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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바로 이종석과 이보영이 백허그하던 곳

[창간2주년 기획] '상암동 올레길' 드라마 투어, 그 드라마의 그 장면 속으로 모십니다

13.08.26 10:24최종업데이트13.08.26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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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암동 누리꿈 스퀘어에서 상암동 월드컵파크 아파트까지 대로가 쭉 뻗어있다. 어림잡아 길이만 해도 약 1.3km에 달한다. 차량이동이 많지 않은 만큼 도심 속 추격 장면이나 사고 장면을 찍기에 좋다. ⓒ 이선필


|오마이스타 ■취재/이선필·이미나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여름도 끝이 보이네요. 이제 곧 하늘은 높고 나는 살찌는 가을이 다가옵니다. 혹시 휴가는 다녀오셨나요? 북적거리는 인파와 때 되면 오르는 휴가철 물가. 아이스커피 한 잔이 갈비탕 한 그릇 가격에 육박하는 현실에 열 올랐을 호갱(?)님들을 모십니다.

밤낮으로 더위에 지친 분들, 창조경제다 뭐다 하지만 여전히 졸라맬 허리띠마저 없는 분들을 위해 초가을 떠나는 관광 상품 하나 준비했습니다. 이름하야 '상암동 올레길', 드라마 투어입니다. 대중 교통비와 식비만 준비하세요. 이제 여러분도 드라마 속 주인공이 될 수 있습니다.

지상파 및 케이블 인기 드라마 속 그 장소를 여러분에게 코스별로 알려드립니다. 지하철과 버스만 탈 줄 알면 모든 준비 끝! 조기 마감 없고, 바가지도 없습니다. 드라마 속 그 거리를 거닐다보면 어느새 당신 곁에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의 오수(조인성 분)와 오영(송혜교 분)이 함께 걷고, <여왕의 교실> 마 선생(고현정 분)이 성적표를 들고 뒤쫓아 오는 묘한 경험도 할 수 있습니다.

코스 1. <투윅스> 둘레길-이준기의 절절한 부성애 느껴라!

MBC 드라마 <투윅스>의 초반 탈주 장면은 상암동에 있는 스탠포드 호텔 부근에서 촬영했다. 호송차가 전복하고 그 속에서 나온 장태산(이준기 분)이 오토바이를 타고 도망가던 바로 그 장면이다. ⓒ 이선필, MBC


상암동 DMC 센터 내 스탠포드 호텔 사거리 부근은 MBC <투윅스>의 장태산(이준기 분)이 누명을 쓰고 호송되던 중 운명의 장난으로 결국 탈출을 감행한 바로 그 장소다. 뒤집어진 호송차 안에서 정신을 차린 태산은 자기 옆에 뒹굴고 있던 오토바이를 타고 쏜살같이 현장을 떠났다. 왜? 시한부 선고를 받은 딸에게 정해진 수술 날짜에 맞춰 골수 이식을 해주기 위해!

주변 정보 : 스탠포드 호텔 근처는 늘 관광객들로 붐빔. 주변을 둘러보면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자전거 대여소 이용가능(시간 당 3000원).

코스 2. 누리꿈 올레길-<너목들><상어><결혼의 여신> 여기 다 있다!

상암동 누리꿈스퀘어 비즈니스 타워 부근은 대대로 여러 작품이 점지한 명소로 유명한데,  최근엔 KBS <상어>,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 <결혼의 여신>까지 섭렵했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서 혼란스럽게 이리저리 질주하다 오토바이에 부딪힐 뻔한 박수하(이종석 분), 기억을 찾은 그가 장혜성(이보영 분)을 뒤에서 안는 모습이 촬영된 곳이다. 또 <결혼의 여신>에서는 노민정(이세영 분)이 엄마 송지선(조민수 분)을 찾아 양악수술을 하겠다고 생떼를 쓰기도 했다.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서 박수하(이종석 분)가 장혜성(이보영 분)을 뒤에서 안는 장면. ⓒ SBS


사진은 이보영-이종석이 출연한 SBS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12회 촬영 장소였던 서울 상암동 한국콘텐츠진흥원 앞. ⓒ 이정민


다양한 드라마에 등장한 이곳이야말로 '촬영지의 신'! 출·퇴근 시간을 빼고는 혼잡함이 덜하고, 공간이 넓어 회사 신을 촬영하기에 적절하다는 게 최대의 장점. 또한 누리꿈스퀘어 내부는 화이트 톤의 바닥과 벽으로 돼 있어 배우들의 의상과 표정을 더욱 생동감 있게 살려주며, 높은 천장은 배우들의 목소리를 한층 크게 만들어 준다.

