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의원 체포동의안 가결... 찬성 258표 반대 14표

[현장-국회] 황교안 "녹취록 짜깁기 없다"... 이석기 "체포동의안 처리는 야만"

등록 2013.09.04 13:02수정 2013.09.04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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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최경준 이주연 박소희 기자
사진: 남소연 유성호 이희훈 기자

a '체포동의안 가결' 이석기 손 잡는 이정희 내란음모 혐의를 받고 있는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이 4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이 의원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뒤 국회를 나서며 이정희 대표의 격려를 받고 있다.

'체포동의안 가결' 이석기 손 잡는 이정희 내란음모 혐의를 받고 있는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이 4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이 의원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뒤 국회를 나서며 이정희 대표의 격려를 받고 있다. ⓒ 남소연


a 주먹 불끈 이석기, "국정원 공화국에 맞서겠다" 내란음모 혐의를 받고 있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4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자신의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뒤 국회 앞에 모인 당원들에게 주먹을 쥐어보이며 답례인사를 하고 있다.

주먹 불끈 이석기, "국정원 공화국에 맞서겠다" 내란음모 혐의를 받고 있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4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자신의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뒤 국회 앞에 모인 당원들에게 주먹을 쥐어보이며 답례인사를 하고 있다. ⓒ 유성호


[4신 대체: 4일 오후 5시 8분]
이석기 체포동의안 가결... 찬성 258, 반대 14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압도적인 찬성으로 가결됐다. 4일 오후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이석기 체포동의안에 대해 무기명 투표를 실시, 재석 289명 중 찬성 258표, 반대 14표, 기권 11표, 무효 6표로 가결 시켰다.

이는 역대 12번째 현역 국회의원 체포동의안 가결로 기록됐다. 1948년 제헌국회 이후 19대 국회까지 제출된 체포동의안은 모두 52건이며 이 중 약 21%에 해당하는 11건이 가결됐다. 11건의 가결 사례는 국가보안법 위반 및 개인 비리 혐의가 대부분이다. 내란 음모 혐의가 적용된 것은 이석기 의원 체포동의안이 처음이다.

찬성표가 250표를 넘은 것도 이례적이다. 국회의원의 정수가 270명을 넘어선 1980년대 이후로 체포동의안에 대해 찬성표가 200표 이상 나온 것은 처음이다. 이날 이석기 체포동의안에 대한 찬성표는 헌정사상 최다득표인 셈이다.

반면 반대와 기권이 각각 14표, 11표가 나온 것도 예상보다 많다는 분위기다. 이날 본회의에 앞서 127석의 민주당과 5석의 정의당 모두 찬성 당론을 정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6석인 진보당 의원들이 모두 반대표를 던졌다고 감안할 경우, 19표가 당론에서 이탈한 셈이다.

이날 본회의가 끝난 직후, 진보당 김선동·이상규·김미희·김재연 의원은 "내란음모 조작, 국정원 해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단상에서 침묵 시위를 벌였다. 이석기 의원은 자신의 자리에서 일어나 담담한 표정으로 시위를 지켜봤다. 이석기 의원은 자신의 체포동의안 통과에 대해 "국정원의 정치가 시작됐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날 체포동의안이 가결됨에 따라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석기 의원은 법원에 출석,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아야 한다.


김진태 "이석기는 대한민국의 적"... 황교안 "녹취록 편집-짜깁기 없다"

a 이석기 체포동의요청 이유 밝힌 황교안 내란음모 혐의를 받고 있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4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이날 본회의에 출석해 정부의 체포동의요청 이유를 설명한 황교안 법무부장관과 이석기 의원이 회의장에서 스치고 있다.

