년 이정길, 송옥숙, 조형기 등이 출연한 사이코드라마 <당신>, 1988년 주현, 반효정, 김영애, 이순재 등이 출연한 KBS <제 7병동> 등으로 외연을 확장하기 시작한다. 이처럼 1980년대는 한국 메디컬 드라마가 태동하고 그 어떤 장르보다 빠르게 자리를 잡는 시기였다.

이 중 <당신>은 <호랑이 선생님><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고개 숙인 남자><궁> 등으로 유명한 황인뢰 PD의 초기작으로 실제 정신과 상담사례를 토대로 매주 다양한 에피소드를 선보여 큰 인기를 끌었다. 당시로선 생소했던 정신과 치료를 소재로 삼아 상당한 사회적 반향을 일으킨 작품이라 일각에서는 이 드라마를 진정한 한국 메디컬 드라마의 시초로 평가하기도 한다.

한방 의학을 다룬 사극까지 메디컬 드라마의 범주로 친다면 1975년 MBC에서 방송 된 일일연속극 <집념>을 첫 손에 꼽아야 한다. 이은성이 극본을 쓰고 김무생이 주연을 맡은 이 드라마는 <동의보감>을 저술한 허준의 일대기를 실감나게 그려내 대내외의 찬사를 받았다. 제 12회 백상 예술대상 TV 부문 작품상을 수상작이며 허준 역의 김무생 또한 남자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집념> 이 후, 허준은 여러 번 리메이크 되며 오랜 기간 사랑받았는데 이순재 주연의 영화 <집념>(1976), 서인석 주연의 MBC 드라마 <동의보감>(1991), 전광렬 주연의 MBC <허준>(1999), 김주혁 주연의 MBC <구암 허준>(2013)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1999년 방송 된 <허준>은 최고 시청률 64.2%(닐슨코리아 수도권 기준), 평균 시청률 53%를 기록하며 전국을 '허준 신드롬'으로 들썩이게 만든 바 있다.

한국 메디컬 드라마를 주류 장르로 편입시킨 MBC <종합병원> ⓒ MBC


1990년대 메디컬 드라마, '흥행 불패 신화' 써내려 가다

1980년대를 거쳐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한국 메디컬 드라마는 양적, 질적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그 분기점이 된 작품이 바로 1994년 방송 된 MBC <종합병원>이다. <야망의 전설><허준><상도><올인><주몽><폭풍 속으로><빛과 그림자> 등을 집필한 최완규 작가의 첫 장편 드라마로 94회 동안 방송되며 최고 시청률 42%, 평균 시청률 24.4%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웠다. 이 시청률은 지금껏 방송 된 그 어떤 메디컬 드라마도 깨지 못한 성적표다.

종합병원 의사들의 일상과 애환을 섬세한 터치로 절묘하게 포착한 이 작품은 한국 메디컬 드라마의 토대를 다지는데 크게 일조했고 이재룡, 신은경, 전광렬, 김지수, 전도연, 구본승 등 당대의 청춘스타를 배출한 등용문 노릇을 했다. 그 중에서도 숏커트와 중성적 매력을 앞세운 신은경의 활약은 발군 중 발군이어서 남자 배우들보다 여성 시청자들의 지지를 더 많이 받았을 정도였다. 

메디컬 드라마를 대중적 장르의 반열에 올려놓은 <종합병원>의 바통은 1997년 MBC <의가형제>가 이어 받았다. <행복어사전>으로 주가를 높이던 신호균 PD가 연출을, <마지막 승부>로 이미 장동건과 호흡을 맞춰 본 바 있는 김지수 작가가 집필을 맡아 연인들의 사랑, 출생의 비밀, 복수, 형제간의 우애 등을 완성도 있게 그려냈다.

작품성 뿐 아니라 흥행 면에서도 최고 수준이었다. 최고 시청률 34.7%, 평균 시청률 31.3%의 준수한 성적은 그 어디 내놔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의가형제>는 배우 장동건과 이영애의 대표작이기도 한데, 특히 장동건은 자존심 강하고 차가운 바람둥이 역할의 수형 역을 실감나게 소화 해 <마지막 승부>에서의 여리여리한 꽃미남 이미지를 완전히 털어내며 배우로서 터닝포인트를 맞았다.

1998년에는 MBC <해바라기>가 방송됐다. 최고 시청률 38.9%, 평균 시청률 32.0%를 기록하며 역대 방송 된 메디컬 드라마 중 가장 높은 평균 시청률을 자랑한 <해바라기>는 당시 유행하던 자극적인 소재와 극명한 선악구도를 철저히 배제하고 종합병원 속 사람들의 사랑과 우정, 따뜻한 인간애를 담담하고 소박하게 그려내 시청자들로부터 '착한 드라마'라는 칭찬을 받았다.