건물 근처 인도 또한 폭이 넓어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서처럼 서로 근처에서 통화하고 있다 해도 그 소리가 잘 안 들릴 정도. '너의 목소리가 잘 안들려!'인 상황에서, 드라마틱한 장면 연출에 최적의 장소다.

다만 정부가 만든 건물이라 정부가 정한 적정 온도를 지켜야 하는 만큼, 무더운 여름이나 매우 추운 겨울엔 쾌적한 촬영 환경이 보장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은 유의하자. 또 그간 많은 드라마에서 단골로 등장한 공간인 탓에 다소 식상할 수도 있겠다.

SBS <결혼의 여신> 15회의 한 장면 ⓒ SBS


사진은 SBS 드라마 <결혼의 여신>의 15회 촬영 장소였던 서울 상암동 누리꿈스퀘어 로비. 오마이뉴스가 입주해 있는 빌딩이다. ⓒ 이정민


주변 정보 : 누리꿈스퀘어 지하1층 다수의 음식점과 카페 입점. 푸드코트 이용가능. 누리꿈스퀘어 사거리에 한정식 집, 둘이 먹다 둘 다 입 덴다는 순댓국집 등이 있음. 또, 반경 500미터 내에 시민을 위한 야외 공연장도 있다.

코스 3. <여왕의 교실> 등굣길-동심에 찬물 끼얹는 마 선생을 만나자

상암동 인근에 위치한 상암교. 저 멀리 마포구청 청사가 보인다. 누구나 학창시절은 있다.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도 있다. 순수했다고 믿었던 그 시절. 당신에겐 마 선생(고현정 분)같은 존재는 없었는가.

<여왕의 교실> 오동구(천보근 분)가 단짝 심하나(김향기 분)를 위해 복수하던 통쾌함을 이 장소에서 느끼자. 동시에 학교 가기가 그렇게도 싫었던 아이들의 심경을 다시 한 번 되새기며 현 정부의 교육정책과 나아가 세계 평화를 고민해보자.

MBC 드라마 <여왕의 교실> 6화에 나왔던 오동구(천보근 분)의 복수 장면은 바로 상암동 인근 홍제천에서 촬영했다. 이 장면 뿐만 아니라 드라마 속 아이들의 등교와 하교 장면이 바로 이곳 홍제천 쪽에서 촬영됐다. ⓒ 이선필, MBC




주변 정보 : 상암교에서 보이는 홍제천으로 내려갈 수 있다. <여왕의 교실> 아이들이 걸었던 바로 그 길이다. 연인과 함께 시원한 저녁 무렵 걷는 걸 추천하며, 솔로라면 트레이닝복을 입고 뛰거나 자전거 타기를 추천한다. 주변에 월드컵 경기장이 있어 2002년의 감동을 새삼 느끼기에도 좋다.

코스 4. CJ E&M 특별관-연예인을 만날지도 몰라

상암동에 위치한 CJ E&M은 계열 방송사들의 주 촬영장소로 이용되기도 한다. CJ E&M 내부 및 근처 공원이 주 무대다. 최근 방영 중인 <환상거탑>과 <몬스터>가 대표적 예. 출장비도 아끼고 쾌적한 장소도 제공 가능하니, 한 마디로 일석이조에 도랑치고 가재 잡는 격이다.

이 곳의 장점은 실제 방송국을 활용해 리얼리티를 살린 촬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몬스타>에서도 올포원과의 마지막 대결을 앞둔 아이돌 스타 윤설찬(용준형 분)이 자신이 좋아하는 단 하나의 '소녀' 민세이(하연수 분)를 찾아 헤매는 장면이 바로 이곳에서 촬영됐다.

특히 목요일에는 <엠카운트다운> 입장을 기다리는 소녀 팬 및 해외 여성 팬들의 끝없는 줄을 만날 수 있다. 운이 좋다면, 스케줄을 위해 인근에 돌아다니는 연예인들도 목격할 수 있다. 

상암동에 위치한 CJ E&M 사옥 부근. 이곳에선 종종 tvN 드라마나 예능 프로의 촬영이 이뤄진다. 매주 목요일엔 음악 방송을 보러온 다수의 학생과 해외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 이선필


주변 정보 : 이곳 사람들에게 소위 '읍내'라고 불리는 곳이 있음. 지하철 역 방향으로 걷다 보면 골목마다 각종 음식점들이 입점. 이 중엔 맛집으로 소문난 곳도 있으니 인터넷 검색 찬스는 필수.