이석기 체포동의요청 이유 밝힌 황교안 내란음모 혐의를 받고 있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4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이날 본회의에 출석해 정부의 체포동의요청 이유를 설명한 황교안 법무부장관과 이석기 의원이 회의장에서 스치고 있다. ⓒ 남소연


투표에 앞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여야 의원 2명의 질의가 있었다. 특히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내란음모죄 혐의를 받고 있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을 "대한민국의 적"이라고 표현했다. 또 "오늘 이석기 의원 체포동의안이 처리되면, 이 의원 한 사람은 죽을지 몰라도 대한민국 국회와 대한민국은 살 수 있다"며 체포동의안 가결을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이석기 의원 체포동의안 관련 질의에서 이석기 의원을 두고 "대한민국의 적", "피의자"라는 표현을 써가며 '종북세력'이라고 못박았다. 그는 "저는 이석기 피의자를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으로 인정한 적이 없다, 그 흔한 악수 한 번 한 적이 없다"며 "대한민국의 적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또 "대한민국에서 종북세력을 뿌리 뽑는 데 여야 의원 모두가 당리당략, 정파를 떠나 힘을 모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지난 8월 30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자신은 "이번 사건이 있기 전부터 통합진보당은 해산해야 된다고 생각한 사람"이라며 "(진보당은) 우리나라 헌법이 정하고 있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포함되기 힘든 정당"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4일에도 진보당의 해산을 주장하며 황교안 법무부 장관에게 의견을 물었다. 황 장관은 "검토해 보겠다"고만 답했다.

한편 황 장관은 '5월 모임에서 이석기 의원은 총기에 대해 말한 적이 없고 오히려 총이나 칼을 갖고 다니지 말라고 말했다, 국정원 녹취록은 편집·짜깁기됐다'는 진보당 쪽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진보당 쪽 주장은) 제가 알고 있는 내용과 다른 것으로 안다, 분명히 '(국정원 녹취록에) 편집과 짜깁기는 없다'는 보고를 들었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 수사와 재판 등을 통해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면서도 이석기 의원 등의 내란음모죄 혐의 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황 장관은 "명백한 건, (RO가) 주체사상을 지도이념으로 남한사회 변혁운동을 전개하고 주체사상을 전파한다는 점이며 결과적으로 한반도를 북한식 사회주의로 체제를 바꾸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보고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황 장관은 이석기 의원의 지하조직으로 알려진 'RO'의 결성시기와 인원 등은 "계속 수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이상규 진보당 의원은 "결성 시기와 장소·인원 없이 (조직의) 탄생이 가능하겠냐"며 "유령조직이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아이들까지 데려와서 뛰어노는 비밀 조직을 봤냐, 130명 당원이 얼굴을 맞대고… 그게 비밀 조직이냐, 다원 토론 자리"라고 강조했다.

그는 "진보당에 부족한 점이 있고 (5월 모임에서) 일부 발언이 부적절하다고 국민이 지적할 수 있다"며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 김대중 대통령에게 씌웠던 내란 음모죄는 너무하지 않냐"며 "유신의 망령을 다시 불러들이는 일에 국회가 거수기 노릇을 할 수는 없다"고 했다.

[3신 : 4일 오후 4시 13분]
이석기 "내란음모 날조하는 국정원이 범죄자"

a '체포동의안 가결' 굳은 표정의 이석기 내란음모 혐의를 받고 있는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4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된 뒤 이석기, 김선동, 오병윤, 이상규, 김미희 의원이 굳은 표정으로 국회 본청을 나서고 있다.

'체포동의안 가결' 굳은 표정의 이석기 내란음모 혐의를 받고 있는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4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된 뒤 이석기, 김선동, 오병윤, 이상규, 김미희 의원이 굳은 표정으로 국회 본청을 나서고 있다. ⓒ 남소연


4일 오후 3시 54분,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석기 체포동의안에 대한 표결이 시작됐다. 앞서 강창희 국회의장은 이날 오후 3시 30분경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안건으로 상정했다.

이어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나와 체포동의요구서를 제출한 이유를 설명했다. 황 장관은 "이석기 의원이 지하조직 이른바 'RO'의 총책"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석기 의원은 주체사상을 지도이념으로 남한사회 체제변혁을 목적으로 하는 지하혁명조직 RO를 결성해 총책으로 활동해 왔다"며 "북한이 2012년 장거리로켓 발사 시작으로 비핵화 포기선언, 핵실험을 거쳐 전쟁을 고조시키려 하자 2013년 조직원들에게 '전쟁도발에 호응해 물리적 기술적 준비를 하자'고 선동하고 주요 기간시설을 파괴하는 방안을 강구해 내란을 음모했다"고 설명했다.

