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그룹, '주사파'라고 선언했어야
 진보 내부 아닌 국정원 심판... 뼈 아파"

[연쇄인터뷰-이석기 사태와 진보④] 조승수 전 통합진보당 의원

등록 2013.09.16 13:26수정 2013.10.02 11:09
54
원고료로 응원
민주노동당 일심회 사건과 통합진보당의 부정경선-폭력사태를 거쳐 최근 '이석기 사태'(내란음모 의혹)까지 터지면서 진보운동은 이제 임계점에 이르렀다. 이석기 사태를 진보운동의 위기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지만, 일각에서는 이것이 오히려 진보운동에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렇다면 진보운동은 이석기 사태에서 무엇을 성찰하고 얻어야 하나? <오마이뉴스>는 보수와 진보진영 등에서 활동해온 인사들과 연쇄인터뷰를 해 그 해답을 찾아본다. [편집자말]
지난 11일 오후 울산역에 도착했을 때 조승수 전 통합진보당 의원은 취재진을 가지산의 석남사 근처로 이끌었다. 석남사는 신라시대에 창건된 절로 국내에서 가장 큰 비구니절이다. 취재진과 조 전 의원은 석남사로 올라가는 길에 있는 계곡에 자리를 잡았다.

"굳이 여기 오자고 한 것은 가능하면 차분하게 이야기하고 싶어서였다."

2008년 민주노동당 분당 때 '종북주의 비판'의 중심에 섰던 터라 이석기 사태에 입을 열기가 조심스러웠던 모양이다. 그래서 각 언론사들의 인터뷰 요청을 모두 거절하고 있던 차였다. 조 전 의원은 "복잡한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이런 데서 이야기하면 차분하게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한국사회 변화의 근거지를 북한으로 설정한 것은 명백한 오류"

a

조승수 전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 이주영


조 전 의원은 이날 물소리만 들리는 계곡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벌초하고 내려오다가 라디오뉴스를 통해 이석기 사건을 접했다"며 "국정원이 수사했다고 해서 좀 혼란스러웠지만 '또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다만 그렇게 생생한 녹취록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 특히 저는 영장을 유심히 봤다. 녹취록은 누가 보더라고 국정원에서 흘린 거니까 왜곡될 수 있지만 법원에서 발부한 영장은 사실을 확인하고 내주는 거라 조금이나마 신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녹취록이나 영장이나 크게 다를 바가 없더라."

조 전 의원은 "녹취록을 보면서 80년대나 90년대 초로 돌아가는 듯했다"며 "제가 스스로 사회주의자임을 선언하고 우리 사회에 혁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90년대 초반이었는데 시간이 20여년 전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그들이 변하지 않았음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2013년 오늘 한국사회에서 전쟁이 나면 북쪽을 도와서 무엇을 해야 한다는 것인데, 그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북쪽과의 관계 설정이었다. 좀 좋게 말하면 통일을 어떻게 이룰 것인가의 문제다. 한국사회에 살고 있는 서민과 민중을 향한 입장이나 태도는 전혀 없다. 어디에 뿌리를 두고 운동하고, 어떻게 사회를 바꿀 것이냐는 측면에서 다를 수밖에 없다."

조 전 의원은 "주대환 대표는 그들을 '남한 민주화운동의 자식 중 하나'라고 했지만 저는 '분단이 낳은 아픈 자식'이라고 표현하고 싶다"며 "분단이라는 역사적 조건 자체에서는 친북이든 종북이든 반북이든 그런 태도를 가진 집단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런 면에서 그들도 우리도 분단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다만 그 분단을 어떻게 극복하고 어떤 힘으로 만들 것이며, 어떻게 한국사회를 만들 것이냐와 관련한 정통성이나 기본적인 근거지를 북쪽으로 설정했다는 것은 명백한 오류일 수밖에 없다."

"이석기 그룹은 북한 관점에서 운동하는 사람들"

조 전 의원은 한국진보운동의 운명이 91년에 달라졌다고 했다. 91년은 '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이라는 역사가 이루어진 해였다.

