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체국 위탁택배 기사 200여 명이 30일 오후 서울 광화문 우정사업본부 앞에서 구호를 외치며 집회를 하고 있다.
김동환
"우정본부가 시키는 대로 하루에 택배배달을 130개씩 하면 열심히 일해도 한달에 집에 170, 180만 원 가져가는 게 고작입니다. 그렇게 제한할 거면 한 달 실수령액 350만 원 맞춰달라는 게 우리 요구입니다." (진경호 우체국택배기사비상대책위원장)30일 오후 서울 광화문 우정사업본부 앞. 하얀 이름이 오른 가슴에 쓰진 남색 작업조끼를 입고 인도에 줄지어 앉은 우체국 위탁택배 기사 200여 명은 대부분 들뜬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한 택배기사는 "6년째 일하고 있지만 이렇게 많은 택배기사가 한자리에 있는 걸 처음본다"며 연신 두리번거렸다.
이들은 우정본부에 직접 택배계약 및 단체교섭을 요구하는 항의 집회를 열었다. 우정본부 측이 단체교섭에 응하지 않을 경우에는 국회 국정감사가 시작되는 14일부터 전면 파업에 들어갈 방침이다.
"우정사업본부 횡포 여전...기사들 생존 위협"우체국 위탁택배기사들은 지난 8월 이후 기자회견 등을 통해 위탁택배업계의 문제점을 고발하는 한편 우정사업본부에 지속적으로 대화를 제의해왔다. 우정본부 측의 부당한 위탁계약서와 일방적인 수수료 인하, 배달수량 제한 때문에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는 게 기사들의 주장이었다.
언론 보도결과 기사들의 주장은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특히 우정사업본부는 임의대로 '문제 기사'들을 골라 택배기사 재취업을 막는 '블랙리스트'를 운용하기도 한것으로 밝혀져 파문이 일기도 했다.
파문이 확산되자 우정본부는 지난달 16일 보도자료를 내고 우체국 위탁 택배기사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1일 배달물량 제한을 풀고 위탁계약서 내 일부 불합리한 내용을 폐지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기사들은 이날 "달라진 게 없다"고 입을 모았다. 우정본부가 자신들과 대화에도 나서지 않을 뿐더러 조치를 취하겠다고 한 것도 지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진경호 비상대책위원장은 "1일부터 배달물량 제한을 풀겠다고 했는데 오늘까지 현장에서 관련 공문을 받은 우체국이 없다"면서 "우정본부가 궁지에 몰리니까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진 위원장은 "우정본부에서 중량별 차등수수료제를 강행하면서 여전히 중량도 속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택배기사가 배달하는 물품 겉면에는 '20Kg'이라고 적혀있는 수하물도 우정본부 내부망에 들어가서 확인해보면 2Kg이라고 적혀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중량 틀린 걸 적발해서 항의해도 수정을 해주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위탁계약 없이 택배기사들 직접 고용해야"이날 집회에 동참한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도 한목소리로 우정본부가 '순간을 모면하기 위한 거짓말을 계속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12일에 우정사업본부 직원들과 간담회를 했다"면서 "'블랙리스트' 만든 사람이 누구고 어떻게 처벌할 건지 알려달라고 했더니 (의원들 앞에서는) 준다고 해놓고 아직까지 안 갖고 오고 있다"고 질타했다.
우 의원은 "위탁계약서를 보면 택배기사들이 단체를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항목이 있는데 이 부분이 위법이니 계약서를 고쳐야 한다고 했더니 그러겠다고 해놓고 소식이 없다"면서 "택배 중량 속이는 것도 고칠 방안을 제출해달라고 했는데 아직 안 갖고 왔다"고 말했다. 그는 "온통 거짓말만 하는 우정사업본부에 대해 국회의원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정본부 담당 국회 상임위원회인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 소속 유승희 민주당 의원은 "핵심 사안은 위탁업체가 중간에 끼어있는 것을 해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위탁업체가 하는 일 없이 우정본부와 택배기사들 사이에 끼어서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유 의원은 "이번 국정감사에서 우정본부의 문제점과 썩은 부분을 확실히 도려내겠다"면서 "내일(1일) 우정사업본부을 직접 방문해서 본부장과 면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은수미 민주당 의원 역시 우정본부가 위탁 계약 없이 택배기사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은 의원은 "국민세금으로 운영되는 우정사업본부 비용이 왜 중간업체 배불리고 택배기사 눈물 쥐어짜는 쪽으로 결론나야 하느냐"면서 "취임사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하고 좋은 일자리 만들겠다고 했던 박근혜 정부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우체국택배비상대책위원회 소속 기사들은 이날 집회 후 우체국 택배 파업 계획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진경호 위원장은 "오는 9일 확대간부수련회를 거쳐 국회 국정감사가 시작되는 14일부터 전국적인 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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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에서 우정사업본부 문제 확실히 도려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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