황 장관은 "이 의원은 RO 총책으로서 조직원들과의 접촉을 통해 RO 실체를 규명하려는 수사기관 활동을 방해할 우려가 높은 점, 그에 상응하는 엄중한 형사처벌이 불가피할 걸로 예상되는 점 등을 종합 고려해 이석기 의원에게 증거 인멸하거나 도주할 염려 등 구속사유가 충분하다 판단했다"고 말했다.

a 회의장 못들어간 이정희, 스마트폰으로... 4일 오후 국회에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이 진행중인 가운데, 국회 본청 앞 단식농성 중인 이정희 대표가 한 당직자와 함께 스마트폰으로 표결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회의장 못들어간 이정희, 스마트폰으로... 4일 오후 국회에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이 진행중인 가운데, 국회 본청 앞 단식농성 중인 이정희 대표가 한 당직자와 함께 스마트폰으로 표결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 이희훈


당사자인 이석기 의원의 신상발언이 이어졌다. 이석기 의원은 "지난 8월 28일부터 꼬박 일 주일 동안, 국가정보원은 저에게 '내란음모'라는 무시무시한 혐의를 씌워놓고, 보수언론을 총동원하여 중세기적인 마녀사냥을 벌였다"며 "저에 대한 혐의 입증 여부와 무관하게, 민의의 전당 국회에서 체포동의안 처리라는 비이성적 야만이 속전속결로 진행되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 의원은 또 "국정원은 수사관 100여 명을 투입하여 꼬박 3일간에 걸쳐 제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지만, 내란음모를 입증할 증거 한 조각 찾아내지 못했다"며 "심지어 제 보좌관에 대해 국정원-경찰 합동 압수수색에서 찾아낸 증거물이 고작 티셔츠 한 장이었다"고 반박했다.

이 의원은 "민주와 통일의 길에 일생을 바친 저와 진보당 당원들은 모두 무죄"라며 "내란음모를 날조하는 국정원이야말로 역사의 범죄자들"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저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꼭 부결시켜 달라"며 "그리하여 민주주의가 살아있음을, 정의가 숨 쉬고 있음을 당당하게 밝혀 주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a 표결 결과 기다리는 이석기 '초조' 내란음모 혐의를 받고 있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4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이날 본회의에 참석해 표결 결과를 기다리는 이 의원이 다소 초조한 표정을 짓고 있다.

표결 결과 기다리는 이석기 '초조' 내란음모 혐의를 받고 있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4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이날 본회의에 참석해 표결 결과를 기다리는 이 의원이 다소 초조한 표정을 짓고 있다. ⓒ 남소연


다음은 황교안 장관이 밝힌 체포동의요구서 제출 이유와 이석기 의원의 신상발언 전문이다.

[체포동의요구서 제출 이유]

법무부 장관입니다.

지금부터 정부를 대표하여 통합진보당 소속 국회의원 이석기에 대한 체포동의 요청 이유를 설명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석기 의원은 주체사상을 지도이념으로 남한사회 체제변혁을 목적으로 한다고 하는 지하혁명 조직, 이른바 RO를 결성하여 총책으로 활동하여 오던 중에 북한이 2012년 12월 장거리 로켓 발사를 시작으로 2013년 1월 한반도 비핵화 포기선언, 2월 제3차 핵실험 등을 거쳐3월 4일 정전협정 백지화를 선언하는 등 전쟁 분위기를 고조시켜가자 2013년 5월경 조직원들에게 북한의 전쟁 도발에 호응하여 물리적, 기술적 준비를 해야 한다고 선동하고 주요기간시설 타격 등 폭동을 일으키는 방안을 강구하여 내란을 음모하였습니다.