"그 직전까지만 해도 북한은 공식적으로 남북 유엔 동시가입은 두 개의 조선정책이자 분단정책이고, 미 제국주의가 만든 정책이기 때문에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그리고 남쪽의 주류운동권도 북한과 똑같이 얘기했다. 북한이 남북한 유엔동시 가입을 반대해오다가 정책적으로 동시 가입을 결정한 것이다.

그와 관련해 남쪽의 주류운동권은 아무런 해명도 없이 똑같은 얘기만 했다. 특히 91년은 남북의 경제력 격차가 획기적으로 벌어지던 때였다. 그것이 북한 당국자들도 통일보다는 평화공존을 더 중요하게 여기도록 변화시켰다. 남한 진보운동도 그때부터 태도를 분명히 했어야 하는데 (변하지 않고) 그대로 갔다."

조 전 의원은 2007년부터 2009년까지 동국대 북한학과에서 박사과정을 마쳤다. "한국사회에서 북한의 존재, 분단의 문제는 독립변수이기 떄문에 북한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서다.

"북한의 관점에서 보면 반미 자주가 여전히 유효할 수 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에 지금 세계 260여개 나라 중에서 미국과 수교하지 않으면서 가장 미국과 수교하기를 바라는 나라가 북한이다. 북쪽은 미국과의 관계를 잘 풀어서 체제를 보장받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그런데 남쪽의 북한 추종세력은 그런 북한을 반미 자주 투쟁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가장 미국과 잘 지내고, 친하게 지내고 싶은 나라가 북한이다."

조 전 의원은 "그런 반미 자주의 관점은 한국전쟁부터 시작된 미국과의 대결 역사 속에서 필요했는지 몰라도 남쪽에 살면서 남쪽 사회의 변화를 이루려는 사람들에게 반미자주화가 핵심이 될 이유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석기 그룹은) 한국사회에서 운동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 관점에서 운동하는 사람들이다"라고 꼬집었다.

"핵심 주사파들은 당이 하나라고 생각한다"

a

조승수 전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 이주영


조 전 의원은 "가장 큰 문제는 정파라기보다 자신들의 자리를 거의 '당내당'과 같은 위치로 설정한다는 것이다"라며 "특히 중요한 결정을 당내가 아니라 당밖에서 결정한 뒤 그것을 당내에서 관철하는 방식으로 활동해왔다"고 말했다.

"제가 진보신당 대표로 있을 때 통합진보당과 통합을 논의한 적이 있다. 그런데 이정희 대표가 합의해놓고 잠깐 나갔다 온 뒤에 그 합의를 번복했다. 참 이해하기 힘들었다. 이정희 대표의 위치가 뭔지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그쪽한테는 당은 하나 아닌가? 과거에 저쪽(북)의 의견을 여기서(남) 관철하기 위해서 민혁당 등 비합법 플랫폼을 만들기도 했지만 핵심 주사파들은 당이 하나(북조선노동당)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녹취록에 나오는) 그런 정세관이나 전쟁관이 나오고, 황당한 준비를 하거나 그것을 실행해야 한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조 전 의원은 "그들은 합법적 대중정당 건설을 반대해오다가 민주노동당을 만드는 과정에서 어느날 갑자기 대거 밀려들었다"며 "대중정당을 통해 합법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했기 때문에 그렇게 한 것인데, 중요한 결정은 당 밖에서 결정한다"고 꼬집었다.

"통합진보당의 해산문제는 형식적으로는 헌법재판소가 판단할 문제이지만 이석기 의원이나 경기동부연합나 (통합진보당에서) 주류가 된 사람들은 대한민국에서 정당을 할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자신들이 옳다고 생각한다면 그냥 비합법 운동을 하는 게 맞다. 정당운동을 지금처럼 전술적 차원에서 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워진 게 아닌가 싶다."