<우리들의 천국><사랑을 그대 품안에><호텔><아파트><별은 내 가슴에>의 이진석 PD가 연출을, <여고괴담><네 멋대로 해라><아일랜드>를 집필한 인정옥 작가가 극본을, 90년대 '드라마계의 여왕' 김희선과 안재욱이 주연을 맡았다. 재밌는 것은 조연이었던 차태현과 김정은이 주연들만큼 큰 사랑을 받았다는 것. 철부지 닥터 차태현과 빡빡머리 김정은의 코믹 연기는 드라마의 감초 역할을 톡톡히 했고, 이 작품으로 두 배우 모두 톱스타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한국 메디컬 드라마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MBC <하얀거탑> ⓒ MBC


<하얀거탑> 이후…리얼리티 강조, 권력 관계에 주목

1990년대 거칠 것 없는 흥행질주를 했던 메디컬 드라마는 2000년대 초반 실패를 거듭하며 침체기를 맞이했다. 2001년 방송 된 SBS <메디컬 센터>는 이승연, 감우성, 김상경 등 초호화 출연진에도 불구하고 10%대의 저조한 성적을 거뒀고, '사상의학의 대가' 이제마의 일대기를 다룬 최수종 주연의 KBS <태양인 이제마>(2002)는 초반의 폭발적 상승세와 달리 후반부로 갈수록 시청률이 떨어졌다. 메디컬 드라마 장르 자체가 슬럼프에 빠져든 것이다.

메디컬 드라마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것은 2007년 MBC <하얀거탑>의 등장과 함께였다. 1990년대 메디컬 드라마와 달리 병원 내의 권력관계와 그 속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암투, 야망을 숨기지 않는 강렬한 캐릭터를 실감나게 그려내며 신드롬을 일으켰다. 주인공 장준혁 역의 배우 김명민은 섬세한 표정연기와 날선 감정연기를 통해 당대 최고의 연기파 배우로 우뚝서며 2007년 백상예술대상 남자부문 최우수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2007년에는 <하얀거탑> 외에도 메디컬 드라마가 대거 탄생했다. '버럭범수' 열풍을 일으키며 배우 이범수를 재조명 하게 만든 SBS <외과의사 봉달희>와 조재현의 명연기와 지성, 김민정 등의 활약이 돋보인 MBC <뉴하트>가 바로 그것이다. 두 드라마는 각각 최고 시청률 24.9%, 32.0%를 기록해 메디컬 드라마의 부활을 선포하는데 큰 공헌을 했다.

<하얀거탑> 이후, 한국 메디컬 드라마는 단순히 의사와 환자 간의 이야기를 그려내는데서 벗어나 병원 내부의 문제를 심도 있게 탐구하고 다양한 인간 군상들을 등장시키며 제 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MBC <종합병원2>(2008), SBS <산부인과>(2010), KBS <브레인>(2011)을 거쳐 2012년 방송 된 MBC <골든타임>은 매니아 시청자들의 열렬한 호응을 이끌어내며 작품성과 흥행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그 흔한 러브라인 하나 없이 오롯이 병원 내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극을 구성한 <골든타임>은 메디컬 드라마의 장점만을 집대성 한 수작 중의 수작이었다. <여우야 뭐하니><파스타>의 권석장 PD가 메가폰을 잡았고, <산부인과>의 최희라 작가가 극본을 맡았으며 이선균, 황정음, 이성민, 송선미 등이 출연했다. 특히 최인혁 교수 역의 이성민은 이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주연급 배우로 발돋움하기에 이르렀다.

이처럼 한국 메디컬 드라마는 1980년 <소망>을 시작으로 최근 방송 중인 <굿닥터>에 이르기까지 지난 33년간 여러 작품을 거치며 차근차근 장르적 완성도를 높여왔다. 앞으로 남은 과제는 병원이란 한정된 공간 속에서 얼마나 더 다양한 캐릭터와 에피소드를 발굴해 낼 수 있느냐다. 지금껏 새로운 것을 갈망하는 시청자들의 요구를 받아들이며 진일보 한 메디컬 드라마인 만큼 앞으로도 진화하고 발전하는 일만 남은 셈이다.

메디컬 드라마를 만들었고, 또 만들어 갈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열정에 박수를 보내며, 한국 메디컬 드라마 장르가 뚜벅뚜벅 자신의 길을 걸어가기를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 간절히 바라본다.

메디컬 드라마 굿닥터 종합병원 하얀거탑 골든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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