또한 2012년 3월경부터2012년 8월경까지 RO조직원들이 참가하는 각종 행사에서 반국가단체인 북한의 혁명노선을 찬양하는 혁명동지가, 적기가 등을 제창하였고 북한을 찬양 동조하는 발언 강연을 하는 등 국가보안법을 위반하였다는 범죄혐의로 현재 국가정보원에서 수사 중에 있습니다.

형법상 내란죄라고 하는 것은 국토를 참절하거나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폭동하는 것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내란음모는 내란죄의 실행의 계획 및 내용에 관하여 두 사람 이상이 서로 통모 합의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실행계획의 세부에 이르기까지 모의할 필요는 없다는 이대법원의 판례입니다.

내란선동은 타인에게 자극을 주어 내란실행을 결의하게 하거나 또는 이미 존재하는 결의를 촉구하는 등 내란에 대해 고무적 자극을 주는 일체의 언동을 말하는 것입니다.

국가보안법상 이적동조는 국가의 존립 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을 알면서도 반국가단체 등의 평등을 찬양, 고무, 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는 경우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국가정보원은 본 사건에 대해 약 3년여에 걸쳐 면밀한 내사와 수사를 진행하여 온 결과 참고인 등의 진술, 각종 비밀 회합에서 이석기 의원 및 관련자들이 발언한 내용, 이 사건과 관련하여 압수된 각종 문건, USB메모리에 수록된 자료 등 제반증거 자료에 의해 이석기 의원에 대한 이 사건 내란음모 이적 동조 등의 범죄혐의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검찰은 국가정보원으로부터 이석기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을 받은 후확보된 각종 증거자료를 면밀하게 분석하는 한편 다각도로 법리검토를 진행하여 왔습니다.

a '체포동의안 가결' 굳은 표정의 이석기 내란음모 혐의를 받고 있는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이 4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이 의원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뒤 수많은 취재진에 둘러싸인 채 국회 본청을 나서고 있다.

'체포동의안 가결' 굳은 표정의 이석기 내란음모 혐의를 받고 있는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이 4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이 의원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뒤 수많은 취재진에 둘러싸인 채 국회 본청을 나서고 있다. ⓒ 남소연


[이석기 의원 신상발언]

사랑하는 국민여러분 통합진보당 이석기입니다.

얼마나 놀라셨습니까. 저 역시 참담한 심정입니다.

지난 8월 28일부터 꼬박 일주일 동안, 국가정보원은 저에게 '내란음모'라는 무시무시한 혐의를 씌워놓고, 보수언론을 총동원하여 중세기적인 마녀사냥을 벌였습니다. 저에 대한 혐의 입증 여부와 무관하게, 민의의 전당 국회에서 체포동의안 처리라는 비이성적 야만이 속전속결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국정원은 수사관 100여명을 투입하여 꼬박 3일간에 걸쳐 제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지만, '내란음모'를 입증할 증거 한 조각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제 보좌관에 대해 국정원-경찰 합동 압수수색에서 찾아낸 증거물이 고작 티셔츠 한 장이었습니다.

카톨릭의 '절두산 성지'라고 한 저의 말이, 소위 '국정원 녹취록'에서 '결전성지'로 둔갑하였습니다. 청중들의 발표를 듣고, "총 구하러 다니지 마시라, 칼 가지고 다니지 마시라"는 당부의 말이 총기 지시로 왜곡되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국정원이 뒤집어씌운 '내란음모'의 실체적 진실입니다. 애초부터 목적은 내란음모 수사가 아니었습니다. 단 하나의 증거도 없는 혐의 조작과 여론재판, 이것이 21세기 대명천지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현실이 놀랍고도 충격적입니다.

미국의 <뉴욕 타임스>는, 이번 저에 대한 내란음모죄 수사를 유신 시대 정치적 반대자들에 대한 탄압과 비교해 보도했습니다. "국정원이, 대선 연루 사건으로부터 관심을 돌리기 위해 마녀사냥에 기대고 있다. 박정희 정권 시절, 반체제 인사들이 비슷한 종류의 혐의로 재판도 없이 고문당하고 때론 처형당했다"며 폭로하고 비판했습니다.