조 전 의원은 "지난 2007년 대선에서 NL 다수파가 옹립한 권 후보가 '코리아연방공화국'이니 '철원 남북공동당사' 공약을 쏟아내는 것을 보면서 그들은 자신들의 이념과 사상, 세력이 중요하지 대중정당을 할 사람들은 아님을 느꼈다"며 "그 뿌리는 북한을 추종하는 것, 북한을 중심에 놓고 사고하는 방식과 실천에 있다"고 지적했다.

조 전 의원은 "(종북 혹은 주체사상이라는) 이념적, 사상적 뿌리가 있었기 때문에 잘못된 조직문화, 실천방향, 패권주의가 파생됐다"며 "북한이라는 물질적 존재가 있는 한 소수가 되어 영향력이 축소되긴 하겠지만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그는 그 질긴 생명력의 원천을 '생활공동체'에서 찾았다.

"오랫동안 그 사상(주체사상)을 기반으로 사람을 엮고 더 나아가 조직이 그 사람들의 생활문제까지 책임지는 관계가 아니고는 그렇게 폐쇄적인 조직문화를 유지할 수 없다. 자기들이 폐쇄적인지 알면서도 흐트러지지 않고 유지돼온 것은 단지 사상이나 이념 때문이 아니다. 이석기 의원이든 누구든 돈을 벌어서 생활을 책임져준 것이다." 

"친북세력이 아니라 '주체사상파'라고 불렀어야 했는데..."

a

조승수 전 국회의원 ⓒ 이주영


조 전 의원은 통합진보당 등에서 '사상의 자유'를 들어 이석기 의원을 옹호하는 것에는 "국가보안법이 존재하기 때문에 사상의 자유가 탄압받고 있다는 것은 틀린 말이다"라고 반박했다.

"그들은 한번도 자기 사상이 무엇인지, 그래서 그 사상을 얘기할 수 있도록 허용해 달라고 이야기한 적이 없다. 이석기 사태에서도 문제가 되는 것은 사상문제가 아니다. 그들의 사상이 주체사상이기 때문에 문제가 된 것은 아니다. 검찰에서 그들이 주체사상을 지도이념으로 가지고 있다고 적시했지만 핵심적으로는 우리 사회를 폭력적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것, 즉 민주주의의 기본질서를 다른 방식으로 접근한 것이 문제라고 봤다."

조 전 의원은 "제가 처음 썼던 표현은 (종북세력이 아니라) 친북세력이었는데 문제를 정확히 드러내기 위해서는 '주체사상파'라고 얘기했어야 했다"며 "그런데 국보법이 엄연히 있는 상황에서 주체사상파라고 얘기하기에는 좀 심한 것 아니냐는 자기검열이 있어서 그렇게 표현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조 전 의원은 "그들은 '주체사상을 허용하는 것이 자유민주주의다'라고 얘기하지 않는다"라며 "이석기 의원이 진보진영에 끼친 해악이 있지만 늦게라도 '나는 주체사상파다'라고 선언한다면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길로 들어서는 과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저는 그들이 그런 생각과 사상을 가졌다면 그 자체는 존중한다. 다만 그것이 진보운동이나 진보정당에 끼치는 해악이 너무 크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공개적으로 대응해야 할 문제이지 쉬쉬해야 할 문제는 절대 아니다. 우리 사회에 주체사상파가 몇 백명 존재한다고 해서 엄청난 혼란이 오지는 않는다. 기본적으로 스스로 커밍아웃하고, 그런 공론화 과정을 통해서 진보가 집단적으로 성찰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집권세력이나 국정원 등에서 정치적으로 악용하려고 하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 할지는 여전히 쉽지 않는 문제다."

조 전 의원은 "그들은 국보법 때문에 우리는 사상과 신념을 바꿀 수 없다고 일관되게 얘기하는데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라며 "90년대 초반 제가 속한 그룹(인민노련)은 '우리는 사회주의자다'라고 밝혔지만 이것이 우리 사회 현재 발전 수준에 비추어 맞지 않는다고 판단해 결국 전위당 노선을 포기하고 대중합법정당노선으로 나갔다"고 회고했다.

