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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바꼭질>, 영리하고도 기민하다

[리뷰] 절묘한 설정이 돋보이는 스릴러 <숨바꼭질>

13.08.26 11:14최종업데이트13.08.26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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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바꼭질' 포스터 ⓒ NEW

영화 <숨바꼭질>은 단순한 스릴러가 아니다.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누구나 자유롭지 못한 주택 문제라는 맥락에 대한 정확한 분석을 기반으로, 소름이 끼칠 정도로 영리하고도 기민한 설정과 스토리를 풀어내는 영화다. 반전에 대한 자기 확신으로 전개를 강제로 끌어가지도 않으며, 모든 것이 전체적인 틀에 녹아들게끔 멋진 서사를 써 낸다.

사회 현실에 대한 비판적 메시지를 담으면서도, 그것을 무리하게 주입시키기보다는 담담한 태도를 유지하여 길게 생각할 만한 여운을 남겨 주는 것도 큰 매력이다. 개봉과 동시에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고, 개봉 5일 만에 손익분기점인 200만 명, 개봉 10일 만에 300만 명을 돌파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영화의 여백은 관객들의 몫

주인공인 성수(손현주 분)는 경기도 일산에 있는 고급 아파트에서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는 평범한 중산층에 속한다. 어릴 때 한 가정에 입양되어 자란 그에게는 형이 한 명 있었고, 그는 오랜 시간이 지난 시점에도 과거에 형에게 저지른 잘못으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안고 살아간다. 단란하게 살아가던 성수의 가정을 흔들어 놓은 것은, 바로 다 쓰러져 가는 철거 직전의 아파트에 살던 형의 실종 소식이 전해지면서부터다.

형이 산다는 그 곳에서는 남의 집에 몰래 숨어 살며, 결국에는 집 주인을 제거하고 집을 차지한다는 누군가에 대한 소문이 있었는데, 형의 짐을 대신 빼 달라는 소식을 듣고 그 아파트에 달려가게 되는 성수는 그 소문의 주인공을 자신의 형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성수의 이러한 판단으로 인해, 결국 그 비극은 자신이 살고 있는 일산의 아파트에까지 옮겨 붙어 버리고 만다.

영화는 현재 살고 있는 집을 빼앗기고도 충분히 다른 집으로 이사 갈 수 있는 성수의 가족과 후에 정체가 밝혀진 악인의 가족에 대해 시종일관 냉정한 시각을 유지한다. 양쪽 모두에 어린 아이를 배치시킨 것에서도 알 수 있는데, 어느 쪽으로도 강제로 감정을 유도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모든 판단은 영화의 관객에게로 전가된다. 그 여백을 채워 넣는 것은 철저히 관객들의 몫인데, 거기에 이 영화의 묘미가 있다.

성수의 가족이 그리는 모습에서는, 항상 자신들이 가진 것을 지키기 위해 애쓰면서도 불안할 수밖에 없는 우리 시대의 슬픈 중산층의 현실을 읽을 수 있다. 그리고 사회의 병리에서 비롯된 악인의 집착과 범죄는, 공포와 분노를 자극함과 동시에 일종의 연민과 안쓰러움도 소환한다. 그 행각은 사이코패스를 연상시킬 정도지만, 집에 대한 광적인 집착으로 울부짖을 때는, 절묘한 공감으로 인한 슬픔이 차오른다.

오히려 더 절묘한 설정이었다

겉으로만 보면 중산층을 피해자로, 빈곤층을 가해자로 그렸다고도 볼 수 있기에, 여기에 대해 일종의 '불편함'을 느끼는 관객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러한 포맷을 사용함으로 인해, 내 집 하나 마련하는 것이 머나먼 꿈과 같은 일로 다가오는 사람들의 분노와 그들에 대한 연민을 오히려 가장 원형 그대로 담아내고 자극한 영화라고도 볼 수 있다. 도움이 필요한 처지에 있는 자를 도리어 악인으로 설정하여, 필요한 메시지를 제한 없이 마음껏 발산할 기회를 부여했기 때문이다.

물론 아쉬운 점도 많이 보이는 영화다. 뼈대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디테일들이 서로 맞물리지 않는 지점이 많다. 아예 관련 내용 자체를 삭제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을 끌어내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이 정도로 영리하고도 기민한 설정으로 뭉친 탄탄한 시나리오를 갖춘 영화를 만나보는 것은 참 쉽지 않은 일이다. 이것이 만만치 않은 경쟁작들의 틈바구니 속에서도 <숨바꼭질>이 선전하는 이유이다.

숨바꼭질 허정 손현주 문정희 전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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