사랑하는 국민여러분,

저는 국회 등원 이후 초선 의원으로서는 감내하기 어려운 중상 모함과 정치적 박해를 받아왔습니다. 부정경선의 장본인인 것처럼 매도되어, 검찰의 먼지털이 수사와 보수언론의 집중포화로 여론재판의 도마에 올라야 하였습니다. 결국 무혐의로 기소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이제 와서 국정원은 저에게 내란음모라는 어마어마한 올가미를 씌우고 있습니다. 독재정권이 정치적 반대자를 제거하기 위해, 민주주의를 짓밟기 위해 휘둘렀던 '내란음모'의 흉기가 2013년 오늘, 저와 진보당의 목을 겨누고 있습니다.

그러나, 역대 독재정권이 조작했던 내란음모 사건들은 단 한 건의 예외도 없이 모두 재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습니다. 불과 몇 달만 지나면 무죄판결로 끝나고 말, 저에 대한 내란음모 조작에 국회가 동조하는 것은, 역사에 두고두고 씻을 수 없는 과오로 기록될 것입니다.

"민족의 미래는 자주에 달렸다." 이것은 정치인으로서 확고한 저의 소신입니다. 잠시 동안 저를 가둘 수는 있지만, 자주와 평화로 나아가는 우리 민족의 발걸음은 결코 멈춰 세울 수 없을 것입니다.

존경하는 선배 동료 의원 여러분,

오늘 저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단지, 제 개인에 대한 박해가 결코 아닙니다. 이 나라 정당정치와 의회민주주의에 대한 체포동의안이며, 진보정치에 대한 체포동의안입니다. 결코 있어서는 안 될 반민주 반역사적인 동의안입니다.

이 자리에서 처리되어야 할 것은, 국정원의 대선개입 국기문란사건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지, 저에 대한 야만적인 사상검증이 아닙니다.

민주와 통일의 길에 일생을 바친 저와 진보당 당원들은 모두 무죄입니다. '내란음모'를 날조하는 국정원이야말로 역사의 범죄자들입니다. 저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꼭 부결시켜주십시오. 그리하여 민주주의가 살아있음을, 정의가 숨 쉬고 있음을 당당하게 밝혀 주시길 바랍니다. 오욕의 역사가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용기 있게 나서 주시길 간절히 요청 드립니다.

끝까지 경청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2신 : 4일 오후 3시 20분]
피켓 반입하려다 실패한 김재연, 빈손으로 국회 입장 

a 국회 경위들에 끌려나오는 김미희 내란음모 혐의를 받고 있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4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지자, 연단에 올라 이에 대한 부당함을 호소하던 김미희 의원이 국회 경위들에 끌려 나오고 있다.

국회 경위들에 끌려나오는 김미희 내란음모 혐의를 받고 있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4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지자, 연단에 올라 이에 대한 부당함을 호소하던 김미희 의원이 국회 경위들에 끌려 나오고 있다. ⓒ 남소연


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이 4일 오후 '이석기 체포동의안' 처리가 예정된 국회 본회의장에 피켓을 가지고 들여가려다가 국회 방호원들에게 압수를 당했다. 10개로 나뉜 피켓에는 "체포동의안 반대합니다"라는 글자가 각각 새겨져 있었다.

김재연 의원은 이날 오후 2시 50분경, 이석기 의원 등과 함께 국회 본관까지 들어왔다. 그러나 이석기 의원 등은 본회의장으로 들어갔지만, 김 의원은 본회의장 앞에 멈춰 섰다. 본회의장 앞은 이미 국회 방호원 수십 명에 의해 통로 등이 바리케이드로 통제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김 의원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국회 방호원들이 만들어놓은 바리케이드 너머로 당직자로부터 피켓을 슬쩍 받아들었다. 다시 주위를 살핀 김 의원은 곧바로 본회의장 입구로 걸어 들어갔다.