"NL-PD세대와 다른 세대들이 중심으로 등장해야"

조 전 의원은 "무엇을 반성할 것인지, 우리가 표방해야 할 이념과 정책은 무엇인지 정리하고서 국민들에게 다시 시작하겠다고 해야 믿음을 얻을 수 있지 '이석기는 나쁜 놈이고 우리는 상대적으로 덜 그런 놈이니까 다시 우리에게 표를 주십시오'라고 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a

조승수 전 국회의원이 11일 울산 가지산 석남사 인근 계곡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 이주영



"NL이나 PD는 이미 운동적으로 의미가 없는 개념이다. 지금 진보진영에서 유일하게 의미있는 것은 개인적으로 사민주의라고 생각한다. 자본주의를 급진적으로 전환시키자는 쪽이 좌파이고, 사회를 점진적으로 개량시키자고 하는 쪽이 우파라면, 좌파든 우파든 사민주의 정도는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시장경제를 부정하지 않으면서 자본주의 모순과 문제점을 극복하는 방향으로 정책적 방향과 이념을 설정해야 한다. 보편적 복지국가, 노동, 한반도 평화, 생태문제 등까지 현대적으로 새롭게 해석한 '현대적 좌파정당'을 제대로 건설하면 된다. 역사적 경험으로 보면 그것은 제대로 된 사민주의정당을 만드는 것이다."


특히 조 전 의원은 NL-PD노선이 대립하던 세대 이후 세대의 등장을 강조했다. 최근 운동권 일각에서 나온 '전후세대(NL과 PD가 전쟁하듯 대립하던 세대 이후의 세대)'를 가리킨다. 그는 "통합진보당이 깨지고 나서 제일 고민했던 것은 이제 우리는 물러나야 하는 것 아닌가였다"며 "진보(정당)운동 1세대가 물러나고 바탕과 활동양식, 생물학적으로 전혀 다른 세대가 진보정당을 새롭게 건설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모든 사회운동이 그렇듯이 정당도 그 사회를 반영한다. 한국의 국민소득이 높아지고 세계 10대 경제대국이 된다고 하지만, 양극화, 비정규직, 분단극복, 생태문제 등 진보가 아니면 해결할 수 없는 과제들이 남아있기 때문에 한국사회에 진보정치와 진보정당이 필요하다. 단 그것을 해나갈 주체가 누가 되어야 하나? 설령 그 주체가 과거 인물이라고 하더라도 스스로 어떻게 과거 운동과 역사를 성찰하고 반성하느냐에 따라 그 주체가 신뢰받을 만한지 판단할 수 있다. 이제는 80년대 NL-PD세대와 다른, 그야말로 2013년 한국사회의 사회문제를 오롯이 체련하고 있는 세대들이 중심으로 등장할 때라고 본다."

조 전 의원은 '진보(정당)운동 1세대의 역할이 여전히 남아 있는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서서히 보조적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라며 "여전히 그 세대 중심으로 계속 간다면 그것도 역시 진보는 아닐 것이다"라고 답변했다.

한편 조 전 의원은 80년대 인천과 울산 등에서 노동운동가로 활동했고, 울산시의원과 북구청장, 17·18대 국회의원, 진보정치연구소장, 진보신당 대표 등을 지냈다. 그는 지난 2007년 12월 <조선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그동안 당을 주도해 온 NL세력은 북한 세력을 추종하고 북한식 사회주의로 통일하는 것을 지상과제로 여기는 행태를 보여 왔다"며 "이번 기회에 민주노동당이 친북세력과 결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터뷰 어록] "이정희 대표가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농담으로 바꿔버렸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들의 조직역량을 어떻게 보존할 것인가다. 이정희 대표가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농담으로 바꿔버렸다. 정말 무서운 농담을 한 것이다. 녹취록의 모든 팩트조차 부정하고 그렇게 무서운 농담을 하는 것은 조직역량을 보존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잘못한 것 없기 때문에 국민에게 사과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면) 지금 온 국민이 공범이 되는 것이다. 온 국민이 언젠가는 진보당에 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인데, 그것은 다른 식으로 해석하면 무엇을 하든 우리가 옳다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국정원를 폐지하든 국내수사 부분을 전면 폐지하든 국정원 개혁이 필요하다. 다만 현재 집권세력의 성격으로 보면 쉽지 않은 문제다. 이런 상황 자체가 불편하기는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우리에게 문제가 있다. 우리가 국정원에 빌미를 준 것이지 국정원이 없는 것을 만들어낸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작게는 국정원 개혁을 포함해서 한국사회의 올바른 변화를 위해서 진보가 제대로 무엇을 할 건인지 집단적으로 성찰해야 한다.

