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랑 문자 한줄 청첩장... 오지 말라는 건가요?

빠르고 쉬운 모바일 청첩장에도 지켜야 할 예의는 있습니다

등록 2013.10.03 19:50수정 2013.10.03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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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추석 명절 즐겁게 보내셨죠? 딸 OO가 짝을 찾아 새 출발을 하게 되었습니다. 시간 허락된다면 오셔서 축하해 주셨으면 합니다. 오시는 길은 청첩장 참조…"


며칠 전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청첩장 하나가 도착했다. 지난 1년 동안 한 번도 보지 못한 사이였데, 그것도 단체문자로 보낸 청첩장만 달랑 보낸 것이었다. 업무관계로 몇 번 만나지도 않은 그럭저럭 아는 관계지만, 그렇다고 청첩장을 주고 받을 만한 사이는 더더욱 아니었다.

물론 딸이 곧 결혼하니 축하해달라는 단순한 내용이었지만, 막상 문자메시지로 받으니 청첩장을 받아서 찜찜, 문자로 받아서 더 찜찜, 이래저래 찜찜하다.

당황스러웠다고 표현하면 거짓말이고, 아니 정확히 말하면 가고 싶은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하다못해 사전에 청첩장이 부족해서 모바일로 보낸다고 사정이라도 이야기하고 보냈으면 덜 기분이 상했을 텐데….

차라리 청첩장 보낼테니 주소를 알려 달라고 했으면 기분이라도 상하지 않았으리라. 어쩌면 그분은 자신의 딸 결혼식에 우르르 몰려와 줄 그런 사람들이 필요했던 것일까? 큰일 치르려면 힘든 건 누구나 마찬가지다. 그럴수록 더 예의를 갖춰야 했지 않겠나? 이런 방식은 정말 아니라고 본다.

모바일 청첩장에도 기본적인 예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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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고 쉬운 모바일 청첩장에도 지켜야 할 예의는 있습니다. ⓒ sxc


온라인·모바일 환경이 활성화되면서 이메일을 비롯하여 링크를 걸어 e-카드로 연결한 모바일 청첩장이 쏟아지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청첩장 이미지를 첨부, 카카오톡(아래 카톡)이나 문자메시지로 전송하는 방식은 가장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스마트 폰의 다양한 활용성에 편승하여 별 생각 없이 한 작은 행동들이 상대방에게 어떤 상처를 주는지도 세심한 신경을 써야 한다.

요즘은 한술 더 떠 사전에 전혀 결혼에 대한 언급이 없던 사람이 본인 카카오스토리에 배경화면에 청첩장을 갑자기 올려놓는 경우도 있다. '청첩장을 줄 정도의 밀접한 관계는 아니지만, 알고는 있으라'는 의미로 올린 것이겠지만, 손님 초대에도 최소한의 예의가 있다. 이런 경우 축하를 해달라는 의미인지, 보고 알아서 오라는 건지 참 애매하다. 어차피 결혼한다는 기쁜 소식을 받으면 좋은 기분으로 가려고 했건만, 찜찜한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결혼식과 청첩장의 진정한 의미를 모르는 철부지가 아니라면 꼭 기본만은 명심하라. 먼저 만나거나 통화를 한 다음 안부도 묻고 양해를 구한 후 모바일로 청첩장을 전하는 것이 원칙이다. 친밀도와 서로의 관계를 고려하고 않고 무턱대고 보내는 모바일 청첩장은 자칫 '오지 말라'는 의미로 비칠 수도 있다. 속된 말로 청첩장이 축의금 수거절차도 아니고, 이러다가 곧 계좌번호까지 카톡으로 보낼 기세다.