그러나 회의장 입구를 지키고 있던 방호원들이 김 의원 앞을 막아섰다. 방호원들은 "회의와 관련이 없는 물품은 반입이 금지된다"며 김 의원을 저지했다. 김 의원은 "무슨 권리로 국회의원의 물품이 회의와 관계가 있는지 없는지 판단하느냐"며 강하게 항의했다. 결국 김 의원은 먼저 회의장으로 들어간 김선동·김미희 의원 등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김미희 의원이 방호원과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 김재연 의원은 방호원 뒤편에 있던 김선동 의원에게 피켓을 던졌다. 그러나 피켓은 중간에 있던 국회 방호원의 손에 들어갔고, 이 방호원은 피켓을 품에 안고 급히 회의장 밖으로 빠져나갔다. 김미희 의원 등은 "이게 무슨 짓이냐? 대한민국 국회가 30년 뒤로 후퇴했다"고 거세게 성토했다. 하지만, 피켓은 되돌려 받을 수 없었고, 이들은 빈손으로 회의장 안으로 들어갔다.

앞서 새누리당은 이날 오후 2시 30분 의원총회를 다시 열고 '이석기 체포동의안'에 대한 찬성 당론을 확정했다. 최경환 원내대표가 "민주당과 정의당도 찬성 당론을 정했다"며 "새누리당은 국민들의 명령을 받들어 찬성 당론보다 더 높은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고, 참석 의원들이 박수로 동의를 표했다.

[1신 대체: 4일 오후 2시 5분]
'전의' 불태우는 새누리당, '찬성 당론' 정한 민주당

a '이석기 처리 부당' 김미희 외면하는 김한길 이석기 체포동의안 처리를 앞두고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참석, 의총장 입구에서 이석기 체포동의안 처리의 부당함을 호소하는 김미희 통합진보당 의원을 외면하고 있다.

'이석기 처리 부당' 김미희 외면하는 김한길 이석기 체포동의안 처리를 앞두고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참석, 의총장 입구에서 이석기 체포동의안 처리의 부당함을 호소하는 김미희 통합진보당 의원을 외면하고 있다. ⓒ 남소연


a 이석기 처리 앞두고 국민의례하는 새누리당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에 대한 국회 체포동의안 처리를 앞두고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 황우여 대표와 최경환 원내대표가 참석해 이석기 체포동의안 처리 논의에 앞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이석기 처리 앞두고 국민의례하는 새누리당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에 대한 국회 체포동의안 처리를 앞두고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 황우여 대표와 최경환 원내대표가 참석해 이석기 체포동의안 처리 논의에 앞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 유성호


국회는 4일 오후 3시 본회의를 열고 내란음모혐의로 검찰의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새누리당은 의원 총동원 및 대기령을 내리며 이석기 체포동의안 처리에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민주당 역시 이날 오전 의원총회를 통해 '찬성 당론'으로 체포동의안에 찬성표를 던지기로 결정했다.

새누리당 "이 기회에 종북 척결해야"

"혹시 있을지 모를 (통합진보당의) 물리력 동원에 대해서도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의 말이 끝나자 회의장 안에 긴장감이 돌았다. 이날 이석기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처리를 앞두고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 분위기는 엄숙하다 못해 비장함까지 느껴졌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이해서 의원들의 결의를 다시 한 번 다지자"고 운을 띄웠다. "소속 의원 전원이 투표를 할 수 있도록 결의도 다지고 출석 상황도 체크하기 위해 오전부터 의총을 개최했다"며 "(체포동의안을 가결시킬 수 있도록) 단일대오로... (임해 달라)"는 최 원내대표의 당부는 "이 기회에 종북세력만은 척결해야 한다"는 결의로 이어졌다.

최 원내대표는 "국회 선진화법 때문에 과거처럼 볼성사나운 일이 안 벌어져야 되지만 만에 하나 그럴 수 있기 때문에 마음의 각오를 든든히 해달라"며 "가급적이면 본청 내에서 머무르고 본회의가 소집되면 곧바로 입장할 수 있도록 대기 상태를 유지해 달라"고 요청했다. 새누리당은 현재 법정구속 상태인 정두언 의원과 상을 당한 정의화 의원을 제외하고 모든 의원들이 이날 오후 본회의에 참석할 것으로 보고 있다.