그것을 잘한다면 여전히 한국사회에서 우리가 해야 할 역할이 있고, 다시 기회도 올 것이다. (이석기 사태가 진보운동과 진보정당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것은) 감수해야 한다. 그것이 옳든 그르든 국민들이 '진보 너희는 틀렸다'며 조롱의 대상으로 보게 된 것은 진보진영 전체가 근본적으로 책임져야 할 문제다. 이 시기를 어떻게 잘 보내느냐가 제일 중요하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냉정한 평가를 받게 될텐데 그에 기초해서 완전히 바닥에서 다시 시작해야 할 것이다."

"그것을 신념으로 생각하고 그런 실천방식을 가졌던 사람들은 진지하게 자신들을 돌아봐야 한다. 지금 한국사회가 1930년대 항일무장투쟁하던 시기가 분명히 아니지 않나. 국민들은 사회변화를 원하지만 이런 식의 혁명을 원하지는 않는다. 자신들이 유권자로서 투표를 통해서 사회가 바꿔지길 원한다. 북한도 조국통일, 우리민족끼리 등을 얘기하지만 지금 핵심적인 목표는 체제유지다. 그래서 평화공존을 가장 우선하는 것을 전략으로 삼고 있다. 그런데 유독 여기서만 반미 자주를 핵심으로 하고 나머지는 하위개념화 한다. 저쪽(북)에서도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을 저쪽이 그럴 것이라고 해석하고 활동하는 것이 시대착오적인 활동은 아닌지 성찰해야 한다."

"문제는 경기동부든 이석기 의원이든 정당의 공인이었다는 점이다. 그 사람들이 지하에 숨어서 한국사회의 남북관계를 그런 방식으로 풀고자 한다면 그냥 이상한 집단 내지는 인정할 수 없는 집단 정도로 끝날 것이다. 하지만 정치와 정당을 통해서, 우리나라 국회의원 신분을 가지고 한국사회를 책임지는 정치를 하겠다고 표방해놓고, 실제는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에 국민들이 동의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이것은 진보의 괴리다. 정직하지 않을 뿐더러 2013년 대한민국 사회에서 용납할 수 없다."

"진보 내에서 제대로된 성찰과 자성을 시작했어야 하는데 한국사회의 민주화와 노동자들의 힘을 키우는 사회변혁과정에서 같이 해야 하는 동지다라는 인식이 결국은 또 하나의 괴물을 만들어 버렸다. 그런 점에서 우리도 공범이라면 공범이다. 그것을 알면서도 그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진보는 그런 공범이기 때문에 공동책임이 있다. 진보 스스로 내부에서 정리, 정화하지 못하고 국정원에 의해 심판받게 된 점이 가장 뼈아픈 부분이다."

#조승수 #이석기 사태 #종북주의
댓글54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천연영양제 벌꿀, 이렇게 먹으면 아무 소용 없어요
  2. 2 61세, 평생 일만 한 그가 퇴직 후 곧바로 가입한 곳
  3. 3 버스 앞자리 할머니가 뒤돌아 나에게 건넨 말
  4. 4 "김건희 여사 라인, '박영선·양정철' 검토"...특정 비서관은 누구?
  5. 5 죽어라 택시 운전해서 월 780만원... 엄청난 반전이 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