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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둘에 이혼했지만, 이파니는 여전히 '섹시스타'니까!"

[인터뷰] 영화 '아티스트 봉만대'로 첫 주연..."'플레이보이' 모델 꼬리표, 항상 감사해요"

13.09.13 09:28최종업데이트13.09.13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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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티스트 봉만대>의 배우 이파니가 27일 오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이선필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이파니(28)를 두고 떠올릴 수 있는 몇 가지의 강한 이미지가 있다. 출발이 2006년 <플레이보이> 모델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각 예능 프로에서 할 말, 안 할 말 다 꺼내며 출연진을 당황시키는 모습에서 만들어진 것들이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아티스트 봉만대>는 기존 이파니 이미지의 연장선일 수도 있다. 에로영화 촬영 현장에서 벌어지는 말도 안 되는 상황, 그러니까 감독이 도중에 교체되고 제작자가 감독 위에 군림하며, 출연자들이 노출로 옥신각신 하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사건이 막연히 가공된 이야기만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파니의 평소 경험과 생각이 <아티스트 봉만대>에 녹아있었다.

이파니에게 첫 주연 축하한다는 말을 건네니 이파니는 대뜸 "제가 주연이었나요? 조주연, 아니 감독님이 주연이었던 거 같은데?"라고 웃으며 되물었다. 이파니는 이번 영화의 에피소드 상당 부분이 자신과 감독이 사적으로 만나서 털어놓았던 이야기임을 밝히며 봉만대 감독과의 첫 인연을 언급했다.

"사실 감독님과는 친한 술친구기도 해요. 예전에 한 번 제작이 무산된 영화에 저를 캐스팅하셨거든요. 그때부터 친해졌죠. 이후에 영화를 만드신다고 책을 주셨는데 거기에 제 이름이 또 있더라고요. 난 결정도 안했는데(웃음). 보니까 섹시화보를 찍는다는 설정도 있고, 제 이혼 이야기도 있더라고요. 그간 술 먹고 감독님에게 한 고민거리가 다 들어있는 거예요. 감독님이 확신을 갖고 하자고 해서 받았고 하게 된 거죠."

영화 <아티스트 봉만대>의 배우 이파니가 27일 오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이파니, 곽현화, 성은..."툭 치면 눈물 나오는 사람들 모였죠"

막상 촬영을 시작했을 때 배우들에게 주어진 건 시나리오라기보다는 시놉시스(영화 개요)에 가까웠다. 상황만 설정이 돼 있고, 배우들은 자연스럽게 안에서부터 나오는 대사를 만들어 가야했다. 게다가 봉만대 감독까지 직접 배우로 등장한다. 누가 배우고 감독인지, 어느 게 진실이고 설정인지 본인들도 모르는 상황의 연속이었다.

"이게 대부분 롱 테이크(끊지 않고 길게 촬영하는 구성방식)가 많고 한 장면을 한 번에 쭉 갔던 게 많아서 한 사람이라도 대사를 잘못하면 다시 찍어야 했어요. 그러면 이야기들이 또 다 달라지곤 했죠. 진짜 버라이어티 예능 50회 분량을 찍어놓고 한 편의 영화를 만든 기분이었죠(웃음)." 

지난 8월 29일 개봉한 <아티스트 봉만대>에서 이파니의 분량은 촬영 당시보다 많이 편집됐다. 이 부분에 공개적으로 이파니는 서운함을 표하기도 했지만 그 안엔 감독에 대한 나름의 애정과 신뢰가 담겨 있었다. 자신이 보일 수 있는 모습을 봉 감독이 최선으로 뽑아냈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파니, 곽현화, 성은을 두고 봉만대 감독은 실제와 극본 사이에서 묘한 균형감을 유지하고 있었다.