황우여 대표도 "국회선진화법에 의해서 의사일정을 방해하거나 회의장 출입을 방해하면 5년이하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위험한 물건이나 물리력을 동원하면 7년이하 징역"이라며 "국회의장도 '처음 시행되는 국회 선진화의 첫걸음'이라고 표현할 만큼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윤상현 부대표도 "종북세력의 도전에 맞서서 대한민국 국회가 대한민국을 지키는 결연한 날"이라며 전의를 불태웠다.

민주당 "국정원 잘못했다 해도 이석기 용서될 수 없어"

a '이석기 처리' 앞두고 의총 참석한 김한길-전병헌  이석기 체포동의안 처리를 앞두고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 김한길 대표와 전병헌 원내대표가 나란히 참석해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이석기 처리' 앞두고 의총 참석한 김한길-전병헌 이석기 체포동의안 처리를 앞두고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 김한길 대표와 전병헌 원내대표가 나란히 참석해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 남소연


민주당도 이날 의원총회에서 이석기 체포동의안에 대해 찬성표를 던지기로 최종 결정했다.

김한길 대표는 의총 마무리 발언에서 "이석기가 아무리 잘못했다 하더라도 국정원이 용서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국정원이 아무리 잘못했다 하더라도 이석기가 용서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의지를 다졌다.

일부 의원들은 "국정원에 끌려다녀서는 안 된다"며 체포동의안 처리 절차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다수는 '권고적 당론'으로 체포동의안 찬성 처리를 결정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전해진다. 특히 "동정론에 이끌리면 안 된다", "이참에 종북논쟁에서 벗어나자" 등의 강경론이 주를 이뤘다.

의총에서는 새누리당에 대한 성토 발언도 이어졌다. 새누리당이 문재인 민주당 의원을 거론하며 의원직 사퇴를 촉구하는 등에 대한 반발이다. 김 대표는 "작금의 새누리당이 이 문제를 정치적 공세로 활용하는 작태에 대해서 굉장히 분노한다"고 말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도 "최근 새누리당이 민주당을 '숙주'라고 하거나, 특정 의원을 거론하면서 의원직 사퇴니 하는 참으로 웃지못할 매도를 하고 있다"며 "이것이야말로 전형적인 신종 매카시즘이다. 새누리당은 매카시즘과 공안 광풍에 기대는 기생충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새누리당, 민주당과 더불어 정의당도 체포동의안 처리에 찬성하기로 결정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정의당은 이석기 의원 체포동의안 처리에 찬성하기로 했다"며 "체포동의안 가결은 사법적 유무죄를 가리자는 것이 아니라 이석기 의원의 불체포특권을 해제하여 수사가 진행되도록 하고 진실이 드러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날 민주당 의총장 앞에는 진보당의 김선동·이상규·김재연·김미희 의원 등이 총출동해 이석기 체포동의안을 저지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민주당 의원들은 진보당 의원들이 나눠주는 유인물을 받지 않거나 악수를 거부하는 등 싸늘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한편 이석기 의원은 이날 본회의에 참석하기 직전, 본회의장 앞에서 약식 기자회견을 열고 소회를 밝힐 예정이다. 본회의가 시작되면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나와 체포동의안의 취지에 대해 설명하고, 이석기 의원의 신상발언이 이어진다. 이후 황 장관을 상대로 의원들이 질의응답을 한 뒤, 무기명 투표로 체포동의안 가부를 결정한다.

a 통합진보당 "체포동의안 결사 반대"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에 대한 국회 체포동의안 처리를 앞두고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통합진보당 오병윤 원내대표와 김재연, 김선동, 이상규 의원을 비롯한 최고위원들이 체포동의안 처리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통합진보당 "체포동의안 결사 반대"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에 대한 국회 체포동의안 처리를 앞두고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통합진보당 오병윤 원내대표와 김재연, 김선동, 이상규 의원을 비롯한 최고위원들이 체포동의안 처리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유성호


#체포동의안 #이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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