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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출로 뜬 클라라, '아티스트 봉만대' 눈여겨 보아야

[주장] '스플래시'와 '아티스트 봉만대' 속 성은을 통해 보는 클라라의 딜레마

13.08.24 20:39최종업데이트13.08.25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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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티스트 봉만대 성은은 에로 배우로 대중에게 이름을 날린 여배우다. 이미지 변신을 위해 개명하고 가수로 전향했지만 대중에게 성은이라는 이름은 가수 이미지보다 에로 배우의 이미지로 그를 기억한다. ⓒ 골든타이드픽처스


<남극일기>와 <헨젤과 그레텔>을 연출한 임필성 감독의 에로신은 제작자의 입장에서 볼 때 심심해도 너무나 심심하게만 보인다. 보다 자극적이고 야하게 영화를 만들어주기를 바라는 제작자의 입장에서 볼 때 역량이 한창이나 모자라 보이는 임필성 감독은 제작자 입장에서 볼 때엔 그야말로 함량 미달. 이에 제작자는 새로운 피를 수혈하기에 이르니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과 <TV 방자전>으로 '에로물'의 마에스트로 봉만대를 영입한다.

임필성이 만들어놓은 연출적인 스케치에 봉만대가 구축하는 에로적인 장면만 덧입힌다면 제작자로서는 그야말로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사람의 계획이라는 게 어디 뜻하는 대로 모두 이루어지던가. 제작자는 남성적인 시각에서 관음증적인 연출을 바라고 또 바라지만 봉만대는 제작자가 바라는 대로 노출의 콘셉트를 잡지 않는다.

여자 배우가 거부감을 일으키지 않을 수위의 노출과 콘셉트를 기획하고 제작자에게 관철한다. <아티스트 봉만대>를 보노라면 <쇼걸>을 떠올리게 만든다. 옷을 훌훌 벗어던지는 스트립걸의 세계를 마치 발레리나의 세계처럼 숭고하게 포장하고 묘사하는 영화가 <쇼걸>이다. 에로를 만듦에 있어 단순히 벗어던지는 영화가 아니라 옷을 벗어야만 하는 여자 배우를 배려하고 감안하는 세련된 연출이 어떻게 에로물 안에 녹이는가를 보여주는 영화가 <아티스트 봉만대>다.

제목에서 봉만대라는 이름 앞에 '아티스트'라는 수식어가 붙는다는 건 봉만대가 단순히 여자 배우를 남성 위주의 관음증적인 욕망의 대상, 혹은 '대상a'로 바라보도록 하는 통상적인 에로 감독과는 차별화된 콘셉트를 갖는다는 의도를 내포한다.

<아티스트 봉만대> 가운데서 봉만대가 넘어야 하는 산은 하나 둘이 아니다. 기존에 메가폰을 잡고 있던 임필성 감독의 의도적인 견제와, 욕망의 대상이 되지 않으려고 기싸움을 펼치겠다는 곽현화, 여배우와 스태프를 다른 용도로 전용하려는 제작자 등, 모든 여건이 봉만대 감독에게는 장벽으로 남는다. 이러한 장벽이 존재한다는 건 그만큼 봉만대 감독이 단순히 벗는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 아니라, 당면한 악조건 가운데서도 봉만대 자신만의 영화적인 철학을 타협하지 않겠다는 신념을 관철하게 만드는 장치로 활용된다는 걸 뜻한다.

칼로 흥한 자는 칼로 망한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노출로 뜬 여배우는 대중에게 노출 이상의 플러스 알파를 보여주지 못하면 그저 옷감이 모자라 훌훌 벗어던지는 노출 여배우로 대중에게 낙인 찍힐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낙인에도 숱한 신인 여배우들은 레드카펫을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알리기 위한 노출의 장으로 변질시키고 있는 게 사실이다.

MBC 에브리원 <무작정 패밀리 시즌3>에 출연한 당시의 클라라. ⓒ MBC


<아티스트 봉만대>의 여배우 캐릭터 가운데서 성은이 이런 사례에 속한다. 그는 분명 에로 배우로 대중에게 이름을 날린 여배우다. 이미지 변신을 위해 개명하고 가수로 전향했지만 대중에게 성은이라는 이름은 가수 이미지보다 에로 배우의 이미지로 그를 기억한다.

<아티스트 봉만대> 속 성은의 딜레마는 클라라의 딜레마와 상당히 유사하다. 힘겨운 무명 시절을 떨치기 위한 레깅스 차림의 시구는 무명 배우 클라라가 뜨기 위한 '신의 한 수'였음에 분명하다. 하지만 성은이 에로 배우라는 딱지를 털어내지 못한 것처럼 클라라는 '노출'이라는 아이콘을 덜어내지 못하고 있다. MBC에서 새롭게 신설한 예능 프로그램 <스플래시>의 제작보고회에서 신정수 PD는 "출연하는 여배우가 선정적으로 보이지 않고자 노력하겠다"는 프로그램의 취지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어제 방영된 <스플래시>는 이런 제작진의 취지와는 무색하게 클라라를 선정적인 아이콘으로 등극하기에 이른다. 다이빙을 하는 클라라에게 옆구리가 훤히 트인 수영복을 입힌다는 건 예능계의 불루칩인 클라라를 관능적인 이미지로 소모하겠다는 전략에 다름 아니다. <SNL 코리아>를 비롯하여 다방면의 TV 프로그램에 얼굴을 내밀고 있는 클라라지만 클라라는 아직까지 노출 이상의 다른 콘셉트를 대중에게 어필하지 못하고 잇는 모양새를 보여주고 있다.

만일 클라라가 지속적으로 노출의 아이콘으로만 남고 그 이상의 신의 한 수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그는 결국 <아티스트 봉만대> 속 성은의 딜레마를 뒤따라서 겪을 가능성이 높다. 에로 배우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떼기 위해 가수로 전행도 했고, 영화 가운데서 "노래도 어느 정도 한다"며 볼멘 소리를 내는 성은이었지만 결국에는 영화의 완성을 위해 수영복을 훌훌 벗어야만 했다.

노출의 아이콘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지만 다람쥐 쳇바퀴처럼 다시금 노출의 세계로 돌아오고야 마는 성은의 비애를 클라라가 답습하지 않기를 바란다면 클라라는 <아티스트 봉만대> 속 성은의 비애를 곱씹어야 할 것이다.

만일 성은의 비애를 클라라가 곱씹지 못하고 환골탈태하지 못한다면 그는 <스플래시>처럼 몸매가 강조되는 수영복을 입거나 <결혼의 여신>에서 유부남을 유혹하는 불륜녀, <SNL코리아>에서 신동엽의 혼을 빼앗을 만한 가슴골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노출의 아이콘에서 다람쥐 쳇바퀴마냥 벗어나지 못하고야 말 것이기 때문이다. 노출로 뜬 클라라가 <아티스트 봉만대> 속 성은의 딜레마를 눈여겨 보아야 할 이유가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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