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아, 들어봐.

<두근두근 내 인생>

검토 완료

한가람(rkfka4964)등록 2013.08.14 11:11
언제부턴가 글을 읽는 게 의무처럼 돼버렸다. 분명 대학생이 되기 전까지만 해도 그렇지 않았다. 그러나 대학에 온 뒤로 글은 내게 조금은 의무적인 존재가 됐다. 문예창작학과 학생이니깐……그래, 더 많이 읽어야 돼.

그 의무감으로 이 책을 집었다. 베스트셀러라는데, 꼭 읽어야겠지. 아니,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일까. 책을 읽는 내내 아름이의 삶 속으로 들어가 나는 그 아이가 되었다. 보지 않아도 아름이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었고, 보지 않아도 그 아이의 17년 인생이 어땠을지 알 수 있었다. 나도 분명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아름이와 같은 17살이었다. 그래서 나는 아름이에게 말하고 싶다.

"나는 너를 이해할 수 있어."

21살,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내가 인생 선배 아닌가. 그래서 조금은 아름이가 어려보였다. 늙음의 가면을 쓰고 있어도 분명히. 살아온 삶이 17년 밖에 안 된 아이에게서만 볼 수 있는 모습이 보였다. 신체의 아픔이 그 아이의 마음까지 갉아먹을 수는 없나보다. 아파도 설레이고, 슬프고, 소중한 사람에 대한 애정은 다른 이들과 똑같으니까.

아름이의 병에 차라리 이유가 있었다면, 그랬다면 내가 덜 답답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아파하는 아이 앞에서 의사는 말한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이라고. 저토록 깨끗한 아이에게 왜 이런 시련이 찾아온 걸까.

우리 부모님도 어린 나이에 나를 낳았기에, 나는 아름이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건지도 모른다. 내가 태어났을 때 엄마는 22살, 아빠는 24살이었다. 아름이 부모님에 비하면 많은 나이지만, 사실 17살이나 20대 초반이나 부모가 되기에 이른 나이임엔 틀림없다. 왜냐면 그 나이 땐 온전히 나 자신이 가장 소중한 존재여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아닌 다른 이를 돌봐야 한다는 건 그들에겐 엄청난 희생을 수반해야 하는 일이다. 그래서 부모는 아무리 어려도 부모의 얼굴을 하고 있다는 것.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준비가 안 된 부모에게도 아이는 축복이어야만 하는가. 작가는 무조건 그들의 편을 들지 않는다. 그 위험한 실수에는 주위의 따가운 시선이 따른다는 것을 현실적이게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길을 개척해 나가는 아름이 엄마, 아빠. 그들은 스스로 자신들의 실수를 책임지며 어른이 되고 있었다. 그 모습에까지 돌을 던질 수는 없을 테리라.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나는 깨닫고 말았다. 그래, 내가 어떻게 그 아이를 다 이해할 수 있겠는가. 13년을 병과 싸울 만큼 강인한 그 아이를……어리지만 나보다 더 강한 그 아이를 말이다. 내가 학교에서 친구들과 함께 보내던 시간. 나는 그게 당연하다 생각했다. 그 나이 또래 아이들은 모두 그럴 것이라고. 그런 착각은 철없는 10대의 특권이기도 했다. 자신에게 실패할 기회 조차 없어 실망하고 수치감을 겪는 또래가 부럽다고 하는 소년 앞에서 내가 너무 어른 행세를 했다는 생각이 든다.

혼자만의 아픔을 감내해야 했던 시간. 그 고요한 시간의 물결에 잔잔한 파동을 일으킨 한 통의 메일. 아름이에겐 칼날같이 아픈 사랑의 기억으로 남지 않을까. 그래도 아름이에게 그 기억 조차 사랑해라고, 그렇게 말해주고 싶다. 분명 그런 것들이 우리의 인생을 두근거리게 해 주니까.

그러나 진중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이서하일 수도, 아니면 이서하의 가면을 쓴 속물일 수도 있다. 돌이켜 보면 그렇게 내 이익을 위해 남을 속인 적이 빈번한 건 아닐까. 조금 두려워졌다. 내가 속인 사람이 아름이처럼 큰 상처를 받았다면, 그 상처를 내가 어떻게 보상할 수 있겠는가. 마음이 무겁다. 누군가의 찬란한 생명의 빛을 꺼뜨리는 짓은 정말 용서받지 못할 일이다.

17살에 낳은 아이가 어느새 같은 17살이 되고, 서로를 배워간다. 아니, 어쩌면 배움이라는 단어보다는 이해라는 단어가 더 어울릴 수도 있겠다. 여전히 너무나 젊은 부모와 늙은 자식. 그들의 가장 안 예쁜 시절을 나는 이 소설 속에서 잘 보았다. 제목처럼 두근두근 거리는 이야기. 보통의 사람들이 그려내는 가장 특별한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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