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진 바다에 오손도손 세 쌍둥이 중 맏이섬 상태도上苔島

방목된 소가 한로히 노는 섬

검토 완료

이재언(byisland)등록 2013.10.05 14:40

상태도 전경 중태도에서 바라다 보이는 상태도 ⓒ 이재언


상태도 개요
상태도는 홍도와 흑산도의 중간쯤에서 한참 남쪽으로 내려와 남해와 서해가 교차되는 곳에 있는 외딴 섬이다. 세 쌍둥이처럼 남북으로 붙어 있는 태도군도(상태도, 중태도, 하태도) 중 가장 북쪽에 있는 섬이 상태도이다. 1600년경 흑산도에 살던 김해 김씨가, 1800년경 박씨가 들어와 정착하였다 한다. 목포에서 남서쪽으로 120km. 뱃길로는 만만치 않은 거리이다. 상태도에 가려면 목포에서 가거도행 쾌속선을 타면 된다. 중간 기착지인 흑산도에 잠깐 멈추었다가, 다시 1시간쯤 타고 가면 태도군도 중 가장 먼저 상태도에 닿는다. 배에서 바라다 보이는 상태도는 가파른 절벽이 왠지 황량하고 척박한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섬에 여객선 접안시설이 없는 관계로 종선을 이용해야 한다

여객선과 종선 목포행 여객선 꽁무니에 종선을 대고 승객과 화물을 싣고 있다. ⓒ 이재언


마을은 섬의 남쪽해안 일대에 모여 있으며, 주민들은 주로 어업에 종사한다. 근해 일대는 제주난류의 북상으로 각종 어족이 풍부하고 전복, 톳, 돌김이나 우뭇가사리가 채취되는데, 파도가 거세어 양식하기 어렵다보니 대부분 자연산이다. 또한 이곳은 바다낚시가 유명하다. 돔, 농어 등이 잘 잡히는 곳이라 매년 낚시꾼들이 증가하고 있다. 섬의 88%가 임야라 농경지는 5%인 9ha에 불과하다. 이곳에서 고구마, 콩, 마늘 등 밭작물이 소량 생산되며, 산나물인 원추리가 자생하고 있다.
상태도의 여인들은 대부분 해녀들이다. 납덩이를 허리춤에 매단 채 바다에 몸을 던지는 해녀 아주머니들. 수심 5m를 자맥질 끝에 해삼과 전복, 다시마 등을 따 올린다. 한 사람이 보통 20~30kg은 거뜬히 건져 올리는데, 파도가 높거나 물속 시야가 흐릴 경우는 작업을 중단한다. 또한 수온이 높은 5월 말부터 10월 말까지 작업을 하므로 일 년 중 절반을 물 속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다. 40대에서 70대에 이르는 해녀들은 대부분 30~40년 이상 물질을 한 탓에 만성 관절염과 두통, 근육통 등에 시달리고 있다. 한 번 잠수할 때마다 두통약과 진통제를 한 줌씩 입에 털어넣는 그들의 생활력에 안타까운 경의를 보낸다.
이곳 출신 김금지 (68세)씨는 '잠수병을 달고 살구요 바다 속에 가면 청소할 게 너무 많아요. 그물, 통발이, 불가사리 많아서 그런지 수산자원이 많이 떨어지는 거 같아요' 라며 고충을 호소하였다. 이들의 잠수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한 달에 1∼2회씩 고압산소 치료를 정기적으로 받아야 하나, 그렇지 못하는 현실이라 하니 안타까움이 더해진다.

상태도 마을 가파른 바위에 세워진 집들의 모습 ⓒ 이재언


상태도 둘러보기
상태도는 섬 전체가 산지로 되어 있고 해안은 높은 해식애로 둘러싸여 있다. 두 개의 방파제가 있는 상태도의 선착장은 섬의 서남쪽 방향에 위치해 있다. 오른쪽은 물양장物揚場이 있었으나, 지난 2011년 태풍 곤파스에의해 유실되어 보수공사중이다. 큰 바위를 낀 물양장을 벗어나면 오르막이 시작되는 길이다. 오르막길을 올라가다 보면, 마을 입구에 상태도경로회관이 있다. 아주 오래된 건물이지만 내부에는 노래방 시설 등이 갖춰져 있는 곳이다. 이 길로 계속 가면 바로 섬의 동북쪽 끝자락에 있는 발전소까지 이어지지만 해안길은 따로 없다. 길 오른편에 시멘트 옹벽을 치고 이 부분에 철제로 바닥을 만들어 그 위에 시멘트를 깔아 길을 만들었다.
길 아래 해변에 갯바위가 내려다보이고 왼쪽 갯바위에 집이 두 채 있다. 원래 세 채가 있었으나 한득주 (60세) 오미자(59세) 부부의 집이 2011년 태풍 곤파스로 파도에 휩쓸려버렸다고 한다. 집까지 휩쓸어갈 정도로 태풍의 위력은 섬에 치명적이다. 1급 지체 장애를 가지고 사는 한득주씨는 이곳 출신인 아내 오미자씨를 따라서 왔다가 3년 만에 날벼락을 맞아 살림살이를 다 잃고 남의 집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추운 겨울은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모르겠다며 답답해 하였다. 한득주씨는 함평이 고향으로 이장일도 10년을 넘게 보다가 뇌수술로 장애가 되었지만 고향의 주소만은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전남 함평군 고막리' 라고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마을을 돌아보려고 집을 나왔다.

