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포괄위임금지원칙 어긴 법률은 무효"

[헌법 이야기] 국민 권리와 의무에 관한 중요한 사항은 국회가 직접 규율해야

등록 2013.08.31 16:45수정 2013.08.31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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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는 29일 노동부장관은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고용안정과 직업능력개발 사업 지원을 받은 자 또는 받으려는 자에게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그 지원을 제한하거나 이미 지원된 것의 반환을 명하도록 규정한 고용보험법 규정은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배되어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선고했다.

헌법재판소가 위헌 선언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는 지원금의 부당수령자에 대한 제재의 목적으로 '이미 지원된 것의 반환'과는 별도로 '지원을 제한'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지원 제한에 대하여는 제한의 범위나 기간 등에 관하여 기본적 사항도 법률에 규정하지 아니한 채 이를 대통령령에 포괄적으로 위임하고 있다.

고용보험법의 목적과 규정내용, 고용안정과 직업능력개발사업의 취지, 지원금의 종류와 내용과 같은 내용을 체계적이고 유기적으로 종합하여 살펴보아도, 일반인으로 하여금 어떤 방식으로, 어느 기간이나 정도의 범위에서 지원금의 지급이 제한되고 그 지급제한기간 동안 지원받은 금액 중 얼마까지 반환하여야 하는지 그 대강의 내용을 법률에서 전혀 예측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는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반된다."

현대국가에서는 행정권의 역할 강화와 함께 신속하고 전문적인 규범적 대응의 요청에 따라 위임입법이 크게 증대되고 있다. 그러나 위임입법의 필요성을 인정하더라도 이는 의회주의, 권력분립의 원리, 법치주의 원리와 같은 헌법 가치를 훼손시킬 수 있다. 그래서 행정입법에 대한 통제 필요성도 강하게 요구된다.

헌법 제75조는 '대통령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에 관하여만 발할 수 있다'고 한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국민 권리와 의무에 관한 본질적이고 중요한 사항은 국회가 직접 규율하여야 한다. 위임을 하는 경우에는 위임의 필요성과 예측가능성이 확보되어야 한다는 관점에서 위임입법에 대한 위헌심사기준을 정립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초기부터 이러한 헌법현실을 헌법의 규범취지에 맞추기 위하여 '위임의 구체성과 명확성', '위임내용에 대한 예측가능성'과 같은 심사기준을 정립하고, 이를 통해서 헌법위반 여부를 심사하고있다.


이번 헌법재판소 결정 취지는 국민이 지닌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할 경우에는 의회가 제정한 법률에 근거해야함을 확인한 결정이다. 그리고 명령이나 규칙과 같은 행정입법을 제정할 경우에는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에 관하여만 제정해야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에는 헌법재판소 심사로 그 법률이나 행정입법이 무효가 될 수 있음을 확인한 사안이다.
덧붙이는 글 여경수 기자는 헌법 연구가입니다. 지은 책으로 생활 헌법(좋은땅, 2013)이 있습니다.
#헌법재판소 #포괄위임입법금지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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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힘이 되는 생활 헌법(좋은땅 출판사) 저자, 헌법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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