별로 친하지도 않았는데 내 전화번호는 또 어떻게 알았을까? 내가 힘들 때 도움을 받았으면 반드시 보답해야 함은 당연한 이치다. 하지만 5만 원을 내기도 아까운 사람이 있는가 하면, 50만 원을 내도 아깝지 않은 사람이 있다. 정말 축하받고 싶은 사람만 부르면 되는 것을, 그저 얼굴 몇 번 봤다고 다짜고짜 불러대는 사람들이 있으니 돈 문제가 대두되는 것이 아닌가(관련기사 : 축의금 5만원? 10만원? 제가 알려드릴게요).

어느새 결혼식은 부담 가는 축의금으로 축하는 뒷전이 되어 버렸고, 예식도 보지 않고 밥만 먹고 가는 사람들이 부지기수가 되어 버렸다.

다양한 전달 수단, 전달 과정은 더 세심해야

어차피 축하해 주려고 했던 친구였다면, 카톡이나 이메일 등 모바일로 받건 종이로 된 청첩장을 받건 무슨 상관이 있을 거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축하해 달라는 전달수단도 시대에 따라 바뀌는 추세다.

모바일 청첩장, 확실히 종이 청첩장보다 소식도 빠르고 전달하기도 쉽고 기억하기도 쉽다. 혹시라도 잊고 있더라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인륜지대사'라고 하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인 결혼의 의미를 생각할 때 전달하는 과정은 더 세심해야 하지 않을까?

몇 년간 연락도 없다가 뜬금없이 카톡으로 청첩장만 딱 보내는 경우는 한때 알고 지냈던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부득이 만나지 못할 경우에는 먼저 전화로 소식을 전하고, 한 번 더 상기시키는 의미에서 예식 1~2주 전에 모바일 청첩장을 주는 게 맞는 과정이다. 와도 그만, 안 와도 그만인 사람들에게 카톡으로 보내는 것이 아니라면 카톡 전송버튼을 누르기 전에 최소한의 기본적인 안부라도 물어주시라.

특히 돌잔치는 웬만하면 가족들끼리 조촐하게 치르기를 바란다. 막상 당사자인 아이는 기억조차 못 하는 잔치에 카톡 단체 대화방을 개설하여 지인들을 불러 모아 '통보' 수준으로 알리는 것은 민폐 중에 민폐다. 가뜩이나 최근 청첩장 등으로 위장한 스마트폰 문자메시지로 다량의 악성앱을 유포한 '스미싱'이 기승을 부리니 이젠 클릭하기도 두렵다.

카톡 청첩장 받았으니... 축의금은 돈 찍은 사진으로?

평소에는 소홀했던 친구가 결혼할 때 되니까 부랴부랴 카톡에 의지하는 모습이 참 우습다. 이런 방법으로 결혼 소식을 전하여 어쩔 수 없이 축의금만 내고 밥만 먹고 정작 결혼식은 보지 않고 가는 하객이 무슨 소용인가.

결국에는 허례허식으로 얼룩진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단면이다. 아직 결혼 안 한 분들은 결코 이런 실수를 범하지 않으시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럼에도 카톡의 씁쓸한 청첩장을 외면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조만간 이런 대화를 나눌지도 모를 일이다.

"저와 지금껏 별로 친하지도 않으셨던 OO님, 제가 이번에 결혼합니다. 바쁘시면 오셔서 축의금만 주시고 가셔도 됩니다."
"아, 그래요? 카톡으로 청첩장이 왔기에 카톡으로 부조합니다. 축의금으로 5만 원권 두 장을 사진으로 찍어서 카톡으로 보내드립니다! 아, 양복입은 사진도 함께 보냅니다!"

편리성의 유혹에 편승해 손쉽게 카톡에 의지했던 청첩장 한 통이 어쩌면 그동안 애매모호했던 인연 관계를 확실히 정리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카톡 대화창에서 청첩장 이미지 전송 버튼을 누르기 전, 과연 진정한 초대의 마음까지 담아서 전해질 것인지 다시 한 번 고민하자.

'시집가고 장가가는 데 재물을 논함은 오랑캐의 도이다'- 명심보감
#결혼식 #청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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