영화 <아티스트 봉만대>의 배우 이파니가 27일 오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편집이요? 뭐 일단 감독님에게 섭섭하다고는 했죠(웃음). 감독님이 제 분량을 두고 가장 고민이 많았대요. 어쨌든 영화는 감독의 것이고 전 겉절이잖아요(웃음). 제가 지금 아이의 엄마기도 하고, 섹시 연예인 이미지도 있어서 이야기를 풀어갈 때 고민이 많으셨다고 들었어요.

함께한 현화, 성은 언니는 서로 성격이 다른데 어울리기 편했어요. 다들 아픔들이 있더라고요. 툭 치면 눈물이 막 나오는 사람들이 모인 거죠. 영화 찍는 시간보다 저녁에 같이 맥주 마시며 우는 시간이 더 많았던 거 같아요. 여배우들끼리 서로 기 싸움을 한다거나 흉보는 일이 없었죠.

근데 비하인드 스토리가 하나 있어요. 처음에 저도 그렇고 언니들도 서로가 나오면 안 하겠다는 말을 대놓고 했어요. '성은 나오면 안한다' '파니 나오면 안한다' 등이죠. 영화 들어가기 전에 감독님이 신세경이 나오고 김부선 선배도 나온다고 하셨거든요. 캐스팅만 봐도 딱 영화 같잖아요. 그러다 우리 셋만 남은 거죠(웃음).

'정말 B급이다', '이상한 영화가 될 거다' 말 들이 많았는데 뭉치니까 하나가 되더라고요. 처음엔 서로에게 피해주지 않으려고 걱정하다가 마음을 터놓으면서 통한 거 같아요. B급이라는 시선이요? 작품을 뭘 하는지가 중요하고 일을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하죠. B고, A고 뭐 어때요!(웃음)."

"한국에선 저렴하게 보는 섹시스타, 그래도 고맙죠" 

영화 <아티스트 봉만대>의 배우 이파니가 27일 오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이파니에게 직접적으로 <플레이보이> 모델이라는 꼬리표에 대해 물었다. 전혀 대수롭지 않은 듯 그녀는 "사람들이 자주 묻는 질문이라며 항상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당함이 그녀 내면에 있었다.

"당당하지 못했다면 지금의 제가 있을까요? 가장 감사한 게 애가 둘이고 이혼 경력도 있는데 '섹시스타' 이파니라고 하잖아요. 지금까지 몸매가 좋다고 봐주시니 감사한 거죠. 외국에서는 섹시한 배우를 톱으로 보기도 하는데 한국에선 저렴하게 봐서 좀 그렇지만요(웃음).

상처는 많았죠. 근데 활동하면서 아물고 굳고 하더라고요. 저 스스로도 이혼가정에서 자랐고, 중학교 때부터 혼자 일을 하면서 학비를 벌어야했어요. 그때 순간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지금은 이 일을 하고 있네요. 어린 나이에 빨리 결혼한 것도 가정을 얼른 만들고 싶었던 바람이 있었어요.

그 때문에 또래 친구도 없고, 만나도 대화가 잘 안 되는 게 참 속상하지만 이젠 좀 받아들였어요. 누군가 알아주길 바랐지만 제가 벌인 일이고 감당할 부분이잖아요. 지금의 신랑에게도 항상 당신이 곁에 있어서 감사하다고 말해요. 잃으면 후회하니까요. 수많은 일을 20대 겪었으니 3,40대엔 좀 편하지 않을까요(웃음)."

'오늘을 즐겁게' 이파니의 신조였다. 그녀가 웃음을 잃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는 이유도 그 연장선이었다. 자신의 끼를 발휘하면서 생명력을 유지하는 것. 사실 모든 연예인들이 원하는 모습 아닐까. 당장 이파니는 주인공에 대한 욕심보단 한 단계씩 나아지는 데 의의를 두고 있었다. 하나를 해도 제대로 해내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능력껏 작품을 소화한다면 어느덧 스스로도 기특하게 생각할 때가 올 거란 걸 믿고 있었다.

영화 <아티스트 봉만대>의 배우 이파니가 27일 오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아티스트 봉만대 이파니 성은 곽현화 플레이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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