해변으로 내려가는 경사진 계단을 내려가 발전소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상태도에는 내연발전소가 1997년에 만들어져 전기사정이 좋은 편이다. 이곳에서 생산된 전기는 가까운 중태도에까지 공급하고 있다. 발전소 왼쪽에 하천이 흐르고 그 옆으로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오르막길 끝에 철제 울타리를 친 물탱크가 있다. 이 섬의 식수를 공급하는 담수화 시설이다. 식수문제 역시 자급자족 하고 있다. 그런데 길은 평탄한 곳이 없다. 경사가 급한 산길이 나 있는데, 오르기 시작한 지 10여 분이면 능선에 닿는다. 이곳에서 남서쪽으로는 아주 짧은 거리의 내리막길이고, 동북쪽으로 제법 긴 오르막 산길이다. 마을 자체가 섬의 서쪽 끝자락에 위치한 탓에 그리 높지 않은 지점이다. 섬 전체가 산지로 되어 있는 상태도의 최고높이는 157m이며, 밭뿐인 농경지는 섬 전체면적의 5%에도 못 미친다. 오른쪽 능선을 타고 오르면 나무나 숲이 없는 개활지이다. 잡초가 무성하여 방목하기 좋은 임야지대다. 실제로 이 섬에는 17마리의 소를 방목해서 키우고 있다. 이 섬에 나무가 적은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땔감을 자급자족해야 하는 섬사정에 따라 무차별적으로 벌목한 탓에 나무가 자랄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등산로 입구에서 내려가는 길을 따라 가면, 이 섬에서 가장 큰 건물인 학교가 보인다. 초등학교 분교였던 이곳은 2000년에 폐교가 되어 학교 운동장에 잡초들만 무성하였다. 이곳에서 남쪽을 바라보면 중태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학교 아래 좁은 산길을 내려오면 시멘트 포장길이다. 길을 중심으로 밭과 마을이 마주하고 있다. 20년이 넘은 상태도교회를 지나면, 포장길이 끝나고 산길과 마을길로 갈린다.

이용석 동산 비정규직 철폐를 주장하며 분신한 고 이용석 ⓒ 이재언


이용석 열사의 고향 상태도
공사중인 방파제 옆, 큰 너럭바위에 청동으로 된 표지석이 하나 있다. 상태도에서 태어나 너럭바위를 그리워한 비정규노동열사 이용석을 기리며―2007. 8. 10. 이용석 노동열사 정신계승사업회라고 새겨져 있다. 이용석 열사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기억할 수 있을까. 표지석은 2007년에 세워졌지만, 사연은 한참 전인 2003년 10월 26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날은 근로복지공단 비정규노조원 이용석 씨가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어달라며 분신했던 날이다. 그의 분신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집중시켰고, 이후 비정규직 철폐운동의 기폭제가 됐다. 노동계에서는 그를 열사로 부른다. 그는 분신한 지 37일 만에 광주 망월동 5.18시립묘역에 안장되었다. 몇 년 후에는 그의 모친 또한 화병으로 유명을 달리했다고 한다.

상태도 특산물
최고의 미역 산지인 태도 군도의 미역은 우리나라에서 최상품으로 인정 받는다. 외해 중에서도 외해인 이곳의 미역은 공해 하나 없는 섬, 청정해역 맑은 바닷물에서 양식장 하나 없이 자연이 키워냈으니 어찌 맛이 없겠는가. 태도 사람들은 미역철이면 바닷가로 나가 낫으로 미역을 벤 후, 바위에 펴서 말리는 작업을 하는데, 이 일은 아픈 해녀나 노약자에게 일거리를 안겨준다. 미역생산이 섬사람 누구에게나 효자노릇을 하는 셈이다.

초가집과 할머니 바람이 많이 불어 지붕에 그물과 줄로 묶어 놓았다. ⓒ 이재언


이 때문에 미역은 상태도 공동작업의 가장 안정적인 수입원이다. 미역으로 일 년 기본생활비를 확보하는 제법 쏠쏠한 수입이 되는 것이다. 이때를 맞춰 뭍에 있는 가족들이 휴가를 내어 일손을 돕기 위해 들어오기도 한다. 가장 물이 많이 빠지는 음력 보름이나 그믐 사리때 갯바위 바닥에 붙은 미역을 채취하는데, 육지와 가까운 곳에 위치한 섬은 봄에 미역을 채취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상태도처럼 먼 바다에 위치한 섬들은 7월에서 8월이 미역채취에 적절한 시기이다. 청정해역에서 생산되는 품질 좋은 미역은 진한 국물이 우러나온다.
미역이 특산물이다보니, 관광객이 없는 상태도에 피서철 돌미역 따기 및 널기 체험 등으로 관광객을 유치하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는 이 곳 상태도에 활력을 줄 수 있는 일환이 되어줄 수 있을 듯해서이다.

상태도 지리
상태도는 전라남도 신안군 흑산면에 딸린 섬으로, 목포에서 남서쪽으로 약 120㎞ 지점에 있으며, 중태도․하태도와 함께 태도군도를 이룬다. 전체면적 1.42㎢, 해안선길이 10.2㎞, 산높이 157m이다. 43가구에 주민수 93명이다.

상태도 가는 길
남해스타호,  목포―상태도 행, 1일 1회 / 소요시간: 3시간 20분
목포 8시 출발→상태도 11시 20분 도착  

덧붙이는 글 전과 동일 전남일보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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