코스 5. 상암로 질주 코스-시원한 직선 도로를 만끽하라!

상암동 DMC 홍보관 앞 정류장, 그리고 그곳에서 도로를 따라 500미터 반경 내에 위치한 상암고등학교 정류장 일대는 바로 <직장의 신>과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 등장한 곳이다.

이곳의 최대 장점은 바로 공간! 10여명이 함께 걸어도 될 만큼 널찍한 인도를 자랑하며, 차도 역시 여자 주인공을 쫓아가려는 남자 주인공이 질주해도 될 정도로 넓은 8차선이다. 그래서일까.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선 지관 친구들과 피자를 먹으러 가는 오영(송혜교 분), 그리고 그를 발견하고 뒤를 쫓는 오수(조인성 분)의 모습은 바로 이 곳을 배경으로 했다.

ⓒ SBS


SBS <그 겨울, 바람이 분다> 15회의 한 장면 ⓒ SBS


사진은 조인성-송혜교가 출연한 SBS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의 15회 촬영 장소였던 서울 상암동 상암고등학교 정류장 인근. ⓒ 이정민


또한 운전이 서툰 연기자라도 이곳에서는 절로 베스트 드라이버가 된다! 주말이면 유동 차량도 적기에 면허만 있으면 연출에 따라 스피드 레이서도 될 수 있다. <직장의 신>에서 '김기사'로 변신한 미스김(김혜수 분)이 중요한 계약서가 담긴 사물함 열쇠를 전달해야 하는 금빛나(전혜빈 분)와 정주리(정유미 분)를 '폭풍 정차'로 내려준 곳이 바로 이곳이다.

또 심야 촬영 시 주변 빌딩에서 야근하는 이들이 제공하는 조명은 덤으로, 로맨틱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직장의 신>에서 감기에 걸린 미스김에게 장규직(오지호 분)이 슬쩍 어깨를 내어주고, 계약직인 정주리에게 우리의 무정한(이희준 분)이 다정한 말을 건네고 그 답례로 건강식품을 받은 곳도 바로 이 곳의 로맨틱한 분위기 덕분.

KBS 2TV <직장의 신> 8회의 한 장면 ⓒ KBS


사진은 김혜수-오지호가 출연한 KBS 2TV드라마 <직장의 신>의 8회 촬영 장소였던 서울 상암동 서울DMC홍보관 버스정류장. ⓒ 이정민


주변 정보 : 직선도로를 따라 달리자. 어느새 당신은 경기도 일산, 행주산성, 자유로에 이르러 환호를 지르고 있을 것이다.

왜 하필 '상암동'일까?

많은 드라마와 영화 촬영에서 장소 선택은 극의 분위기를 담아내는 만큼 중요한 요인 중 하나다. 물론 장소를 택하는 기준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특히나 상암동을 찾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었다.

우선 고층 빌딩이 많은 데에 비해 주말 교통량이 적다는 점! 드라마에서 심심찮게 나오는 도심 장면을 그만큼 쉽게 촬영할 수 있다. 교통 통제도 쉽고 인파도 적기 때문에 촬영에는 그만큼 유리한 것. <투윅스>가 바로 도심 속 사고 및 도주 장면을 위해 이곳을 찾은 이유도 그와 같았다.

두 번째, 개발되지 않은 주택가 및 골목길이 많다는 게 장점이다. 상암동엔 고층 건물과 별도로 주민들이 사는 동네 중에 서민의 삶을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숨은 장소가 많다. <상어>에서 박원상이 맡았던 변방진 형사가 살던 집도 바로 상암동에서 촬영했다. 검소한 형사의 성격을 보여주는 장소로는 최고였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었다. <여왕의 교실> 경우엔 홍제천이 있고 주변에 학교가 있기에 아이들의 등교 모습을 담기에 수월할 수 있었다.

단, 무조건 촬영만 하면 되는 게 아니다. 촬영 시 하천 이용이나 교통 통제를 위해선 마포구청이나 마포 경찰서에 사전 신고를 해야 한다. 도로 파손 및 하천 오염에 대한 보상을 해야할 수도 있기 때문. 한 드라마 섭외 관계자는 "이제 슬슬 상암동도 촬영이 까다로워지고 있다"며 "그럼에도 파주나 일산보다는 여전히 좋은 여건인 건 맞다. 앞으로도 많은 작품들을 이곳에서 촬영할 것 같다"고 전했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 투윅스 직장의 신 여왕의 교실 상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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